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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첫 시각장애인경기대회 D-5] 종목 파헤치기(5) - <축구>
풋살(FUTSAL)은 스페인어로 '축구'를 의미하는 'FUTbol'과 프랑스어로 '실내'를 의미하는 'SALon'이 합쳐진 말이다. 쉽게 말해 5명이 하는 축구다. 풋살은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경기는 눈으로 보기 전에 공이 발을 떠날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풋살은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한다고들 한다. 시각이 아니라 촉각으로 하는 스포츠, 그것이 풋살의 매력이다.

풋살과 같은 듯 다른 시각장애인 축구

시각장애인 축구는 풋살과 같이 5명이서 경기를 한다. 그래서 ‘5인제 축구’라고도 한다. 시각장애인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풋살을 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시각장애인 축구는 1996년에 풋살과 분리돼 IBSA(International Blind Sports Association)에서 관할하게 됐다. 이러한 역사성 때문에 풋살과 비슷한 룰을 가진다. 199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제1회 IBSA 유럽선수권대회가 개최된 이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제1회 아메리칸선수권이 개최되면서 각 대륙으로 퍼졌다. 현재는 IBSA컵(IBSA Cups)과 같은 국제친선경기와 함께 공식 IBSA 대륙?세계선수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5인제 축구는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로 패럴림픽 3대 종목(나머지 2개는 골볼과 유도)이 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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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때 한국과 중국의 경기장면.


5인제 축구장의 규모는 풋살과 같이 일반 축구장의 1/6 정도다. 일반 축구장의 크기는 가로·세로 100~110m·64~75m인데 반해, 5인제 축구장의 크기는 가로 38~42m, 세로 18~22m다. 국제경기의 경우에는 길이 40m, 폭 20m로 정해져 있다. 5인제 축구선수가 풋살과 다른 점이라면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킥보드(Kickboard)가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이 킥보드는 선수들이 스로인으로 공을 찾는 수고를 덜고 동시에 시간을 줄여준다.

5인체 축구는 시력장애 정도에 따라 완전히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전맹; B1)과 시력이 있거나 시각장애인(저시력; B2나 B3)인 선수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경기종목도 B1, B2/3 두 개로 나뉜다. 플레이어 수는 총 5명인데 B1종목은 4명의 전맹(B1)과 시력이 온전하거나 약한(B2/3) 한 명의 골키퍼로 구성된다. 단 골키퍼는 과거 5년 동안 축구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여야 한다. B2/3종목은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전맹이 아니라는 점이 B1과 다르다. 이렇게 구성된 한 팀은 선수 5명을 포함해 교체선수 4명(골키퍼 1명), 감독, 코치, 그리고 가이드 등 최대 15명으로 구성된다(단 B2/3 부문의 경우에는 가이드가 없다). 보통 경기장을 3등분해 수비지역에서는 골키퍼가, 하프라인지역에서는 감독이, 공격지역에서는 골대 뒤의 가이드가 플레이를 유도한다.

5인제 축구는 시각장애선수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안전장비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B1종목의 경우 저지 혹은 셔츠, 반바지, 양말, 정강이 보호대, 운동화와 같은 기본 필수 장비와 함께 아이패치?안대를 착용해야 하고, 머리보호대는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저시력 부문인 B2/3 선수는 아이패치를 끼지 않는다. 이밖에 5인제 축구가 일반 풋살과 다른 점은 5인제 축구 B1부문의 공이다. 전맹 부문의 경기에 사용되는 공 안에는 음향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 공은 회전하거나 돌고 있을 때에도 음향시스템이 유지된다. 경기시간도 일반 풋살 규정에서 5분이 늘어난 전후반 25분으로, 타임키퍼가 경기시간을 관리한다. 또한 각 팀은 전·후반에 1분간의 타임아웃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B1과 B2/3부문 모두 동일하다.

