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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한국시리즈 같았던, 한국시리즈를 위한 뼈아픈 패배
22일 경기결과: NC 다이노스 0-2 삼성 라이온즈

2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16번째 맞대결은 시리즈 전적 2-0으로 뒤진 채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같았다. 우리는 도전자였다. 삼성에게 2.5게임차로 뒤지고 있었고 쫓아갈 기회도 이날 경기를 포함해 11번 밖에 없었다. 정면승부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우승을 위해선 무조건 이겨야 했다. 이는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써먹은 마산 2연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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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경기보다 포스트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던 이재학의 피칭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지난 마산 2연전은 뼈아픈 2연패였다. 우린 스튜어트-해커 원투펀치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차전 7-6, 2차전 13-0으로 패했다. 승패를 가른 건 ‘냉정함’이었다. 1차전에서 삼성타자들은 처음 보는 스튜어트를 맞이해 1회부터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당장의 안타와 득점을 버리더라도 공을 많이 지켜본 이후에 승부를 본다는 의도였다. 그 작전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에 첫 안타와 득점이 나왔고 스튜어트는 5회 만에 108구를 던진 뒤 평소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우린 필승조를 비롯한 투수 7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는 2차전 마운드 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반면 우리 야수들은 승리에 대한 집념을 넘어선 조급함을 품고 타석에 들어섰다. 제구력이 좋은 장원삼을 상대로 성급한 승부를 이어나갔고 결국 7회까지 마운드에 세워뒀다. 힘든 승부를 마친 스튜어트가 더구아웃에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22일 경기는 지난 2연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써먹었다. 1회초부터 끈질긴 승부로 삼성 선발 차우찬을 괴롭혔다. 1회 타석에 들어선 모든 타자가 초구를 지켜봤고, 테임즈를 제외한 네 타자는 4번째 공까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안타 없이 2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이호준이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이전 2연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단기전의 핵심인 수비도 좋았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5회말 무사 2루에서 박해민이 2구째를 번트 헛스윙 했다. 이때 김태군은 베이스에서 떨어진 주자를 보고 곧바로 2루 송구했다. 할 수 없이 3루로 향한 주자는 결국 사라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수비와 9회까지 이어진 집중력도 좋았다. 6회말 1사 1루에서 채태인이 1루 땅볼을 쳤다. 빗맞은 타구라 타구속도가 느렸지만 테임즈는 지체 없이 2루로 공을 던져 선행주자를 잡았다. 8회말엔 지석훈이 선두타자 나바로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아내 상대가 도망갈 기회를 원천 봉쇄했다.

야수들의 도움 속에 이재학도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1회 3K로 산뜻하게 출발한 이재학은 2회말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고 김상수의 기습적인 번트안타로 추가점을 줬다. 정신적으로 흔들릴 법한 상황. 이 순간 기자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떠올랐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등판에서 시작과 동시에 2루타를 얻어맞고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당시엔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이재학은 성장했다. 후속타자 박한이를 삼진, 박해민을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후 추가 실점 없이 올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9개)를 세우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잠시 잊었던 교훈 ‘1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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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삼성전 3연패, 하지만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선발로 나선 두 투수의 구위와 제구가 상당히 좋았다. 거기에 주심이 설정한 스트라이크 존도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투수들은 타자에게 최대한 먼 곳에 공을 던져 카운트를 잡은 뒤 공 1,2개 빠진 위치에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피칭을 했다. 그 결과 이재학은 9개, 차우찬은 14개 탈삼진으로 올 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투수전은 곧 1점 싸움과 같다. 에이스와 필승조가 밥 먹듯(?) 등장하는 가을야구엔 ‘1점 승부’가 일상과 같다. 포스트 시즌에는 안타나 홈런보다 순간 집중력 혹은 예상 밖의 작전이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가 다반사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1점 승부’에 익숙하다. 그들은 1점이 걸린 상황에선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과감하게 달려든다. 이는 1일 맞대결에서 잘 드러났다. 10회초 1사 1루에서 박해민이 펜스까지 가지 못한 타구에도 홈까지 내달린 것. 예상 밖의 주루플레이었다. 타구가 멀리 뻗지 않았기에 홈까진 무리였다. 하지만 박해민은 처음부터 작정한 듯 홈을 노렸고, 중계플레이를 하던 손시헌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잠시 타자주자를 경계하다가 득점을 허용했다. 이는 장기전은 물론 단기전에서도 강한 삼성의 특별과외였다

정규시즌 우승의 행방이 걸린 22일 경기에서도 삼성은 재치 있는 플레이로 ‘중요한 1점’을 챙겼다. 2회말 박찬도와 이지영이 연속 초구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김상수는 초구에 기습번트를 댔다. 벤치의 사인은 아니었다. 경기 흐름과 상대 수비 위치를 읽은 김상수의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공은 투수-1루수 사이를 향해 절묘하게 굴러갔다. 이재학이 재빨리 잡았지만 1루 베이스 위엔 공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번트에 박민우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2-0이 되었고 이 스코어는 끝까지 이어졌다.

이에 반해 NC는 경기 내내 정공법으로 나섰다. 주자가 있을 때나 없을때나 똑같았다. 후반기 들어 자주 시도했던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쉬(번트자세로 서 있다가 투구와 동시에 강공을 하는 작전)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하지만 인생투를 펼친 차우찬에게 너무 정직한 공격을 펼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결과로 우린 우승경쟁에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전적 3-0으로 뒤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전의를 잃어선 안 된다. 남은 10경기도 우승을 노린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은 경기들은 우승을 향한 마지막 추격 기회이자 두 번째 가을이야기를 위한 마지막 준비기간이기 때문이다. 설렁 우리가 정규시즌 우승을 못하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이를 갚아주면 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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