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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롯데 김민하, "저 정말 괜찮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2015년 7월 1일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마산야구장. 이 날은 롯데 자이언츠 김민하가 보름 만에 다시 1군 무대를 밟은 날이었다. 콜업 직후 대주자로 경기에 나선 김민하는 9회 타석에 들어섰다. 풀카운트에서 스윙하러 나가던 김민하는 비명을 지르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야구경기에서 듣기 힘든 소리였다.

심각한 부상으로 여겨졌지만 김민하는 9회 수비에 나섰다. 손이 부어올라 글러브 끼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지만 벤치에 대수비 자원이 없었다. 김민하의 표현을 빌리자면 '투수가 외야수비 나갈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단다. 하지만 김민하는 3구만에 오른손을 들었다. 안 될 것 같다는 의미였다.

진단 결과는 좌측 척골 근위골절. 재활에만 2~3개월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을 의미했다. 7월에 수술했으니 슬슬 복귀 소식이 들려올 법하다. <헤럴드스포츠>가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재활에 매진 중인 김민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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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민하가 카메라를 향해 웃음 짓고 있다. 왼쪽 손목 주위 흉터 자국이 선명하다.

-6월 말, 다치기 전에 상동에서 본 기억이 있다. 당시 의욕에 가득찬 모습이었는데.

▲그때가 시즌 첫 1군 말소였다. 내려왔을 때부터 빨리 올라가려고 노력했다. 10일 딱 채우면 올라갈 생각이었다. 오죽했으면 2주 동안 상동에서 합숙도 했다. 15일쯤 지나고 1군에 올라갔다. 운동 많이 하고 해서 1군에 순조롭게 올라간 것 같다. 그때 연습량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1구 올라갈 때 각오가 대단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7월 1일, 김민하에게는 여전히 아찔한 기억으로 남았있을 텐데.
▲솔직히 처음에는 부상 당시 상황이 기억이 잘 안 났다. 영상 돌려보면서 조금씩 기억의 조각을 찾아나갔다. 사실 부상만 놓고 보면 투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다. 피할 수 있는 공인데 (치러)나가다가 맞았으니까.

-당시 수비에 나간 건 무리 아니었나?
▲직후에는 글러브를 낄 수 있었다. 9회말만 수비하면 되니까, 1이닝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수비하러 갈 때만 해도 글러브를 낀 왼팔이 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팔이 들리지 않더라. 이 상태로 공이 내게 오면 반드시 실책할 것 같았다. 포구가 안 되니까. 결국 교체를 신청했다.

-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내 의욕이 과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내 잘못이다.

-프로 입단 후 첫 수술 아닌가?
▲야구 시작하고 나서 처음이다. 재활 역시 처음인데, 정말 힘들다. 재활해서 성공한 모든 선수를 존경하게 됐다. (웃음) 사실 처음에는 '제발 부러지지만 말아라. 실금 정도만 갔어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응급차를 탔는데, 점점 아파지더라. 그때부터 불안감이 엄습한 것 같다. 엑스레이 찍은 걸 보는데, 그야말로 '댕강'이더라. 뼈 붙는 데만 두 달이 걸린다고 들었다. 아무리 빨라도 10월 초에나 복귀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재활 상태는 어떤가?
▲한 달 동안 깁스하고 8월 초에 풀었다. 그리고 2주 다시 반깁스 하고. 반깁스 풀고부터 재활 시작했다. 지금은 런닝 위주로 훈련 중이다. 포구는 안 되니까 송구 훈련도 소화 중이다. 근력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고. 야구가 정말 하고 싶다. 그런데 무리 안 하려고 한다. 다들 이 때 의욕을 조심하라고 하더라.

-심각했던 부상과 달리 밝은 모습이다.
▲부상 직후에는 정말 어두웠다. 시간이 약인 것 같다. 처음에는 진짜 우울의 끝이었다. 수술 안 하면 안 되냐고 매달리기도 하고(웃음).

-롯데 1군 경기는 잘 챙겨보고 있는지.
▲거의 매일 챙겨본다. 만약 '본방사수' 못한다면 하이라이트라도 꼭 본다. 거의 전 경기 다 본 것 같다. 내가 빠지고 나서 팀이 잘 되는 건 아닌가? (웃음)1군 경기 볼 때마다 야구 하고 싶어 미치겠다.

-팀이 가을 야구에 간다면, 김민하의 역할이 필요할 것도 같다. 남은 시즌 목표가 어떻게 되는지?
▲욕심은 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0월 초에나 스윙 시작할 텐데, 1군에서 시합할 전력이 안 된다. 현재로서는 올해 마무리캠프에 모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서 올해 못했던 거 보완할 수 있게. 아무래도 배팅에 초점을 맞춰야겠지.

-많은 전문가들이 김민하를 두고 5툴 플레이어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칭찬한다. 발도 빠르고 수비도 잘하고, 일발 장타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노력해서 5툴 플레이어에 근접한 선수가 되고 싶다. 20-20, 언젠가. 꿈에서라도 하고 싶다.

-지금 김민하의 야구는 몇 회, 어느 상황인가?
▲이제 뭐 플레이볼 딩동댕동한 상황 아닐까? 경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구선수 김민하'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 투지 넘치는 선수? 뭐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공에 맞고도 수비 나간 것 때매 투지가 좋다고 하던데. (웃음) 그런 거 말고, 야구를 투지 있게 해야 한다.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한마디 부탁한다.
▲팬들이 나를 얼마나 걱정해주는지 알고 있다. 팬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만큼 더 열심히 재활하고 있다. 다 나아간다. 내년 시즌에는 안 다치고 야구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감사, 또 감사드린다.

인터뷰 후 간단한 사진촬영 도중, 김민하가 우스갯소리를 던져왔다. "왼손으로 파이팅 하면 수술 자국 보이겠죠? 괜찮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민하는 이렇게나 밝았다. 생애 첫 부상을 긍정으로 딛고 일어서는 김민하. 지금의 시간은 김민하가 2016시즌 롯데 외야 한 축을 놓고 치열히 경쟁하기 위한 1보 후퇴가 되길 바란다. [헤럴드스포츠(김해 상동)=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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