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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T캡스챔피어십]슬럼프 겪으며 깊어진 고진영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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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달라졌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이후의 슬럼프를 딛고 ADT캡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로 나선 고진영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한 승부근성에, 필 미켈슨처럼 늘 핀을 직접 공략하는 공격적인 플레이, 그리고 빼어난 성적. KLPGA 2년차 톱랭커 고진영(20·넵스)에 대한 이미지는 좀 강했다. 심지어 상대선수의 실격을 유도하는 스코어카드 오기 등의 황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단아한 외모까지 더해져 웬만해서는 호락호락한 면을 보지 않는 듯했다. 마치 바늘로 톡 찌르면 그 후사가 걱정될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우승할 자신은 있어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을 축하해줄 일이 생기면 축하해야죠”, “영혼 없이 치는 것보다 생각을 바로 하고, 의식을 같고 치는 것이 목표예요”, “이번 대회에서 아직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싶었어요”, “능력 있고 행복한 선수, 웃으면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7일 부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 6,591야드)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5억 원)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1타차 단독선두(합계 8언더파 136타)로 나선은 고진영은 예전과는 자못 다른 아우라를 풍겼다. 달변은 여전했지만, 중간중간 철학적인 멘트를 섞는 등 성숙된 면을 보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최근에 읽은 책이 ‘오만과 편견’이었다고 한다.

비온 뒤 땅이 굳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일까. 상반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이어 8월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다 잡았던 메이저 우승을 아깝게 놓친 뒤 고진영은 슬럼프에 빠졌다. 최근 두 대회에서는 무릎부상까지 겹치며 컷탈락-기권으로 최악이었다. 더 잘하겠다는 욕심에 코치를 바꾸고, 스윙에 변화를 주다가 되레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실패가 없는 사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걸출한 신예였기에 일찍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더 큰 선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으면 우승을 놓치는 일이 좀처럼 없는 고진영. 슬럼프를 통해 오만과 편견을 깨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그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아래 내용은 공식인터뷰 및 <헤럴드스포츠>와의 단독 영상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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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이틀 연속 4언더파를 치며 1타 차 단독선두로 나선 고진영. 부산=채승훈 기자


-오늘 비가 많이 왔는데 어땠는지?

▲ 전반에 바람은 불었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비가 와서 좀 힘들었다. 비가 오면 클럽선택에 신중해야 하고, 플레이도 느려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은 타수를 잃지 않고 지키면서 플레이한 게 도움이 됐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다녀와서 부진했는데.
▲ 그렇다. 브리티시와 에비앙 대회 등 쉬워야 할 시기에 쉬지 못한 게 무리가 됐다. 그리고 더 잘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 욕심이 많아지면서 공에 집중하지 않고, 남의 스코어에 신경 쓰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다행인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나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다.

-시즌 중 스윙에 변화를 주면서 좀 힘들어한 것 같은데.
▲ 컷탈락한 하이원리조트오픈이 끝난 후 거리를 늘리고,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코치님을 바꾸고, 스윙변화도 시도했다. 다소 무모했고,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다. 지금은 다시 예전 프로님으로 돌아갔고, 워낙에 호흡이 잘 맞아 마음이 편해졌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맞으면 늘 우승했는데.
▲ 좋은 징크스로 생각하겠다.

- 삼천리 대회 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역전우승의 찬스를 놓쳤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는데 심정이 어떤가?
▲ 기상악화로 취소되면 어쩔 수 없지만 3라운드 대회이니 비로 취소가 되는 것보다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다. 내일 칠 각오를 하고 있다. 삼천리 때도 조금 아쉬웠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 것이 오히려 다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도움이 됐다.

- 내일 챔피언조로 나서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목표가 무엇이었나?
▲ 이번 대회에서 나름대로 세운 목표가 있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고, 특히 기권을 한 지난 주 대회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발버둥 칠수록 더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번 대회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계치 넘어보자, 영혼 없이 치는 것보다 생각을 바로 하고, 의식을 갖고 치자라고 목표를 정했다.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무릎도 아직 아프지만 웨이트를 하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끝으로 해외진출 계획은.
▲ 원래 올시즌이 끝나면 미LPGA에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내년으로 늦췄다. [헤럴드스포츠(부산)=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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