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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지던츠컵]호주와 남아공의 열혈 응원단,그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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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첫날 1번홀에 자리를 잡은 호주의 파나틱스 응원단.


2015프레지던츠컵 첫날 경기가 열린 8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는 첫날부터 인산인해였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회라 코스는 1번 홀부터 아시아 각국에서 날아온 많은 갤러리로 북적였다. 시설과 운영이 미PGA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고, 곳곳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들렸다.

미PGA투어에서 주관하는 대회이고, 출전하는 한국 선수도 한 명 뿐인데다 한국과는 골프 문화도 다르고 입장료도 비싸 흥행 자체가 안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공식 연습일인 6일 입장객이 5,569명, 7일은 7,841명이었고 실제 대회가 열린 8일 첫날에는 1만 8,438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원봉사자와 경호인력 등 대회 관련 관계자까지 포함할 경우 2만명을 넘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골프장에서 움직인 것이다.

세계 골프 랭킹 1위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조던 스피스와 2위인 호주의 제이슨 데이가 출전하고, 더스틴 존슨을 비롯해 비거리로는 세계 랭킹 1~5위인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모두 나왔다. 그동안 한국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던 필 미켈슨, 매트 쿠차 등의 선수들까지 총출동했기 때문에 호주권과 범 아시아에서 갤러리들이 충분히 모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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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파나틱스 회원인 제임스가 유니폼을 자랑하고 있다.


호주에서온 광신자 파나틱스
갤러리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응원단이 있었다. 노란색의 셔츠 상의와 모자에 밝은 초록의 ‘광신자’라는 단어 파나틱스(Fanatics)가 새겨져 있었다. 셔츠 뒤에는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의 얼굴들이 캐리커쳐로 그려져 있었다. 1번 홀에서 선수들이 출발하기 전부터 이들은 정해진 구호와 함성을 외쳤다. 그리고 애덤 스캇에서 시작해, 제이슨 데이, 스티븐 보디치, 마크 레시먼까지 호주 선수들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그들이 따라다니며 열띤 응원을 주도했다. 선수들이 티샷 하기 전에 연습한 듯 합창(떼창)을 했고, 선수가 버디를 잡으면 구호를 외쳤다.

라이언이라는 팀장의 지휘 아래 20명이 대회 기간 내내 응원한다고 했다. 파나틱스는 갑자기 꾸려진 응원단이 아니다. 1997년에 시작한 호주의 가장 큰 스포츠팬 커뮤니티(thefanatics.com)다.

테니스에서 시작한 열광적인 팬들의 단체 응원은 스포츠 종목을 넓힌 결과 현재 회원수가 5만여 명에 이른다. 공식 사이트가 있고 시드니와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매월 소식지를 발간한다. 파나틱스는 홈페이지에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 두 가지를 밝혀두고 있다. 첫째, 호주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국내외 팀을 꾸려 응원간다는 것, 둘째 해외에서 열리는 시합이라면 가능한 여행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이 남아공 월드컵을 가듯 호주에는 파나틱스가 있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붉은악마가 축구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파나틱스는 모든 스포츠에 걸치고, 그 운영이 사업화되고 체계화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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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틱스는 골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 열혈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파나틱스가 응원하는 골프는 프레지던츠컵, 브리티시오픈,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다. 소수의 인원이 가기 힘든 대회를 함께 가서 단체 응원을 하며 경비를 아끼고 재미도 높인다. 특히 프레지던츠컵과 접목한 것은 호주 멜버른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2011년이다. 인터내셔널팀 단장이던 백상어 그렉 노먼의 지휘 아래 파나틱스들은 대회장 전역을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노란색의 셔츠에 밝은 초록의 모자와 선글라스로 치장한 이들은 선수들, 심지어 상대팀 선수인 타이거 우즈까지도 그들 안으로 끌여들여 율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미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렸을 때 인터내셔널팀 단장으로 부임한 닉 프라이스가 이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그들은 미국으로 원정 응원을 갔다. 대회를 마치는 날 미국팀 단장인 프레드 커플스까지 파나틱스 옷을 바꿔 입고 기념촬영을 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들이 2년 뒤에 한국에 등장한 것이다.

파나틱스가 응원하는 종목은 골프에 국한되지 않는다. 크리켓, 축구, 럭비, 테니스 등 공으로 하는 모든 스포츠가 포함되고 승마와 알프스 스키도 포함된다. 단체로 유니폼을 맞추고 응원가를 부르며 구호도 다양하다. 파나틱스 회원인 제임스는 “한국에 이런 멋진 골프장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시시때때로 나오는 파나틱스의 합창과 구호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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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온 핑크엘리펀트 응원단.


남아공 듀오의 승리 이끈 핑크 엘리펀트
호주의 제이슨 데이와 스티븐 보디치 조가 드디어 17번 홀 그린에 이르렀다. 제법 먼 거리에서 데이가 멋지게 버디 퍼트를 하자 갤러리 다른 쪽에서 ‘어메이징’하는 노래 떼창이 들렸다. 파나틱스가 새로운 이들과 조우했다.

남아공 국기를 새긴 원피스를 마치 놀이공원의 인형 도우미처럼 입은 7명의 핑크 엘리펀트(Pink Elephant)와 만났다. 이들은 남아공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의 스포츠클럽인 핑크 엘리펀트의 회원들이라고 했다. 남아공 팬들과 호주의 골프 팬들은 처음 만났으면서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 금세 친해져 악수하고 서로의 숙소를 물었다.

핑크 엘리펀트 회원인 듯한 이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무리의 회장이자 ‘공식 대변인’이라는 데이비드가 나섰다. “핑크 엘리펀트는 2003년에 창설된 스포츠 클럽이다. 골프를 비롯해 테니스, 하키 등 공으로 하는 모든 종목에 응원을 다닌다.” 남아공에서 비행기 시간으로 19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그는 실토했다. “실은 인터내셔널 맥널티 부단장의 아들이 우리 회원인데 그의 30세 생일을 기념해 그가 입장권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들 몇몇이 오게 됐다.”

핑크 엘리펀트의 응원 구호 역시 오랜 연습이 된 듯 보였다. 그들은 골프계의 ‘붉은 악마’ 같았다. 하지만 두꺼운 모직으로 된 원피스 유니폼이 꽤나 더워보였다. 그들은 셔츠까지 통일되게 입고 있었다. “매우 덥지만, 그래도 셔츠만 입으면 곤란하다. 이렇게 많은 갤러리 속에서 우리가 서로 쉽게 알아보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의 표정은 짐짓 결연해 보였다.

앞으로 남은 대회 3일간 그들은 마치 인터내셔널팀처럼 호주와 남아공을 대표해 응원할 것이었다. 울긋불긋한 유니폼을 통일되게 입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응원전은 프레지던츠컵이 가지는 국제 골프 축제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핑크 엘리먼트의 응원이 힘을 받은 듯 첫날 포섬 경기에서 남아공 듀오 루이 우스투이젠-브랜든 그레이스 조는 인터내셔널팀중 유일하게 승리하며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송도(인천)=헤럴드스포츠 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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