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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원에서 만난 사람] KLPGA 코스에서 매일 36홀 도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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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SBS골프에서 최장수 해설을 하고 있는 김재열 위원. <정선=채승훈 기자>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첫날 경기가 열린 27일 오전 6시 40분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컨트리클럽. 텅 빈 대회 코스를 향해 카트 한 대가 움직였다. 10번 홀을 출발한 카트는 그린에 도착했고 사나이 한 명이 내렸다. 주인공은 SBS골프 김재열(55) 해설위원이었다.

대회장인 하이원CC의 베테랑 캐디를 대동한 채 그린 파악에 나선 김 위원은 준비한 메모지에 꼼꼼하게 그린의 경사와 물길을 그렸다. 그리고 직접 퍼터로 볼을 굴려 보며 그린 스피드를 측정하고 홀 주변의 잔디 결도 체크했다. 물론 버디가 나올 낙하 지점도 파악했다.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베테랑 캐디를 대동하는 이유는 일반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 어느 골프장이든 골프장 사람들만 알고 있는 브레이크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돌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이 선수 못지 않게 그린 파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승부가 그린에서 나기 때문이란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머니’란 말이 빈 말은 아닌가 보다.

이 작업은 2시간 가량 계속됐다. 김 위원은 18개 홀 그린을 모두 파악한 뒤 클럽 하우스로 돌아왔다. 중계방송이 있는 날이면 매일 새벽 코스에 나가 첫 팀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 코스 답사를 마쳐야 한다. 18개 홀 전 홀을 중계하기 때문에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대회당 하루에 5시간씩 총 20시간을 떠들려면 이런 준비없이는 불가능하다. 김 위원의 별명은 ‘방울뱀’이다. 함께 일하는 PD가 하도 딸랑 거리며 돌아다닌다고 지어준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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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방송을 위해 김재열 위원이 꼼꼼하게 적어 놓은 하이원CC의 18개 홀 그린 경사와 물길.<정선=채승훈 기자>


중계가 있는 날 김 위원의 하루는 숨 돌릴 틈이 없다.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에 아침을 먹고 30분 뒤 코스 답사에 나선다. 그리고 8시 30분 클럽 하우스로 돌아와 1시간 동안 답사 결과를 정리하고 암기해야 한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 분장을 하고 10시 오프닝 녹화에 나선다, 오전 10시 40분 점심 식사를 한 뒤 11시 30분 중계 부스에 도착해 스탠바이한 후 정오 중계 에 들어간다. KLPGA투어의 경우 중계시간은 5시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중계 도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요즘 고민이다. 중계를 마치면 오후 7시 경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10시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김 위원은 올 해로 중계 해설 18년째다. 국내 골프 해설가중 최장수다. 98년부터 SBS골프의 중계석에 앉은 김 위원은 박세리와 최경주의 기념비적인 우승 장면을 직접 해설했다. 그리고 수많은 국내 남녀 프로들의 명승부 장면을 현장에서 전달했다. 올 해는 여자 대회 7개, 남자 대회 3개를 중계한다. 놀라운 점은 단 한 번도 중계를 펑크내거나 지각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김 위원은 “몸은 고되도 중계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근면 성실한 이유다. 김 위원은 본인의 장수 비결에 대해 “시청자들이 싫어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핸디캡 8을 놓는 김 위원의 골프 구력은 38년째다. 미국 유학시절 17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켄터키주 미니투어도 직접 뛴 선수 출신으로 켄터키 더비 인비테이셔널과 와일드우드 인비테이셔널에서 두 번 우승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파72코스에서 기록한 9언더파 63타다. 보기없이 이글 2개에 버디 5개를 잡았다.챔피언스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케니 페리와 스티브 플래시가 켄터키 동네 친구다.

김 위원은 인터뷰 말미에 “경기 시작전 18홀, 중계 하면서 18홀, 나는 매일 KLPGA투어에서 36홀씩 도는 사나이”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어느덧 한국 골프의 산 증인이 되어 가고 있는 김 위원의 마지막 꿈은 내년 리우 올림픽 때 한국선수가 골프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해설하는 것이다. 방송사에서 브라질에 보내줘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그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선=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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