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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노마드’ 100대 코스 여행자들의 세계
28살에 100대 코스 섭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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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세계 100대 코스 여행자 퍼갈 오리리. 세계 41위인 더컨트리클럽 라운드를 마치고 촬영. (사진=오리리 제공)


올해 32살인 아일랜드 출신의 IT기술자 퍼갈 오리리는 지난 8월에 세계 100대 코스를 모두 라운드하면서 최연소 세계 100대 코스 라운드를 마스터한 여행가가 됐다. 오리리는 '금수저'라도 물고 태어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오리리는 포트마녹 골프장 옆에서 자라면서 골프를 배웠다. 그는 대학 시절 여름 방학을 이용해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라인의 더컨트리클럽에서 여름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국 코스들을 섭렵했다.

오리리는 미국 전역에 깔린 골프장 소속 캐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명문 골프장의 라운드 기회를 얻었다. 언더파를 칠 정도의 뛰어난 골프 실력에 새로운 코스를 탐험하고 싶은 열정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보통 골퍼라면 부킹조차 힘든 사이프러스포인트, 시네콕힐스, 오거스타내셔널까지 라운드 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에서 직장을 얻었으나 그의 코스 여행은 지속되었다. 주말이면 먼 곳으로 골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2011년 28세에 서튼베이를 라운드함으로써 ‘미국 100대 코스’를 모두 섭렵했다.

미국의 베스트 코스를 순례를 마친 뒤로는 매주 떠나기는 어렵지만, 나라 별로 타깃을 잡아 골프 여행 계획을 잡도록 했다. 해외에 출장이라도 잡히면 꼭 세계 베스트 코스 리스트를 살펴 라운드하면서 빈칸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더반CC를 라운드하면서 100대 코스 순례를 마쳤다.

USGA직원과 부부

일본인 마사 니시지마는 영국의 코스정보 사이트 ‘톱100골프코스’의 컨설턴트다. 벌써 4년 전에 세계 100대 코스를 모두 돌아봤다. 그는 이들 코스 순위에 변동이 있으면 들러서 확인하고 그걸 또 자신의 사이트에 올리거나 컨설팅을 한다. 50대 중반인 그는 27살이던 89년에 미국골프협회(USGA) 직원으로 일하면서 ‘세계 100대 코스’다 돌아보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미국 동부의 명문 코스들은 회원 아니면 골프장 입장조차 불가능했다’고 회고한다.

미국의 골프잡지 <골프매거진>의 100대 골프장 패널인 노먼 클라파다(77), 샘 클라파다(73) 부부는 1998년에 세계 100대 코스 순례를 끝낸 유일한 부부 골프 여행가다. LA에 살고 있는 클라파다 부부는 지금까지 50개국 이상에서 라운드한 골프장이 1,000여 곳을 넘는다. 노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셔츠 관련 사업을 하다가 1990년 은퇴했다.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골프여행으로 여생을 소일하는 이른바 ‘팔자 좋은’ 부부다. 하지만 그들도 초기에는 클럽챔피언을 지낸 회원이 소개시켜 주거나 클럽 헤드프로가 연결해주면서 골프장을 힘들게 라운드 했다. 코스 패널이 되고부터는 100대 코스 여행가들의 인맥을 통해 골프장 부킹을 잡았다. 요즘은 메일 한두 번이면 어디든 부킹이 문제없으나 기력이 따르지 않는 게 문제다.

좋아진 여건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골프라는 게임은 종전까지 중년 남자들의 동네 커뮤니티였다. 따라서 홈페이지도 필요없고 폐쇄적으로 운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32세 청년이 전 세계 명문 코스를 돌아볼 수 있다. 가장 큰 분기점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였다. 상당수 회원제 클럽들이 대거 개방 정책으로 돌아섰다. 경제적으로 곤란해진 골퍼들이 빠져나갔고, 이후로는 젊은층들은 하루에 4~5시간을 소비하는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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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제주도 롯데 스카이힐 코스에서 세계 100대 코스 달성 여행가 마사 니시지마(왼쪽)와 미국인 밥 맥코이.


회원이 빠지고 신규 유입이 없어지자 고급 회원제 코스들은 골프장 홈페이지를 새롭게 만드는가 하면, 스페셜 패키지로 골프장 라운드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출시했다. 영국의 명 코스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부킹하면 회원들이 이용하는 주말을 제외하면 언제나 라운드가 가능해졌다. 한국처럼 최소한 3명 이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한 명이어도 티타임을 잡을 수 있다.

지난 10일 ‘2016 세계 100대 코스’를 발표한 영국의 골프 정보 전문사이트(top100golfcourses.co.uk)에는 전 세계의 골프 여행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라운드 후기를 남기며 코스를 평가한다. 한국 항목을 보면 베스트 코스 15개의 골프장 정보가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골프 여행광들이 모여 있어 가능했다. 톱100골프코스는 세계 100대 코스를 다 돌아본 골퍼만 26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핸디캡 5의 테드릭은 유럽 전역의 코스를 일주를 마치고 최근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와 코스들에 대한 비평을 남겼다. 그는 이 사이트에 147곳의 코스 평가 글을 남겼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교사인 핸디캡 14인 짐 로버트슨은 자국 내 300개 코스를 라운드했다. 그 뒤로는 유럽으로 영역을 넓혀 124개 코스를 평가했다.

골프 노마드의 미래는 밝다

예전에는 골프가 단지 친구나 지인들과의 휴식에만 그쳤으나 골프 부킹이 쉬워지고 골프 자체가 스포츠의 영역으로 정착되면서 각국의 유명 골프장을 골라 여행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세상은 더 좁아졌고, 이동은 더 편리해졌으니 골프로 유랑하는 여행자, 즉 골프 노마드가 형성되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만의 백상현 전무는 지난해 여름 <당신도 라운드 할 수 있는 세계 100대 코스-유럽편>이란 책을 냈다. 예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홍콩, 서울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비교적 긴 휴가를 이용해 유럽의 많은 코스를 직접 부킹하면서, 차를 몰고 여행하면서 돌아본 경험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 유럽 코스는 거의 모두 망라되었는데, 이들 코스는 인터넷으로 부킹하고 손수 운전하고 다녔다고 한다. “숙소는 고급스럽지 않더라도 영어가 가능하고, 렌터카로 운전을 스스로 하더라도 코스를 돌아볼 용기만 있으면 그때의 만족도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래의 골프 여행은 이런 방식이 일상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SF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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