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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의 주간 브리핑] 헤인즈-김주성의 대기록, 변화가 발전을 이끈다
지난 주 프로농구에는 여러모로 이슈가 많았습니다. 먼저 5일 오리온과 모비스 간 ‘선두권 빅뱅’이 있었죠. 모비스는 이날 패배로 올시즌 처음으로 연패의 쓰라림을 맛봤습니다. 한편 기세등등하던 오리온 역시 7일 KGC인삼공사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는데요. KGC는 어느덧 홈에서만 10연승, 그야말로 ‘안양불패’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거함 오리온을 격침시키며 3연승 신바람을 낸 KGC는 오세근이 돌아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팀입니다.

[막간 관전평] ‘만수’의 비책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1,2위 팀간 2라운드 맞대결은 이번에도 오리온의 낙승으로 끝났습니다. 양동근을 장착(?)한 모비스가 1라운드 패배를 설욕하고자 별렀던 것 치고는 점수차도 꽤 컸는데요. 15점차 대승이면 오리온이 대어를 생각보다 쉽게 낚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날의 강태공은 헤인즈가 아닌 조 잭슨이었습니다. 쉴새없이 모비스 코트를 헤집고 다니며 팀내 최다인 25득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올시즌 개인 최다득점기록이기도 하죠.

이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선택한 비책은 존 디펜스였습니다. 이례적으로 경기 시작부터 3-2 지역방어를 가동하며 오리온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오리온은 잭슨의 돌파, 이승현과 헤인즈의 하이-로우 게임, 허일영의 외곽포 등 다채로운 무기로 ‘만수’가 쳐놓은 함정을 요리조리 피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은 모비스 아이라 클라크가 하이포스트에 있는 이승현에게 볼이 들어갔을 때 좀더 과감한 수비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윙에 서 있는 선수들은 오리온의 외곽포를 봉쇄해야 한다손 치더라도, 클라크의 높이 정도면 충분히 이승현을 압박해 하이-로우 게임을 뻑뻑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크 입장에서는 물론 골밑의 헤인즈를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을 했겠지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한쪽을 틀어막는 쪽이 나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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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KBL 최고' KBL 역대 외국선수 득점 1위에 오른 오리온 애런 헤인즈(오른쪽).



헤인즈와 김주성의 대기록, 변화가 발전을 이끈다

지난 주에는 역사적인 대기록도 연달아 나왔습니다. 먼저 오리온의 애런 헤인즈가 7일 KGC 원정경기에서 18득점을 보태며 조니 맥도웰(전 모비스, 통산 7,077득점)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외국선수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7,081점). 이는 8시즌 358경기 만에 달성한 뜻깊은 기록인데요. 바로 다음날 전자랜드 전에서 다시 26득점을 추가한 헤인즈는 외국선수 역대 최초 7,100득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이뿐 아니죠. 헤인즈는 같은날 18리바운드 11어시스트도 곁들여 KBL 통산 109번째이자 올시즌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했습니다. 굵직한 기록들이 한 경기에서 나오다 보니 트리플더블이라는 대단한 기록은 묻힌 감도 없지 않았는데요. 이는 그만큼 헤인즈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방증하는 셈이죠. 헤인즈도 KBL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여러모로 의미 있는 기록이 덤이 됐습니다.

2008-2009시즌 삼성의 대체외국선수로 처음 한국땅을 밟은 헤인즈는 이후 몇 시즌 동안에도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기보다는 대체선수로 KBL 무대를 찾았습니다(2010-11시즌 제외). 시즌 개막부터 붙박이 외국선수로 함께한 지는 2012-2013시즌부터죠. 이제는 스스로 “내가 최고의 외국인선수”라고 당당히 말한다는 헤인즈는 어쩌면 자신의 농구인생을 KBL에서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헤인즈는 그야말로 ‘한국형 외국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KBL과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죠. 냉정히 말하면 그의 웨이트나 신장이 유럽 등 여타 리그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동시에 KBL이 여전히 몸싸움에 관대하지 않은 리그라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헤인즈는 이러한 리그 특성을 너무도 잘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선수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파울유도능력에 당하는 심판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헤인즈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는 영리하게,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헤인즈가 이번 기록 달성을 통해 KBL 최고의 외국선수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줬다면 국내에는 김주성이 있었습니다. 8일 KCC와의 홈경기에서 개인통산 4,000리바운드를 달성했죠. 이는 서장훈(전 kt)에 이어 KBL 역대 2호로 달성한 대기록입니다. 부상 복귀 후 동부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김주성은 명실상부 서장훈의 뒤를 잇는 ‘국보급 빅맨’으로서 KBL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서장훈이 파워와 정확한 슈팅력을 앞세운 ‘공격형 센터’였다면 김주성은 기동력과 탄력, 높이를 바탕으로 수비에서의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선수입니다. KBL 개인통산 블록 1위(991개)를 달리고 있는 김주성은 이제 역대 최초 1,000블록에 단 9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서장훈이 갖고 있는 2위 기록이 463개임을 감안하면 김주성의 블록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이 되네요.

대기록 뒤에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기록을 위해 농구하는 선수는 아마 없을 겁니다. 남보다 더 노력하고, 농구에 집중한 결과가 기록이라는 값진 결실로 돌아오는 것이죠. ‘기록은 깨지려고 존재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김주성도 언젠가 같은 말을 하더군요. 이들의 기록도 분명 언젠가는 후배들의 노력에 의해 깨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한국농구는 발전을 거듭할 것입니다. ‘변화가 발전을 이끈다.’ 농구인 입장에서 후배들의 활발한 기록 경신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 11월 1주 UP &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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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인삼공사는 7일 선두 오리온을 '홈 10연승'의 제물로 삼았다.



