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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오늘만 살았던' 두산, '내일을 바라본' NC
22일 경기결과: NC 다이노스 0-7 두산 베어스

숱한 위기를 ONE TEAM으로 막다

해커는 정규시즌 때처럼 좋은 공을 뿌렸다. 1차전의 악몽은 잊은 듯했다. 하지만 두산이 해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나왔다. 해커가 빠른 승부를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볼카운트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출루에 성공했다(지면 끝이라는 독기도 배트에 힘을 실었을 것이다). 1회말은 삼자범퇴로 끝났지만 이후 이닝은 꾸준히 주자가 나갔다. 2,3회엔 득점권 주자가 나갔고 4,5회는 1사 후 주자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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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이 글러브에 끼지 않고 병살타가 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초반 위기는 해커 스스로 막아냈다. 2회 1사 2,3루에선 오재원의 투수강습 타구를 해커가 잘 잡아냈다. 베이스에서 크게 벗어나 있던 3루 주자를 김태군이 적극적인 런다운으로 처리했다. 3회 2사 후엔 허경민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해커가 스트라이크 3개를 내리 꽂으며 이닝을 매조지었다.

해커가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를 보이기 시작한 4회부터는 동료들이 해커를 지켜줬다. 4회 1사 1,2루에서 오재원이 좌측으로 뜬공을 보냈다. 타구는 좌익수-3루수-유격수 사이를 향했다. 누가 먼저 달려들기에도 어려운 위치. 김종호가 타구를 책임지기로 했다. 몸을 던지며 공을 걷어냈다. 오른손 글러브로 잡기 어려운 위치였음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5회 1사 1루에선 김태군이 허경민의 삼진을 유도해냄과 동시에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2루를 훔치려던 정수빈을 저격했다.

‘지금 이 순간’에 전부를 걸었던 두산

두산은 4차전 필승을 위해 세 가지 승부수를 걸었다. 첫 번째는 1차전 117구 완봉승을 거둔 니퍼트를 선발등판 시킨 것. NC는 4차전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니퍼트를 빨리 강판시켜야 했다. 투구 수를 늘리는 공격이 필요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니퍼트를 상대한 22타석 중 3번만 초구에 배트를 낸 것이 그 증거. 하지만 상대는 이를 역이용했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14개(64%)에 달했다. 피로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1차전처럼 위력적인 공을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꽂았다. NC타자들은 이번에도 니퍼트 공략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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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니느님'은 정말 언터쳐블 했다. NC팬이지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피칭이었다.


두 번째는 주전 포수 양의지의 선발출장. 양의지는 2차전에서 나성범의 파울타구에 발가락 미세 골절 부상을 당했다. 자연치유가 가능한 정도였지만 발끝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 포수에겐 치명적이었다. 3차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양의지가 진통제를 맞으면서까지 출전을 강행했다. ‘양의지 효과’는 엄청났다. 공격적인 리드로 니퍼트를 잘 이끌었고 2회엔 이종욱의 도루도 막았다.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두산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내민 두 승부수는 모두 성공했다.

세 번째는 마무리투수 이현승의 조기투입. 두산 불펜진은 2,3차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유일한 생존자는 출장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현승이 유일한 희망. 김태형 감독은 8회에 이현승을 올렸다. 이현승은 위태위태했지만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현재' 대신 '내일'을 바라본 NC

6회 수비는 NC가 승부수를 걸어야 할 상황이었다. 분명 해커는 흔들리고 있었다.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2루타,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다. 양의지에게도 우전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투수교체를 고려할 상황.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엔 PS 2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이민호가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호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해커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홍성흔에게 던진 공 2개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3구도 마찬가지. 다행히 홍성흔이 배트를 휘둘렀고 1루수 파울플라이로 한숨을 돌렸다. 다음은 왼손 타자 오재원. 우리에겐 왼손타자 스페셜리스트 임정호가 있었다. 하지만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에도 해커를 믿었다.

아슬아슬하던 0의 균형이 무너졌다. 오재원이 1루수 키 넘어가는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고영민도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벤치는 그제야 이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민호는 김재호를 1루수 인필드플라이, 정수빈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막아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민호를 빨리 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그리고 해커가 오재원에게 던졌던 4구째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면...).

김경문 감독은 주전선수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주전 라인업이 확고해야 어느 팀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베스트9 정규타석 진입’이라는 대기록도 만들었다. 이는 에이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눈앞의 승리보다 더 큰, 더 많은 승리를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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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바라본 NC는 '그날'을 위해 마산으로 향한다.


그러나 PS 4차전에선 ‘미래’를 위해 ‘현재’에 집중해야 했다. 이번 PS에서 우리 불펜진은 많은 힘을 비축했다. 승패가 일찌감치 결정된 1차전은 해커를 제외한 투수 7명이 마운드에 올라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2차전은 스튜어트의 완투로 출장기회가 없었고, 3차전도 비교적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진 대부분이 실전감각이 살아 있었다. 어깨에 피로감도 없었다. 만일 4차전에서 패하더라도 이동일이 있기에 ‘물량전’도 가능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한 대안이 많았기에 더욱 아쉬운 ‘미래’ 선택이었다.

영화 <아저씨>에 ‘내일만 사는 놈들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는 명대사가 있다. 4차전은 이 대사가 딱 들어맞았다. 영화 속 ‘내일만 사는 놈’은 내일을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5차전이 있다. 니퍼트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스튜어트가 선발로 나서고, 불펜진도 두산보다 양적 질적으로 풍부하다. 이젠 ‘오늘을 준비했던 놈들’이 ‘어제만 살았던 놈들’에게 반격할 시간이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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