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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니맨 시즌2, 정면돌파] ⑦ 일본 진출을 위해 일본인 기자를 납치(?)하다
진심은 어떻게든 통한다

나는 선수시절부터 일본과 미국을 공략해보고 싶었다. 은퇴를 한 까닭에 방망이를 들고 NPB(일본프로야구)에 도전할 수는 없지만 「저니맨 Journey man」을 들고 일본 출판시장에 뛰어들 자신은 있었다. 거기에 「밴드테라피, 기적의 10분 0.0069」이라는 회심의 차기작도 있었다. 동시출판이란 큰 꿈을 안고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확실했지만 가는 길이 막막했다. 일본어도 할 줄 몰랐고 일본에 지인도 없었다. 나를 이끌어줄 출판사 관계자도 없었다.

고단샤로 가는 길은 생판 몰랐던 사람들이 이끌어 줬다. 에이전트와 통역 없이 방망이와 글러브만 가진 채 미국과 멕시코에서 버텼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돈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열정과 진지함을 공유하는 것엔 돈도, 말도 필요 없었다. 내 진심을 알아본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도와줬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고 그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줬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듯이 말이다. 2008년 미국과 멕시코에서 통한 내 진심이 2011년 일본에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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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납치'했던 무로이 기자가 큰 힘을 써준 덕에 성사된 내 인터뷰. 일본 잡지에도 소개됐다.


한번 잡은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첫 인연은 선수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김남형 기자가 도와줬다. 일본 진출계획을 들은 그는 한 남자의 연락처를 건네줬다. 그 남자의 이름은 무로이 마사야. 한국야구를 사랑하고 한·일 프로야구에 정통한 기자였다. 한국어 기사를 쓸 정도로 우리말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곧바로 그 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무로이는 류현진 경기를 보기 위해 청주에 있었고 밤늦게 서울에 올라온 뒤 다음날 일본에 떠나는 타이트한 계획이 있었다. 시간이 없다며 내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간신히 잡은 일본진출의 실마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항상 그래왔듯이 몸으로 부딪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시간을 물은 뒤 도착 시간에 맞춰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청주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훑어보는데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었다. 내 예감은 정확했다. 그에게 근처 카페라도 가서 짧게 이야기 하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 호텔로 돌아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시간이 안 난다고 했다.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택시 대신 내 차를 타고 그동안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 달라했다.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다. 남부터미널에서 목동에 있는 호텔까지 가는 30분 동안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다. 진심을 담아 내 계획을 전했다. 처음 “한국 사람이 일본에 책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던 그도 내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마음을 여는 듯했다. 무로이는 호텔 근방에서 “밥이라도 먹으며 조금만 더 이야기 하자”라는 내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에서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너 같은 사람 처음 봤다. 내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내가 첫 번째 문은 열어줄 수 있겠다. ‘최익성토크쇼’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 시도해보고 연락주겠다.”라는 답을 얻어냈다. 나는 그제야 무로이를 놓아줬다. [정리=차원석 기자 @Notimeover]

* 최익성
이름보다 ‘저니맨’이란 호칭으로 더 유명한 남자. 힘들고 외로웠던 저니맨 인생을 거름삼아 두 번째 인생을 ‘정면돌파’ 중이다. 현재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를 지내며 후진양성에 힘 쏟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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