UP! ‘안양불패’ KGC, ‘구멍을 메워라’ KCC
KGC와 KCC가 나란히 지난주 경기를 내리 잡으며 3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양팀 모두 11승 8패, 공동 3위로 순위표상 위치도 같군요. 오는 10일에 있을 맞대결이 기대가 됩니다.

KGC는 7일 선두 오리온을 잡은 게 컸습니다. 무려 23점차 대승이었죠. 의외의 승부가 펼쳐져 저도 무척 놀랐는데요. 이날 경기결과는 눈에 보이는 전력보다도,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KGC 선수들의 몸놀림에서는 ‘안방에서 선두를 한번 잡아보자’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한편 오리온은 모비스와의 혈전에서 너끈히 승리를 따낸 자신감이 방심으로 이어진 듯했죠. 객관적인 전력차와 최종 스코어 사이에 생각보다 큰 괴리가 있다는 건 그만큼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을 좌우했음을 의미합니다.

어찌됐건 KGC는 이날 승리로 ‘홈 10연승’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야말로 ‘안양불패’라는 말이 꼭 들어맞네요. 물론 많은 팀들이 대체적으로 원정경기보다 홈경기 승률이 우세한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익숙함’이겠죠. 이동거리, 체력적인 부분에서부터 사소하게는 코트 바닥, 백보드의 느낌까지, 선수들은 안방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KGC 선수들에게는 ‘연승기록’이라는 명백한 수치가 자신감을 더해줬을 겁니다. 당분간 KGC의 안방 강세는 계속될 여지가 큽니다.

KCC는 갖고 있는 단점을 잘 메운 덕에 연승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KCC의 중심전력은 전태풍-에밋-포웰의 삼각편대에 하승진-김태술이 뒤를 받치는 모양을 띠는데요. 문제는 항상 남은 한 자리에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추승균 감독은 이 부분을 김태홍-정희재-신명호-김효범 등을 로테이션으로 기용해 메우고 있는데, 이게 잘 맞아떨어지면 KCC는 좋은 경기를 하게 됩니다. 반면 KCC가 패하는 경기는 이 부분에서 누수가 일어난 때죠. 이런 면에서 KCC는 항상 과제를 갖고 있는 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볼을 가지고 하는 농구’에 익숙하다는 것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1대1 위주의 플레이는 반드시 기복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지도자들이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같은 득점이라도 정말 팀을 이기게 만드는 건 혼자 치고 들어가 넣는 게 아니라 과정이 있는 득점입니다. 2라운드 막판 기세가 좋았던 KCC가 3라운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좀더 팀플레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DOWN.. ‘아! 정영삼…’ 전자랜드, ‘아직은 예열 중?’ 삼성
전자랜드가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GC-KCC-오리온 등 상위권 팀들을 연달아 만나는 등, 대진운도 따르지 않으며 4연패의 늪에 빠져 있네요. 모비스를 상대하는 다음 주 일정도 만만찮은데요. 유도훈 감독의 걱정이 깊을 듯싶네요.

스미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허버트 힐은 승부를 결정짓는 해결사 본능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오리온 시절 직접 가르쳐보기도 했지만 워낙 온순하고 심성이 착한 선수라 욕심이 그리 많지 않죠. 설상가상 주포 정영삼이 다시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국내선수들의 득점 지원이 절실합니다.

2연패에 빠진 삼성은 7일 kt전 패배가 아쉬웠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내준 셈이죠. 이날 패배로 삼성은 정확히 5할 승률(9승9패)로 2라운드를 마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올시즌 삼성의 전력이 좋아졌다지만, 초반 들쑥날쑥한 성적을 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 막 업그레이드를 해놓은 상황에서 팀이 여무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문태영 같은 경우는 손발을 맞춘 시간도 아직 얼마 되지 않았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일수록, 점차 호흡이 맞아갈 때 나오는 시너지가 여타 팀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토종 선수 라인업이 좋은 KGC의 최근 약진이 좋은 예죠. 삼성도 조각났던 퍼즐을 점차 맞춰가면서 120%, 혹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뿜어낼지 모를 일입니다. 아마 올시즌 삼성의 진가는 리그 후반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 11월 2주, 이 경기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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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이 살아난 kt는 3라운드 가장 주목할 만한 팀이다.



# 10일 KGC인삼공사 vs KCC (19시, 안양)

앞서 말씀드렸듯 나란히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양팀이 ‘공동 3위 전쟁’을 치릅니다. 장소는 공교롭게도 안양이네요. KCC가 안양의 강한 기운에 맞서 인삼공사의 홈 11연승을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15일 kt vs 동부 (16시, 부산)
개인적으로 3라운드 가장 주목할 만한 팀으로 kt를 꼽고 싶습니다. 갖고 있는 전력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조성민의 컨디션도 점차 본궤도에 올라선 모습입니다. 3라운드에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올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3라운드에 힘을 받지 못하면 자칫 후반기 치고나갈 동력이 부족해질지도 모릅니다.

동부전은 약 열흘만의 리턴매치입니다. 지난 4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김주성이 돌아온 동부가 13점차 대승을 거뒀는데요. kt의 분위기는 분명 그때와는 다릅니다. 연승 이후 일주일간의 휴식을 갖게 된 kt가 동부를 잡는다면 충분히 중위권 싸움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동부 역시 상위권 도약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라 사활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도-조성민과 두경민-허웅 간 앞선 싸움이 볼만하겠네요. [김유택 SPOTV 해설위원]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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