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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 스타강사’ 복싱에 꽂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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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환 한국권투연맹(KBF) 울산지회장(왼쪽)과 유명우 KBF 부회장이 지난 7월 울산에서 열린 김예준(23 코리안복싱)의 1차방어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업도시’ 울산이 한국 복싱 부흥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 ‘대치동 스타강사’ 출신 양석환 한국권투연맹(KBF) 울산지회장(42·울산 Toplus어학원 대표)이 있다.

올해 초 나린프로모션(대표 정진욱)을 설립한 양 지회장은 벌써 지난 3월과 7월, 울산에서 굵직한 시합 두 번을 열었다. 이 시합을 통해 한국 유일의 동양챔피언 김예준(23 코리안복싱)이 배출됐다. 현재 나린프로모션에는 김예준을 비롯, 한국 복싱을 이끌어갈 유망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어교육을 공부한 양 지회장은 연수입이 10억 이상일 정도로 잘 나가는 스타강사였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토플과 SAT를 가르쳤다. 2008년 울산으로 내려와 Toplus어학원을 설립했다. 이 학원 역시 입소문을 타더니 몇 년 되지 않아 울산 최대 규모의 어학원으로 성장했다.

부산 출신인 양 지회장은 중학교 때 해운대 아시아 복싱체육관에서 복싱을 처음 접했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이내 복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틈 날 때마다 해외 복싱 사이트들을 헤집고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타지에서의 대학 생활과 힘들었던 5년간의 유학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도 복싱이다.

스타 영어강사들은 흔히 자신의 영어이름을 ‘브랜드화’한다. 양 지회장도 마찬가지다. ‘오스카 양(Oscar Yang)’이란 이름으로 대치동, 울산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렸다. 복싱 팬이라면 낯익은 이름이다. 전설적인 복서 ‘오스카 델라 호야(Oscar de la Hoya· 42 미국)’의 이름에서 따왔다.

직접 복싱계에 발을 들인 건 2014년이다. 호야처럼 사우스포(왼손잡이)를 좋아하던 양 지회장은 우연히 버팔로프로모션 소속 구자익(25)의 경기를 보고 한눈에 매료됐다. 거침없는 구자익의 플레이를 보고 ‘한국에도 저런 복서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바로 일면식도 없던 버팔로프로모션 유명우 대표(51 KBF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복싱선수를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우선 능력이 있었고, 그보다 큰 복싱에 대한 열정 덕택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선수가 김예준이다. 김예준은 유명우 부회장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한국 복싱 최고의 유망주다. 양 지회장은 단순히 후원에 그치지 않고 자비를 털어 프로모션을 설립, 대회를 여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울산 롯데호텔에서 세계복싱연맹(IBF) 주니어페더급(55.34kg 이하) 아시아챔피언 타이틀전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같은 장소에서 1차 방어전까지 성황리에 개최했다.

3월 시합은 메인스폰서 없이 고스란히 자비로 1억 5,000만 원을 들였다. 요즘 시대에 그만한 돈을 아무런 대가 없이 프로복싱에 투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뭣도 모르고 연 첫 시합이다보니 큰 돈이 들더라”던 양 지회장의 멋쩍은 웃음 뒤로 복싱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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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 동양챔피언' 김예준(왼쪽)과 정진욱 나린프로모션 대표.

나린프로모션은 최근 스포츠마케팅에 정통한 정진욱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세우고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양 지회장은 “시작은 내가 했지만 이제 나린프로모션은 정진욱 대표와 함께 커나갈 것이다. 나는 그저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할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양 지회장은 지난달 김예준의 1차 방어전을 겸하여 KBF의 국제이사로도 선임됐다. 지난 6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복싱연맹(OPBF) 총회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KBF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KBF는 양 지회장의 활약 덕에 OPBF로부터 준인가단체 수준의 지위를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양 지회장은 “오는 11월 울산에서 다시 한번 대규모의 복싱 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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