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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원점으로 돌아간 동부-전자랜드, 양팀의 고민은?
4강 PO 2차전: 원주 동부(1승 1패) 82-74 인천 전자랜드(1승 1패)

1차전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동부가 2차전을 잡고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채 인천 원정길에 나서게 됐습니다. ‘높이 vs 외곽포’로 요약할 수 있는 동부와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외곽포를 앞세운 전자랜드의 승리였는데요. 그렇다면 2차전은 동부 높이의 승리였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은, 시리즈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양팀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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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4강 PO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동부 선수들이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미치지 않아' 패한 전자랜드
이날 전자랜드의 패인이 외곽포의 침묵이었음은 분명합니다. 8개를 집어넣긴 했지만 지난 1차전까지 PO 4연승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전자랜드의 승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외곽포가 필요했죠. 특히 초반 몇 번의 3점슛이 무위로 돌아간 게 경기 내내 동부에게 끌려가는 양상으로 이어졌습니다. 4쿼터에 선보인 타이트한 디펜스가 잇따라 동부의 턴오버를 유발하며 추격의 발판까지는 놨지만 포웰의 부재 속에 차바위와 정병국의 두 방은 그저 외로웠던 이날 전자랜드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날 전자랜드의 3점슛에 대비한 동부의 수비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전자랜드가 외곽 찬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리 나빴던 건 아니기 때문이죠. 그저 성공률이 그야말로 ‘미쳤었던’ 지난 경기에 비해 떨어졌을 뿐, 많은 찬스 중 몇 개만 더 살렸다면 이날 승부도 끝까지 박빙으로 전개됐을 겁니다.

전자랜드는 외곽에서 승부를 보기로 작정한 팀입니다. 그만큼 골밑보다 외곽 움직임에 집중하고 2대2 플레이도 3점슛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사용하죠. 반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상대 선수들이 외곽으로 쭉쭉 퍼져 패스를 돌릴수록 수비 로테이션을 위한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날 동부의 강점인 높이는 원활한 로테이션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아무래도 높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곳은 골밑이고, 수비 로테이션 역시 앞선보다 뒷선이 용이한 게 사실입니다. 코트에서 상대 팀 포함 열 명의 선수들을 다 볼 수 있는 포지션은 공수 모두에서 뒷선에 위치하는, 센터 포지션이기 때문이죠. 앞선에서 수비 로테이션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쉴 새 없는 대화가 필수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때 동부의 수비 로테이션은 꽤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동부 빅맨들의 외곽 수비 로테이션은 그리 부드럽지 않았죠. 2대2 공격 시에도 의도적으로 스크린을 받아 외곽으로 빠지는 전자랜드에 맞서 동부 장신 선수들은 습관적으로 골밑으로 처지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외곽찬스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죠. 분명 동부에겐 3차전을 앞두고 한 번쯤 되짚고, 다듬을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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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3점슛 3개 포함 17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동부 윤호영.

이기긴 이겼는데… 찜찜한 동부산성
공격에서도 동부의 높이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날 동부의 승리를 만들어낸 건 동부산성의 우직한 골밑 득점이 아니라 모처럼 터진 9개의 외곽포였죠. 세 개의 3점슛을 꽂아 넣은 윤호영을 비롯, 박병우 허웅 등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19번 들어간 2점슛 중에서도 빅맨들의 자리싸움에 의한 골밑득점보다는 미들슛의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전자랜드의 외곽포가 터졌다면 이날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듯, 정규리그 3점슛 7위팀(경기당 5.6개) 동부의 외곽포 역시 터지지 않았다면 승리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날 고작 6개의 야투를 던져 4개 집어넣는 데 그친 사이먼이 다음 경기부터는 좀 더 포스트에서 중심을 잡고 활약해줘야 합니다.

침착해요, 캡틴
반면 전자랜드는 이날 ‘양궁농구’의 한계를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주 말씀드리지만 농구는 확률게임입니다. 전자랜드의 플레이오프 ‘도장깨기’가 많은 팬들의 놀라움과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역시 '골밑 득점보다 확률이 적은 외곽포에 승부를 건다'는 플레이스타일의 의외성 때문이 아닐까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전자랜드에게 이날 4쿼터는 여러모로 다음 경기의 승리를 위한 교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순간적인 더블팀으로 상대의 실책을 유발했던 이날처럼 다채로운 수비의 변화를 통해 동부의 높이에 대응할 방법을 연구하고, 홈에서 경기하는 만큼 슈터들이 자신감을 가진다면 충분히 사상 최초의 6위팀 챔프전 진출이라는 기적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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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울이죠?' 리카르도 포웰(가운데)이 4쿼터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동시에 해결사 포웰이 승부처에서 코트를 비우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4쿼터 중반 김주성의 테크니컬파울은 전자랜드에게 충분히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찬스였습니다. 물론 초반부터 사이먼을 상대한 레더 역시 제몫은 다했지만 지금까지의 플레이오프 경기만 생각해봐도 결국 승부처에선 포웰이라는 걸 포웰도 알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김주성 역시 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승부처에서는 좀 더 냉정하게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4쿼터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동부인데요. 이날도 3쿼터까지는 단 세 개의 턴오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쿼터에만 무려 여섯 개의 실책을 범하며 상대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죠.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섞여 있는 동부의 라인업을 봤을 때 베테랑은 노련미가 있는 반면 체력 문제가 있고, 반면 어린 선수들은 체력은 있지만 승부처에서 경험이 부족한 게 4쿼터라는 시기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승부처에서 뒷심 부족은 패배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죠. 리드를 잡더라도 끝까지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주지 않기 위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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