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HOU-MIN-LAA, 점입가경 AL 와일드카드 쟁탈전
이미지중앙

휴스턴은 와일드카드의 한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사진=OSEN)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는 각 리그의 와일드카드 숫자를 두 장으로 늘렸다. 30개 팀 중 단 8팀에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티켓 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과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통해 리그의 흥미를 배가시키겠다는 의도가 절충된 결과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와일드카드 티켓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한 대척점에는 항상 일정상의 문제가 서 있었다. 이미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포스트시즌을 더 늘린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팀 간의 단판승부라는 묘책을 통해 전체 일정은 단 이틀만 늘어나게 됐으며, 보다 많은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리그의 흥미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시즌 막판까지 팬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확대 도입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제도 변경 이후 단판 승부를 치루고 디비전 시리즈를 맞이해야 하는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는 힘들어졌다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어 버렸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한 각 팀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4일(한국시간)까지 10장의 가을 야구 초대장 중 9장의 주인공은 사실상 가려졌다. 내셔널리그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메츠, 세인트루이스, 다저스의 지구 우승이 확정적이다. 피츠버그는 최소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확정했으며, 컵스의 와일드카드 획득에도 무리가 없다. 아메리칸리그의 경우 토론토와 양키스, 캔자스시티의 포스트시즌 행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서부지구 선두 텍사스는 지구 2위 휴스턴과 3경기차, 와일드카드 3위 팀과는 4경기차로 남은 11경기에서 전세가 뒤집어지기에는 쉽지 않은 격차다. 그리고 남은 한 자리.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놓고 휴스턴과 에인절스, 미네소타의 마지막 혈투가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는 휴스턴의 자리다. 미네소타가 1경기, 에인절스가 1.5경기의 격차를 보이며 뒤따르고 있다. 세 팀의 잔여 경기는 9-11경기. 연승과 연패가 교차되는 순간 세 팀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휴스턴, 1경기의 격차 지켜낼 수 있을까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 팀으로 거듭나는 듯 했던 휴스턴은 악몽 같은 시즌 말미를 보내고 있다. 최근 25경기 9승 16패의 부진 속에 5.5경기 차 지구 선두에서 3경기 차 지구 2위로 미끄려졌다. 홈런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공격 컬러는 드디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초반 팀을 지탱했던 불펜진이 극심한 난조에 빠진 것도 추락의 원인이다. 팀이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탓에 위기 상황을 타개해나갈 구제책을 만들지 못하며, 좀처럼 분위기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잔여 일정도 녹록치 않다. 당장 이번 주말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4승 12패로 밀리고 있는 텍사스를 상대해야 한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에는 오클랜드, 애리조나와 원정 6연전을 치르게 된다. 오클랜드와 애리조나는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팀들. 하지만 휴스턴은 올 시즌 홈(.654)과 원정(.387)의 승률 격차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큰 팀으로, 마지막 6연전이 모두 원정경기라는 점은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건은 텍사스와의 홈 3연전이 될 것이다. 만약 텍사스를 상대로 스윕을 거두거나 위닝 시리즈에 성공한다면 와일드카드 확보는 물론 시즌 막판까지 지구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들에게 정규리그 마지막 주는 올 시즌 부진했던 원정 성적에 대한 대가를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미네소타, 신데렐라 스토리 완성?

올 시즌엔 유독 예상외의 팀들이 선전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토론토와 메츠, 컵스 등은 시즌 전망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팀. 미네소타가 이들과 다른 것은 메츠와 컵스처럼 리빌딩이 완성됐다는 평가도, 토론토처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이렇다 할 전력보강도 이뤄지지 않은 채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전망에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압도적인 최하위 후보였다.

지난주 5연패에 빠지며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미네소타는 최근 3연승을 통해 다시 추격에 나서고 있다. 잔여 일정에서도 남은 11경기 중 상대 전적에서 9승 5패로 앞서 있는 클리블랜드와 5경기를 앞두고 있는 점도 반가운 부분이다.

키는 선발진이 쥐고 있다. 카일 깁슨 만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미네소타 선발진의 무게감은 컨텐더 팀이라기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경기 역시 선발 투수의 당일 성적에 따라 전체적인 팀 경기력에 큰 차이를 보였다. 어빈 산타나가 9월 들어 무서운 기세를 보이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나 뚜렷한 기복을 보이고 있는 필 휴즈는 보다 안정적인 투구가 필요하다.

미네소타에게 올 시즌은 미구엘 사노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연착륙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한 해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넘어 그들이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올 시즌 최고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간 팀은 미네소타로 기억될 것이다.

기세 탄 에인절스의 대역전극?

세 팀 중 가장 어려운 자리에 위치해 있으나, 최근 기세가 단연 뜨거운 팀은 LA 에인절스다. 무엇보다 시즌의 명운을 가를 수 있었던 미네소타-휴스턴과의 원정 7연전을 5승 2패로 마무리하며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

남은 일정도 고무적이다. 오클랜드, 시애틀, 텍사스는 올 시즌 에인절스가 모두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팀들. 와일드카드 2위 다툼을 벌이는 세 팀 가운데 유일하게 잔여 경기 중 홈경기가 더 많은 팀이 에인절스다.

부진에 빠져있던 마이크 트라웃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반갑다. 한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렸던 트라웃은 최근 11경기 6홈런을 통해 어느덧 시즌 40홈런 고지를 밟게 됐다. MVP 레이스에서는 조쉬 도널슨(토론토)에 밀려난 형국이지만, 개인 첫 40홈런 시즌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최근 활약이다.

문제는 트라웃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다. 올 시즌 에인절스의 공격력은 시즌 내내 엄청난 기복에 시달려야 했다. 푸홀스는 36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지만 타율이 2할 3푼대까지 떨어져 있으며, 칼훈을 제외하면 트라웃을 향한 지원 사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영입한 머피, 빅토리토, 데헤수스 역시 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즉, 잔여 시즌 트라웃이 침묵하는 순간 에인절스가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길은 험난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휴스턴, 미네소타, 에인절스의 와일드카드 각축전은 일찌감치 결정 난 순위표로 인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었던 시즌 막판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있다. 과연 가을 야구 행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누가 될 수 있을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기적을 꿈꾸는 팀은 어떤 팀이 될지 남은 11일간의 정규시즌을 계속해서 주목해보자.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