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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요로결석 '홀인원이 안 되면 이글을 노려야'
요즘은 골퍼들이 라운딩에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폭염 속에서도 강추위 속에서도 골퍼들은 자연과의 싸움에 도전한다. 비뇨기과의 대표적인 응급 질환 중 하나인 요로 결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거 요로 결석은 탈수가 심한 여름철의 질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요로 결석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요로 결석이 생기는 위치를 보면, 볼 때마다 골프 코스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다. 요로 결석은 소변이 만들어져 배설되는 '요로'에 생기는 돌이다. 이 요로는 소변이 만들어지는 콩팥에서부터 가는 관인 요관을 따라 소변이 모이는 방광에까지 이른다.

콩팥을 티샷을 하는 티잉 그라운드라고 치면, 소변이 내려오는 요관은 페어웨이에 가깝다. 배설을 위해 최종적으로 소변이 모이는 방광은 그린이나 혹은 홀이라고 볼 수 있다.

요로가 골프 코스라면, 파 3홀일까 아니면 파 4홀일까? 필자는 파 4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요로 결석은 소변 내의 성분이 뭉치고 결정화되어 만들어지는 작은 돌이다. 결석을 골프 공이라고 생각해 보자. 대개 요로 결석의 증상은 위에서 만들어진 돌이 요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요로의 좁은 부분에 걸려서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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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소변이 만들어지는 경로. 사진=위키피디아


이 좁은 부분이 총 세 곳이 존재한다. 콩팥과 요관이 이어지는 연결 부위, 요관이 장골동맥이라는 큰 동맥을 가로지르는 부위, 그리고 요관에서 방광으로 이어지는 연결 부위. 이렇게 세 곳이다. 사람의 몸은 저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이 부위에서 요관은 급격히 좁아진다. 따라서 잘 내려오던 요로 결석도 이 곳에서 가장 흔하게 걸리게 된다.

결석이 좁아진 부위에 걸리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사고가 난 양상이다. 사고 지점 뒤로 길게 정체가 발생하듯, 결석 뒤로도 소변의 정체가 발생한다. 정체된 소변은 요관을 확장시킨다. 요관이 확장될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맹장염, 출산의 고통과 함께 요로 결석의 고통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3대 고통으로 꼽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요로 결석의 여정을 골프 코스로 표현하자면 3군데의 난관을 가진 파 4홀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가장 좋은 것은 요로 결석 자체가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만들어졌다면 아무 고통 없이 한 번에 방광까지 쭈욱 내려오는 홀인원이 바람직하다. 일단 방광에 도착하면 어지간히 큰 결석이 아닌 이상은 쉽게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내려오다가 어느 지점에 걸리게 된다면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돌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정하게 된다. 그냥 기다려보는 대기 요법, 수술 없이 돌을 분쇄하는 체외 충격파 쇄석술, 그마저도 안되면 내시경이나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다.

일단 고통이 생겼다면 다시 고통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비뇨기과 의사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게 된다. 마치 홀인원이 안 되면 이글이라도 노리는 골퍼의 심정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골프 라운딩은 골퍼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취미인 반면, 요로 결석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요로 결석의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침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기억하자. 가장 좋은 것은 홀인원도, 이글도 아닌, 병 자체를 예방하는 점이란 것을.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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