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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공룡군단이 마산야구장에서 전한 2015년의 마지막 그리고 첫 인사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긴 잠에 빠졌던 마산야구장이 오랜만에 북적거렸다. NC가 21,22일 마무리 캠프 청백전을 팬들과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룡군단과 공룡가족이 마산야구장에서 함께 보내는 올해 마지막 경기였다.

시즌 내내 다양한 이벤트로 공룡가족의 마음을 홀렸던 ‘엔런트’는 청백전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NC는 경기 3일 전부터 평소 높은 가격 탓에 이용하기 힘든 스카이박스 좌석을 공식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장에 가장 빨리 도착한 30명에겐 팬 사인회 티켓을, 100명에겐 생맥주를 나눠줬다. 뿐만 아니라 응모권을 지급하며 모든 관중들이 다양한 선물을 얻을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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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도 공룡가족들의 야구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21일은 야구장에 가기 망설여지는 날씨였다. 하늘은 언제든지 비가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한 여름의 뜨거운 야구장을 식혀주던 시원한 바람도 이날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시원했다.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는 야구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가진 공룡가족들을 막을 수 없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배포하는 팬 사인회 선착순 티켓을 받기위해 7시 30분부터 줄이 생겼다. 경기장 개방시간을 앞두고는 100~150여 명의 팬들이 2-1 게이트에서 팬샵까지 약 20m짜리 입장 대기줄도 만들었다. 응모권을 받아들고 야구장에 입성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마산야구장과 공룡군단과의 재회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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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배려 덕에 400~600명의 공룡가족이 이번 청백전에 함께 했다.


‘엔런트’는 청백전을 보러오지 못한 공룡가족들도 살뜰히 챙겼다. 직접 카메라와 방송장비를 준비해 아프리카 TV로 경기를 생중계했다. 생방송이 드문 고양다이노스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용했던 방법으로, 이날 경기도 고양다이노스 계정으로 방송됐다. 그 덕에 400~600명의 공룡가족이 추가로 청백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약 1,000명의 공룡가족들의 눈과 귀가 마산구장에 모였다.

때로는 훈훈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전광판에는 N팀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이름들이 가득했다. 청팀은 신인들로, 백팀은 고양다이노스 주축들로 구성됐기 때문. 특히 이번 경기는 포스트시즌 연습경기에 등판했던 정수민을 제외한 모든 신인선수들에게 NC 데뷔전과도 같았다. 장내 아나운서는 청팀 선수들이 타석과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출신학교, 지명순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공룡가족은 새로운 가족들을 따뜻한 박수로 맞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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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광판엔 N팀이 아닌 NC의 미래가 가득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훈훈했다. 1회말 김준완이 유격수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하여 1루를 밟았다. 세이프와 아웃을 쉽게 판단하기 힘든 타이밍. 심판은 지체 없이 아웃을 선언했다. 옆에 있었던 전준호 코치는 비디오 판독 손동작을 취하며 심판에게 귀여운(?) 어필을 했다. 전준호 코치의 예상치 못한 귀여운 어필에 관중과 선수들은 물론 심판까지도 미소로 화답했다. 1루 측에 앉아있던 어린 팬들은 응원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마냥 훈훈할 수만은 없는 경기였다. 선수들에겐 생존이 걸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번 청백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따뜻한 해외에서 본진과 함께 봄을 준비할지, 추운 한국에서 봄을 준비할지 정해진다. N팀 주축선수들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인정받은 유망주들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은 경쟁자이자 도전자다. 이들은 본진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스프링캠프에 대해 더욱 간절함 마음을 품고 있다.

21일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는 청팀의 조원빈과 이강혁이었다. 올해 입단(2차 9라운드)한 따끈따끈한 신인인 조원빈은 공수맹활약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2회 1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곧이어 공이 홈으로 중계되는 틈을 타 2루까지 내달리는 주루센스도 보여줬다. 3회 2사 2,3루 기회에서도 2타점 좌전 적시타로 팀에 4점차 리드를 안겼다.

드래프트 당시 호평을 받던 수비실력도 마음껏 뽐냈다. 4회 조평호의 빠른 타구가 2루수 도태훈 맞고 2루 베이스 쪽으로 튀어 올랐다. 조원빈은 재빨리 공을 잡아내 강한 송구로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정규경기였다면 올 시즌 최고의 수비 장면으로도 손꼽힐만한 멋진 플레이였다. 7회 1사 1,2루 위기에서도 박광열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2루 베이스 뒤에서 잡아낸 뒤 1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빠른 발과 정교한 송구능력을 엿볼 수 있는 수비였다.

청팀 4번 타자로 출장한 이강혁은 사실 NC선수가 아니다. 연천 미라클 소속으로 NC 입단테스트를 받고 있던 중에 경기를 나선 것. 다른 선수들보다 더욱 근본적인 의미의 생존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강혁은 마산야구장을 ‘테스트장’이 아닌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서 깔끔한 우전안타로 포문을 연 뒤, 조원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3회 1사 2루에서도 중전안타와 2루 도루로 상대 투수를 크게 흔들었다. 5회엔 바뀐 투수 임서준을 상대로 우월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이강혁쇼’의 정점을 찍었다. 코칭스태프는 몰라도 공룡가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것 만큼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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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함께였기에 감사했던 '마무리'였다.


이날 경기는 청팀이 5-3로 승리했지만 공룡가족에게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청백전을 통해 오랜만에 야구갈증을 풀 수 있었고, 한동안 하이라이트로 밖에 볼 수 없던 선수들과 미래를 이끌 신인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서로가 함께했다는 그자체로 감사했던 마무리훈련이자 2015년의 마무리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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