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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야구장 외야 담장과 모스트 발기부전 임플란트
이번 주 스포츠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야구 대표팀의 프리미어 12 우승일 것이다. 특히 개최국 일본의 홈 텃세에도 불구하고 적진 한 가운데서 9회 대역전극을 이뤄낸 준결승 한일전은 속시원한 명승부였다. 이처럼 야구는 여러 가지 흥미 요소가 많은 스포츠이다. 그런데 필자는 엉뚱하게도 야구를 볼 때면 관심 가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야구장마다 제각각인 외야 담장의 모양새이다.

맨 처음, 야구장의 외야 모양이 스타디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농구나 테니스처럼 야구장 역시 외야의 거리와 모양이 딱 정해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장은 내야의 크기가 국제 공통으로 정해져 있지만, 외야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거리만 지키면 자유롭게 모양을 변형시킬 수가 있다. 마치 골프 코스처럼 말이다! 실제로 야구에서는 최소 76m 거리만 넘으면 각 구장에서 자유롭게 외야의 모양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와 일본의 야구장들은 하나같이 얌전한 부채꼴 모양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종주국 미국의 외야들은 저마다 제각각이고 비대칭부터 다이아몬드, 정사각형 모양까지 개성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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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팬웨이 파크의 '그린 몬스터'.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팬웨이 파크에는 그린 몬스터라 불리는 11m짜리 좌측 담장이 버티고 있다. 좌측 담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아 홈런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왼손잡이 타자 배리 본즈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의 오른쪽 담장 거리가 비대칭적으로 짧은 것도 또 다른 예이다. 이처럼 야구에서는 홈팀의 승리에 유리하도록 경기장의 규격을 바꾸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엉뚱하지만 화제를 남성의 성기 쪽으로 한 번 돌려보자. 야구 스타디움의 크기를 바꾸는 것처럼 남성 성기의 크기나 길이를 연장시키는 수술은 혹시 가능한 것일까? 여러 가지 수술적 시도가 있으나 비슷한 사례의 하나를 발기부전 보형물(임플란트) 수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모스트(MoST: Modified Sliding Technique)라 불리는 새로운 수술 기법이다.

음경의 안 쪽에는 백막(tunica albuginea)이라는 조직이 있다. 백막은 음경 내부에서 가장 단단하고 질긴 막이다. 이 막의 안쪽에 혈액이 차면서 물풍선처럼 음경이 팽창하는 과정이 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막은 마치 야구장을 둘러싼 담장처럼 발기시 전체 음경 길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약물로도 효과가 없는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 인공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시켜주는 실리콘 보형물을 백막 안쪽에 넣어주는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지나치게 큰 보형물을 넣을 경우 백막에 많은 압력이 가해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백막의 용적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의 보형물을 삽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발기부전 수술 이후 음경 길이가 평소보다 1~2cm 단축되어 수술 이후 성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모스트 발기부전 임플란트는 홈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외야의 담장을 변형시키듯, 음경의 발기 길이를 결정하는 백막을 직접 절개하고 길이 방향으로 슬라이딩하는 수술법이다. 최근 영국 학회지(BJU)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1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시행한 결과, 평균 3.1c m 길이 연장 효과가 보고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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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발기부전 임플란트로 '여의봉'을 만들수 있을까.


물론, 사람 신체의 일부분인 음경을 야구장의 담장처럼 손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스트 발기부전 수술은 백막을 그대로 두는 기존 수술과 달리, 백막 주변의 혈관과 신경을 초정밀 박리해야 하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따라서 경험 많은 의료진과 수술의 효과 및 가능한 부작용 등을 상의하여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존의 발기부전 수술 이후 음경 길이의 단축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향후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메이저리그 구장들이 외야 담장을 변형시킴으로써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듯이 말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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