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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롯데 1라운드 지명 '효천고 소년' 한승혁 "송승준 선배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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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지명회의 당시 한승혁의 모습.

효천고 소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십여 년 야구인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간 노력의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애써 기쁨을 숨기거나 가벼운 미소에 그치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그는 티 없이 밝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해맑은 첫 인사를 건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효천고 소년이 아니다. 그의 앞에 붙은 새로운 타이틀은 롯데 자이언츠 2차 1라운드 지명 투수, 그 소년은 한승혁이다.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진행된 2016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 10개 구단은 모든 라운드에서 선수를 지명했고, 총 100명이 프로 유니폼을 새로 입게 됐다. 롯데가 1라운드에서 택한 투수는 효천고의 좌완투수 한승혁이었다.

롯데가 지명한 10명의 선수 중 7명이 투수다. 그리고 그 중 5명이 좌완이다. 30대 중반인 강영식과 이명우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좌완투수가 없는 팀 사정 탓이다. 구단이 밝힌 지명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한승혁의 체격조건이 좋은 데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투수라고 판단했다"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 이종운 감독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며 한승혁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의 전언은 사실이었다. 사실 한승혁의 고교 성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19경기 33⅓이닝 1승 5패 평균자책점 5.81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승혁의 키는 188cm로 보기 드문 '장신의 좌완'이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신인지명에서 선수들의 하드웨어를 중시했다. 한승혁의 큰 키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공은 롯데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기 충분했다.

신인 지명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25일, 한승혁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한승혁과의 일문일답.

-축하한다. 신인지명회의 후 하루가 지났는데 좀 실감이 나는지?
▲어제까지는 좀 얼떨떨했다. 하루 자고 일어나니까 실감이 좀 나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

-아직도 목소리에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호명 직후 싱글벙글 한 표정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주위에서도 그걸로 엄청 놀렸다. (웃음) 솔직히 이렇게 높은 지명 순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3~4라운드에서 이름 불리면 다행일 거라 생각했는데 1라운드에서 덜컥 이름 불렸다. 그 벅참과 놀라움, 기쁨이 표정에서 드러난 것 같다.

-롯데가 1라운드에서 지명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스스로 생각하는 무기가 무엇인가?
▲왼손 투수로서 타점 높은 곳에서 뿌리는 속구? 현재 최고구속은 142km/h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몸을 잘 만들어 구속을 올리는 게 목표다.

-투구폼이 안정됐다는 평가도 많던데.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양현종 선수 투구폼에 매력을 느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신경 많이 썼다. 다행히도 그런 부분을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보완하고 싶은 점 하나를 꼽자면?
▲제구다. 훌륭하신 롯데 코치님,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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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천고 유니폼을 입고 공을 뿌리는 한승혁. (사진=본인 제공)

-롤모델이 있다면 누군가?
▲송승준 선배다. 중계를 통해 항상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모습을 봤다. 그분의 모든 것을 닮아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

-신인지명회의 현장에 부모님이 동행했는데.
▲그렇다. 부모님께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면서 이제 외식하면 돈은 나보고 내라고 하셨다. (웃음) 하지만 어제 순천 내려가서 학교에 인사드린 뒤 고기 먹었는데 부모님께서 내셨다. 돈을 벌게 된다면 그때 꼭 원 없이 고기 사드리고 싶다.

-부모님께 한마디 부탁한다.
▲살갑지 못한 아들이라 이렇게 표현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뒷바라지 해주신 거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정말 사랑한다.

-평소 롯데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궁금하다.
▲부산하면 야구 아닌가? 막연한 생각으로는, 부산 시민 전체가 롯데를 좋아할 것만 같다. 물론 내가 부진하다면 손가락질 받겠지만 잘하면 얼마든지 스타가 될 수 있다. 팬들의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가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롯데에는 효천고 출신 진명호가 있다.
▲그렇다. 아직 따로 연락드린 적은 없지만, 선배들이 진명호 선배와 다리를 놔주겠다고 약속했다. (웃음) 아무래도 많이 의지가 될 것 같다.

-팬들에게 인사 한 번 해달라.
▲안녕하십니까. 롯데 자이언츠 투수 한승혁입니다. 지명 직후 많은 롯데 팬분들이 SNS를 통해서 축하인사 보내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운드에서 좋은 투구로 그 환영에 화답하고 싶습니다. 겨우내 열심히 준비해서 몸도 잘 만들겠습니다. 내년부터 어떤 역할이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승혁 지명 직후 그의 SNS는 지인들의 축하인사로 북새통이었다. 인상 깊었던 건 후배들의 다소 짓궂은 축하에도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동네 형 같이 편한 선배였다고 스스로를 평했다. 이제 그는 당분간 롯데의 막내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막내로서 서글서글하게 팀 분위기 띄우는 건 자신 있다고 말한 한승혁. 그가 롯데에서 보여줄 모습이 벌써 궁금하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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