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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T캡스에서 만난 사람]'이기적 유전자' 골프테이너 박시현
신이 있다면 참 많은 달란트를 받은 아가씨다. 역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로 해석하면 ‘이기적 유전자’가 종족보존을 위해 제대로 기능한 사례일 게다. 내로라하는 스포츠집안 출신에, 뒤늦게 골프를 시작하고도 1부투어 프로 생활을 했고, 지금은 훤칠한 외모와 재치있는 진행으로 인기 골프테이너로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프로골퍼 방송인 박시현(27) 얘기다. 잘 모르시는 골프팬들은 한국 골프프로그램 시청률 1위인 ‘고교동창 골프최강전’(SBS골프)을 진행하는 발랄한 아가씨를 연상하면 된다. 7일 ADT캡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부산의 해운대비치 골프&리조트에서 만난 박시현 프로는 ‘방송인’답게 즐거운 인터뷰의 전형을 보여줬다. 물 흐르듯 자기 얘기를 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오랜만에 인터뷰어에서 인터뷰이가 된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말이다.

“방송도, 골프(레슨), 학업도 참 바빠요. 여기에 결혼까지 빨리 하고 싶네요. 아버지는 시집가지 말라고 하지만요.” 제법 괜찮은 골프테이너 한 명을 뜯어보는 것도 골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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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와 태권도 유전자를 합쳐 골퍼가 됐고, 지금은 방송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시현 프로.


배구+골프=two 골퍼

먼저 거창하게 달란트와 유전자로 시작했으니 박시현 프로의 집안을 살펴보자. 어머니는 올드 스포츠팬이라면 그 이름 석 자를 기억할 만한 배구스타 유애자(53 한국배구연맹 유소년위원) 씨다. 1980년대 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로 활약했는데 뛰어난 외모 덕에 외국에서 ‘미스 발리볼코리아’로 불렸던 원조 미녀 스타다. 아버지는 태권도 9단으로 경기도 광명에서 최대 규모의 태권도도장을 운영한 박상학(59) 씨다.

여기에 남동생 박성호(25) 프로는 KPGA 2,3부 투어를 뛰고 있다. 192cm, 87kg의 모델 같은 체형에 꽃미남 마스크이고, 한국 장타선수권대회 5연패와 일본 드라콘 장타대회 2연패에 빛나는 ‘아시아 장타왕’이다. 어머니가 180cm, 아버지가 177cm, 그리고 박시현 프로가 174cm이니 식구 전체가 길쭉길쭉하다. 여기에 운동신경까지 뛰어나니 두 말이 필요 없는 스포츠 집안이다. “저 그래도 KLPGA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서 상도 받은 골퍼예요.” 맞다. 박시현도 2008년 KLPGA 베스트드레서상을 수상한 미녀골퍼다.

“유전자 탓일까요? 초중고 때 체력장이나 체육대회나 뭐든 계속 1등을 했어요. 체육부장은 무조건 제 몫이었죠.” 힘든 운동세계를 아는 까닭에 부모는 엘리트 체육을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 광성중학교 2학년 때 아들(박성호)이 골프에 재능을 보이자, 골프선수로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내 3학년이던 박시현도 골프채를 잡았다. 중학교 3학년이면 잘나가는 또래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시기다. 남들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때 시작했으니 골프입문은 늦어도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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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고교동창골프최강전'을 오래 진행한 탓일까, 박시현 프로는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말을 한다. 부산=채승훈 기자


투어 프로만 골퍼인 것은 아니죠

박시현은 4년 만에 프로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늦은 스타트가 부담이 됐고, 2008년부터 세 시즌 동안 1부 투어에서 뛰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더욱이 자신과 같은 88년생은 ‘세리 키즈’로 유명한 박인비, 신지애, 김하늘, 김인경, 김송희, 이보미, 이정은 등 역대 최강의 또래들이었다. 그래서 시드를 잃자 미련 없이 투어생활을 접었다.

“솔직히 프로가 된 것으로도 만족했어요. 그리고 투어생활이 골프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2012년부터 방송일을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것이 선수생활을 할 때는 한 번도 카메라조에 든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만날 TV에 나가잖아요(웃음).”

박시현은 바쁘다. 올해까지 고교동창 골프최강전을 3년 연속 맡았고, KLPGA투어 대회는 ‘코스 해설자’로 나선다. 여기에 개인레슨을 하고, 최근 3년 동안 미LPGA 클래스A 과정을 마쳐 올해 안에 자격증을 받는다. 또 최근에는 그동안 미뤘던 석사과정(경희대 스포츠커뮤니케이션융합)에도 지원했다. 그마나 고교동창 프로그램의 올시즌 회차가 마무리됐고, KLPGA투어도 다음 주면 끝나는 까닭에 겨울에 좀 쉴 생각이다.

골프테이너가 좋아
따지고 보면 화려한 프로생활도 화무십일홍이다. 프로골퍼에게도 선수 이후의 삶이 중요하다. 박시현 프로는 ‘골프테이너(골프+엔터테이너)’라는 말을 좋아한다. 레슨도 하고, 공부도 하지만 방송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제가 제 고등학교(제주관광고) 교가를 못 외워요. 그런데 고교동창 골프최강전을 진행하면서 전국의 유명 남녀 고등학교 동문회는 다 섭렵했어요. 심지어 2013년 우승한 배재고는 교가와 응원가까지 제가 따라부른다니까요. 방송을 통해 평소에는 제가 쉽게 어울릴 수 없는 분들과 쉽게 사귀게 되고, 방송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음식점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몰래 계산을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박시현 프로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준 의 김지훈 PD에게 “특별히 감사하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또 이번 ADT캡스 대회에서 첫 선을 보인 서희경의 해설을 극찬하면서 "보다 많은 프로들이 방송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그럼 꿈은 무엇일까? “저는 강연을 하고 싶어요. 골프를 통한 강연요. 원포인트레슨도 하고, 사람 사는 얘기도 하는 거요. 토크쇼 같은 것도 좋아요. 방송이든 기업체강연 식의 오프라인이든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며 살고 싶어요. 물론 그러려면 학업도 그렇고, 더욱 많이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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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방송쟁이다. 포즈를 바꾸자는 주문에 박시현 프로는 '이렇게 팔짱을 살짝 끼면 어떠냐"고 노타음으로 응수한다. 부산=채승훈 기자


“결혼하고 싶어요”

제법 소득도 괜찮은 편인데 결혼계획은 어떨까? 보통 이 정도면 ‘바빠서 남자 사귈 시간이 없어요. 아직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하려고 지금까지도 부모님집에서 얹혀 살며 돈도 모으고 있어요. 아빠는 ‘시집가지 마라’고 하지만 전 빨리 갈 거에요. 물론 결혼 후에도 제 일을 계속할 것이고요.”

누가 봐도 괜찮은 신부감인 박시현 프로는 자기를 많이 좋아해주고, 자기 일에 충실한 남자라면 언제든 사귈 의사가 있다고 한다. 외모는 장동건 같은 조각남보다는 김수현 송중기처럼 눈매가 선한 사람이 좋단다. 참고로 박시현 프로에게 관심이 있는 남자라면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남매가 태권도 4단이고, 어머니가 5단이니 이 가족의 태권도 단수가 도합 22단이라는 점을. [해운대비치골프&리조트(부산)=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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