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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시몬스 트레이드, 수비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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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스로 이적한 시몬스 (사진=LA 에인절스 트위터)


야구는 기본적으로 잘 치고, 잘 던지는 시합이다. 당연하다. 잘 쳐야 득점을 올릴 수 있고, 잘 던져야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 교과서가 있다면 1장 1절에 나오기에도 민망한 기본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수 년 사이 메이저리그엔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바로 수비 가치의 부각이다. ‘잘 치고, 잘 던지는’ 시합에서 ‘잘 치고, 잘 던지고, 잘 막는’ 시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무게 중심의 이동이라는 표현 보다는 ‘무게 중심의 배분’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물론 이전에도 수비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왔다. 하지만 그 의미가 추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빛이 가려져 있었다. 대부분의 FA 대박과 대형 트레이드가 수비보다는 공격력과 투수력에 초점이 맞춰져 온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야수로서 수비의 힘만으로 대박 계약을 따낸 선수가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선뜻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안드렐튼 시몬스(26)의 트레이드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애틀랜타는 시몬스가 포함된 2:3 트레이드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에인절스는 시몬스와 포수 유망주 호세 브리시노를 받아오는 대신 에릭 아이바와 팀 내 넘버 원 투수 유망주 션 뉴컴과 크리스 엘리스 그리고 250만 달러의 현금 보조를 내줬다.

시몬스는 현역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올 시즌 기록한 25의 런 세이브는 유격수 1위이자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메이저리그 전체 2위 기록이었다. 그가 풀타임 활약한 2013년부터 최근 3년간 그가 기록하고 있는 런 세이브 94는, 같은 기간 55를 기록 중인 2위 매니 마차도(볼티모어)를 압도적으로 뛰어 넘는 단연 1위의 기록이다. 애틀랜타가 지난 2014년 당시 24세 시즌을 앞둔 시몬스와 일찌감치 7년간 5.8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도 그의 수비 능력 때문이었다.

에인절스로선 FA까지 1년이 남아있으며, 올 시즌 수비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아이바를 향후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시몬스로 바꾸게 됐다. 올해 내야 수비에서 곤혹을 치른 에인절스로선 수비에서 엄청난 전력 보강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딜의 핵심은 비단 시몬스만이 아닌 션 뉴컴도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뉴컴(22)은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드 15순위에서 지명된 선발 자원으로, 이미 팀 내 유망주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던 터였다. 좌완으로서 최고 구속 98마일의 강속구를 지녔으며, 커브는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구력에 다소 약점을 지니고 있으나, 올해 풀타임 프로 첫 해를 뛰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드래프트 1라운드 선수를 이듬해에 곧장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게다가 팀 내 유망주 자원이 풍족치 않은 가운데 좌완 파이어볼러를 보냈다는 점에서 일부 에인절스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주요 원인이 타선의 기복에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시몬스 영입이 팀 내 넘버 원 유망주를 포기할 만큼 시급한 현안이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몬스는 단단한 글러브와는 반대로 공격에서는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에인절스가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극심한 투고타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 타율은 각각 .253-.251-.25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명 타자 제도의 도입을 가져온 1972년의 .24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들이다. 2000년 전후로 메이저리그를 뒤덮은 약물 시대의 ‘점수 더 내기’ 양상은, ‘점수 덜 주기’로 바뀐 지 오래다. 투수들의 공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미세한 그립의 변경으로 인해 구종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결국 '저 실점 메타'의 일환으로 마운드 보강 이외에 당장 실점을 최소화하는 길은 수비 보강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투수력을 압축해서 가동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데, 올 시즌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 텍사스와 휴스턴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의 명암을 갈라 놓은 것은 결국 수비였다. NBA의 마이클 조던이 던진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라는 명언은 결코 농구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투고타저의 흐름과 함께 수비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에인절스와 애틀랜타간의 거래에 관한 손익계산서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에인절스나 2017년 새 구장 개장을 앞두고 유망주 수집에 나선 애틀랜타 모두 각기 나름의 이유가 있는 트레이드였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수비 강화를 위해 팀 내 넘버 원 투수 유망주를 내준다? 이전에는 결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임에 틀림없다. 물론 시몬스의 수비력은 단순 수비 강화 이상의 의미를 지닐 만큼 견고하고 단단하다. 또한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향후 공격력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 선수의 수비력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번 대형 트레이드는 현재 메이저리그의 패러다임을 대변해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구 마니아를 자칭하는 팬들에게, UZR, 런 세이브 등의 수비 지표는 더 이상 낯선 용어들이 아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는 보다 섬세한 수비 측정을 위해 STAT CAST를 통해 수비수의 타구 판단 시간, 이동 거리와 효율성 등을 측정하고 있다. 최근 수비의 가치를 높게 측정하고 있는 풍토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제이슨 헤이워드나 멀티 플레이어인 벤 조브리스트의 가치가 폭등하는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한 타자 혹은 한 구 마다 바뀌는 수비 쉬프트 역시 낯선 일이 아니다. 이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 만큼이나 ’한 베이스를 막아내는 수비‘에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몬스의 에인절스로의 이적. 지금 메이저리그는 수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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