축구 강국 라틴 국가, 홈 어드밴티지 한국… 이번 대회 예상은?
멋진 개인기, 화려한 몸놀림으로 유명한 브라질은 자타공인 축구 강국이다. 브라질은 축구, 풋살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 축구에서도 세계 최강이다. 5인제 축구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처음으로 등장한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브라질은 프랑스를 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서울 대회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대신 브라질을 잇는 축구 강국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라틴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작년 12월에 열린 일본 도쿄 월드챔피언십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1위는 브라질). 세계 3, 4위권인 아시아 최강 중국, 그리고 한국의 전통적 라이벌 일본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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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일본 도쿄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시각장애인 축구 대표팀.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축구 B1 종목의 한국 대표 팀 감독을 맡은 이대원 감독은 유독 시각장애인 축구에 애정이 깊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 대표 팀 골키퍼로 참가한 그는 대표 팀 막내코치를 지내다가 2009년 처음으로 수석코치를 맡아 2010년 월드챔피언십,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2011 아시아챔피언십 등에서 감독을 도왔다. 2011년 말레이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는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2013년부터 대표 팀 지휘봉을 잡고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한국의 객관적 기량을 5위권으로 내다봤다. 대표 팀은 대회를 앞두고 엔트리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두 명의 선수가 대회를 포기한 것이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직장에 취직한 두 선수는 생업을 그만둘 수 없어 대표 팀을 나왔다.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죠. 이해는 해요”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에이스’ 김경호와 장현준, 그리고 홈 이점을 감안한다면 이변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김경호는 2009년부터 꾸준히 대표 팀에서 뛴 베테랑으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를 도와 대표 팀을 이끌 장현준은 드리블에 능하다. 5인제 축구의 아시아 최강 중국은 개개인의 드리블 능력이 탈(脫)아시아 급이다. 장현준은 중국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은 드리블로 경기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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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김경호 선수.


한국 대표 팀은 현재 이천훈련원에 입소해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 팀은 작년까지만 해도 마땅한 훈련장소가 없어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대부분 안마사, 사회복지관 직원 등의 생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은 이처럼 정착하지 않는 훈련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확실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현재 의무 팀의 지원을 받아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훈련 시간도 늘어났죠. 아침 6시부터 7시, 10시부터 11시30분, 3시부터 5시30분, 6시부터 9시까지 총 네 번의 훈련을 하는데 이상한 점은 선수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동시에 행복해 한다는 점이에요”라고 말했다.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대표 팀에서 뛰는 그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2016 리우장애인올림픽대회 출전권이 걸린 대회는 8월에 있을 아시아챔피언십이다. 이번 서울 대회는 전초전 격이다. 이 감독은 “이번에 성적이 안 나와도 기회는 있어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겁니다. 분위기가 중요하니까요”라며 이번 대회의 각오를 다졌다. 대표 팀은 5일까지 정상 훈련을 진행한 후 6일부터 컨디션 조절에 돌입한다. 그리고 8일부터 선수촌에 입성해 결전을 준비한다.

응원이 금지된 축구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뛰는 것이 힘들고 위험하다. 그들의 욕구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역동적인 스포츠가 바로 시각장애인 축구다. 시력이 없는 대신 소리와 느낌만으로 공을 다루는 시각장애인 축구는 관중의 정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응원소리와 환호가 뒤섞인 일반 축구와는 또 다른 낯설음을 느낄 수 있다. B1 종목 이대원 감독은 말한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지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촉각과 청각, 그리고 오직 뛰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그라운드를 누빕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축구 종목은 오는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간, 서울 송파여성축구장(B1)과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장(B2/3)에서 열린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한국 축구 대표 팀 명단
- 전맹 부문(B1)
선수: 곽창현(1983년생) 김경호(1978년생) 이병희(1978년생) 장영준(1988년생) 하지영(1987년생)
골키퍼: 서보성(1992년생) 황태구(1993년생)
가이드: 조슬기 신돈호
감독: 이대원
코치: 신현영
- 저시력 부문(B2/3)
선수: 김도현(1987년생) 김주경(1972년생) 윤기백(1978년생) 이경대(1988년생) 이승진(1992년생) 이후민(1983년생) 진병석(1974년생)
골키퍼: 이정민(1991년생) 이종근(1991년생)
가이드: 정규영
감독: 김동진
트레이너: 김도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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