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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C 2차예선] 미얀마 전 완승, 답답한 흐름 바꾼 슈틸리케의 교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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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의 교체카드는 절묘했다.



하마터면 지루할 뻔한 경기를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교체를 통해 이겨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 승리로 대표팀(승점 15점)은 G조에서 5전 전승으로 2위 쿠웨이트(승점 10점)와의 간격을 더 벌리면서 3차예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상대적인 전력이 많이 떨어지는 미얀마를 상대했기 때문에 경기 초반부터 대표팀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러갔다. 경기 내내 무려 80%에 육박하는 볼 점유율을 가져갔고 최후방의 곽태휘와 김영권까지 하프라인 위로 올라가면서 굉장히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했다.

당연히 선제골도 대표팀의 몫이었다. 전반 18분 기성용의 장거리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침착한 퍼스트 터치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이재성의 침착함과 동시에 기성용의 패스 클래스를 엿볼 수 있었다. 이후에 장현수가 패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전반 30분 구자철이 지동원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시키면서 두 번째 골까지 성공시켰다.

대량득점이 예견됐지만 후반 들어 대표팀의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후방에서 패스미스가 잦아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11명의 선수가 모두 수비에 가담한 미얀마가 중원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함으로써 대표팀의 공격을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기성용 의존증의 부작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성용에게 많은 수비수가 달려든 것은 아니었지만 중앙으로 뿌려줄 수 있는 패스길을 모조리 차단한 미얀마였다. 이럴 때에는 측면을 활용하거나 선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대표팀은 그러지 못했다. 중앙이 꽉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언제나 기성용만을 찾았다.

경직된 측면공격이 가장 문제였다.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지동원과 이재성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이재성의 경우 선제골을 기록했고 지동원도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러나 둘 다 전문적인 윙어가 아니다 보니 크로스 횟수가 적었다. 측면을 활용하기 보다는 다시 중앙으로 공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댓발 윙어 전술을 사용하는 슈틸리케호이기 때문에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이 중요했지만 오늘 출전한 김진수와 장현수는 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김진수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왠지 모르게 몸이 무거워 보였다. 퍼스트 터치가 제대로 안 되면서 제대로 된 타이밍에 크로스를 올리지 못했다. 반대편 장현수는 주 포지션이 아닌 탓에 오버래핑 자체가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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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짧은 시간 안에 무려 2도움을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는 슈틸리케 감독도 감지했다. 손흥민과 남태희를 투입하면서 활로찾기에 나섰다. 두 선수 모두 측면에서 활동이 가능한 선수고 2선에서 자유로운 스위칭에 능한 선수였다. 중앙이 막혀있고 측면공격마저 활성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최적의 카드였던 셈이다.

교체들어간 두 선수는 기대에 100% 보답해냈다. 손흥민은 들어가자마자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이더니 후반 37분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장현수의 헤딩골을 이끌었다. 경기 내내 세트피스 정확도가 떨어진 대표팀의 문제점을 손흥민 투입 하나로 해결되는 모습이었다.

‘카타르 메시’ 남태희도 이에 뒤질세라 투입되자마자 왕성한 활동량을 가져가며 상대 수비를 위협했다. 기본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했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 40분 손흥민과의 기가막힌 2대1 패스를 통해 수비진을 벗겨낸 후 정확한 슈팅을 골로 연결시켰다. 자칫 2골만을 기록하며 시무룩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던 대표팀에 두 선수는 엄청난 활기를 불어 넣었다.

모든 경기를 다 잘할 수는 없다. 이날 경기에서도 대표팀은 분명히 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난감하다. 그러나 경기가 안 풀릴 때 변화를 통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다. 이것을 슈틸리케 감독은 보여줬다. 올해 치러진 A매치에서 슈틸리케호는 15승 3무 1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이미 기대치를 넘어선 성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왠지 슈틸리케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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