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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의 50가지 비밀 2]- 전쟁 중에도 라운드 한 미국 대통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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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작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백악관).


미국 대통령은 노동의 강도로 치자면 극도로 고되면서도 스트레스 쌓이고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최고의 쓰리디 직종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국을 노리는 적들은 너무나도 많다. 전쟁은 예고하지 않는다. 테러는 방심하는 시각일수록 잘 발생한다.

미 대통령은 그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신속하고 또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들은 최고로 위급한 전쟁 기간의 전후에 골프장에서 머문 시간이 많다. ‘평화 속에서 전쟁을 생각하고 일상 속에서 테러를 생각해야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골프를 너무 미화하는 것일까? 타국의 대통령 입장을 주제넘게 대변하는 것일까?

미국 역사상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1991년의 걸프전, 그리고 2011년의 빈 라덴 사살 작전의 막전 막후에서 있었던 미국 대통령의 골프를 소개한다. 세부적인 대화 등 일부는 가상 스토리다.

오바마 대통령, 중대 현안을 놓고 골프를 치다
2011년 5월1일 일요일 오후 2시4분. 매릴랜드의 앤드루 공군기지를 출발한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14마일(22km)떨어진 백악관으로 황급히 귀환했다. CIA국장으로부터 급보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로 복귀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 9시42분 백악관을 출발했던 대통령은 앤드루 영내 골프장에서 주말 골프를 치던 중이었다. 9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던 차에 급보를 전해들은 오바마는 7번 아이언을 손에 든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간은 오후 1시39분. 18홀 대신 전반 9홀만 마친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대통령 전용 1호 캐딜락의 뒷좌석에 앉았다.

2시간 전 파키스탄으로 급파된 미국의 극비 특수요원들인 네이비씰(Navy Seal)이 빈 라덴의 집으로 잠입했으며 곧 그를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갈이었다.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보낸 세월이 부시 행정부 8년을 합쳐 꼬박 10년이었다.

‘사담 후세인처럼 그를 미국으로 이송시킬 것인가, 아니면 후환 없이 아예 현장에서 사살해 버릴 것인가. 죽인다면 사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납득을 시켜야 할 것인가.’

오바마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암살 요원들을 보내놓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니만큼 그를 현장에서 사살할 경우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랍 국가들과 이에 동조하는 나라들의 비난도 감수해야만 했다.

시장기를 느꼈던 오바마는 라운드를 하면서 햄버거를 먹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비바람 치는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중 가장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먹힐 리는 없었지만 그는 한 손에 골프채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씹었다. 비 때문만도 아닌 오싹함에 이따금씩 돋아오는 소름을 떨쳐내면서 마지막 9번 홀 세컨드 샷에서 그는 7번 아이언을 들었다. 백스윙을 하려다 말고 오바마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경호원들도 갑자기 긴장했고, 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는 마음의 결단을 내린 듯 보였다.
“현장에서 체포하는 즉시 사살하라.”

골프장에서 내려진 대통령의 명령은 즉각 파키스탄 현장에 전달됐다.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오사마 빈 라덴은 그렇게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체포 즉시 현장에서 사살됐다. 오바마의 골프 사랑은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다. 백악관에 들어온 지 일 년도 안 돼 전임 부시의 2배가 넘게 골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매주 한두 차례씩 골프를 즐기면서 집권 3년차에 이미 70회를 넘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골프는 영부인 미셀의 권유에 의해서 시작했었다. 정직한 골퍼로 알려진 그는 아무리 많이 쳐도 타수를 모조리 적는 것으로 유명하다. 벙커샷을 하면 꼭 친 자리를 손수 정리했고 다시 치겠다는 멀리건도 없었다. 스스로는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라고 하면서 언젠가는 싱글 골퍼가 되리라는 생각으로 레슨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선 이후에도 그의 골프 사랑은 계속 진행형이며 국민들도 매너 골퍼의 모습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걸프전 중에도 골프를 한 41대 부시
1991년 1월17일 새벽 2시40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전투기가 별빛 하나 비치지 않는 암흑속 중동의 사막을 날기 시작했다. 무려 1,000대의 비행기는 밤하늘을 별천지로 만들어 놓았다.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이었다. 조지 H.W.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의 선전포고로 이라크와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벙커에 고인 물 속에 볼이 들어가 있구먼, 벌타가 있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 8월2일. 부시는 휴가차 북동부의 메인주 해변가에 위치한 케너벙크코트 골프장에서 골프 참모인 프로 골퍼와 함께 골프 망중한을 즐기던 참이었다.

코치는 “비가 와서 벙커에 물이 고였으므로 벌타가 없다”고 답했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소식은 조금 전 티샷에서 비서에 의해 전해 들은 터였다. 그럼에도 부시는 나머지 홀을 하나라도 더 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민들의 원성 때문에 지체할 수 없다는 참모의 조언에 할 수 없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부시는 그나마 전쟁이 난 뒤 3주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부시의 이런 행동을 보도하면서 비판에 나섰다. 미국 언론들과 여론은 ‘부시의 여유 만만한 처신에 한 술 더 떠 영국의 대처 총리와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 역시 휴가중’임을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휴가 찬성론자들이 ‘대통령이 휴가를 가도 사실상 백악관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연장선상에 있다’라는 말을 일축하며 수뇌부들의 안일함에 대해 성토를 해댔다.

여론에 떠밀린 부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설을 마치자마자 황급히 남은 휴가를 채우기 위해 또다시 휴양지로 떠나는 강수를 두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그는 골프를 쳤다. 골프 카트에 앉아 이라크 사태를 논하고 낚시를 즐기는 부시의 모습에 대해 언론은 전쟁으로 떠나는 군인 가족들의 눈물을 오버랩 시키며 그를 연일 비난했다.

도가 지나쳤던 부시의 골프 사랑은 가문에서 비롯됐다. 할아버지가 미국골프협회의 회장을 지냈고, 부인 바바라 부시 집안에서도 회장이 배출된 전통의 골프 가문이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었던 부시의 골프 실력은 공식 시니어 대회에 참가해 71타를 칠 정도의 수준급이었다. 이따금씩 굉음과 바람을 일으키며 부시가 탄 헬기가 골프장에 앉는 바람에 선수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부시는 사과를 한 뒤 시합에 임하기도 했다.

미국의 90년대는 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걸프전이 시작된 그날은 필 미켈슨이 애리조나 노던 텔레컴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우승을 하며 본격적으로 PGA투어 입성을 알린 날이기도 했다. PGA는 대회 때마다 선수들이 일렬로 서서 군인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샷을 날리는 것으로 전쟁터에 주둔한 군인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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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대전중에 오성장군 아이젠하워는 짬을 내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라운드를 했다.


전쟁터에 영내 골프장을 만든 아이젠하워
부시와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에 전쟁, 혹은 전쟁에 준하는 상황에서 골프를 쳤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전쟁터에서 현역 연합군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골프 망중한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1942년 연합군 사령관으로 영국에 주둔할 당시 영내 골프장을 만들어 매일 3,4홀을 돌고 출근했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뒤 프랑스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사택으로 사용할 정도로 골프광이었다.

한국 전쟁과도 인연이 깊었던 아이크(아이젠하워의 애칭)는 당선 직전 마지막 전선이었던 한국을 찾았다. 미국이 풍요로움을 누릴 때 한국은 6.25전쟁 중이었다. 아이크는 ‘중공과의 교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에 핵폭탄을 투하하라’고 명령한 총사령관이었다. 1960년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1882년 미국과의 한미통상조약 이후 7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인세(골프 역사가이자 앤티크 수집가로 남양주에 골프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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