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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유종의 ‘미(美)’는 고양체육관에 있었다…정규리그 총평과 6강PO 전망은?
5일 경기 결과 :고양 오리온스(31승 23패) 88-90 서울 SK(37승 17패)

화려한 피날레
2014-2015 KCC프로농구 정규리그가 5일 10개 구단 간 ‘동시다발 맞대결’을 끝으로 5개월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일제히 54번째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한시즌 농사의 풍흉을 떠나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치러진 다섯 경기 중 가장 화려한 시즌 마무리가 장식된 곳은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SK 간 격돌이 벌어진 고양체육관이 아닐까 싶네요. 시즌 마지막날까지 '4강 직행'과 '4위 쟁탈'이라는 확실한 성취동기를 갖고 있었던 양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으로 농구팬들에게 명승부를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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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총력전에 나선 SK와 오리온스. 경기내내 양팀의 기싸움은 팽팽했고, 결국 정규리그 종료일 연장 접전 명승부가 연출됐다.

총력전에 나선 SK와 오리온스는 위기에 빠질 때마다 다채로운 전술 변화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각기 의도한 바가 잘 통하면서 경기내내 주거니받거니 흐름을 양분했습니다. 양팀 모두 좋은 경기력으로 접전을 만들어내니, 보는 재미는 배가될 수밖에 없었죠.

초반에는 SK가 오리온스의 외곽포를 어느정도 틀어막으며 리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답답해진 오리온스는 곧바로 길렌워터를 앞세워 활로를 개척했고, 2쿼터엔 라이온스가 바통을 넘겨받아 팀에게 36-34 역전을 선물했습니다.

이에 맞서 초반 리드는 이어가지 못했지만, 후반 수비를 강화하며 기어코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온 SK입니다. 잠실에서 동부가 삼성을 잡는지, 잡아먹히는지는 아랑곳이 없었죠. 오리온스 역시 전매특허인 소나기 외곽포를 동원해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허일영-이승현-김동욱 등, 이날 오리온스에 슈터만 몇명이었는지 모르겠네요.

4쿼터 초반만해도 승기를 잡나 싶던 SK는 달아날 수 있을 때 김선형과 헤인즈의 에러로 달아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반면 4위 경쟁팀 창원 LG의 마지막날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승리하기만 하면 4위를 따낼 수 있었던 오리온스는 종료 3.3초를 남기고 승리를 결정지을수 있는 자유투 쓰리샷을 얻어냈지만 얼어붙은 라이온스가 하나를 놓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날 승부는 자유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한판이 아닌가 싶네요. SK 역시 4쿼터 헤인즈가 결정적인 자유투 두 개를 넣어줬더라면 연장까지 가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승리할수 있었을 겁니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태평양 건너 NBA에서도 LA클리퍼스의 디안드레 조던이 4쿼터 자유투 6개를 놓치며 다잡은 승리를 놓친 경기가 벌어졌는데요. 그만큼 승부처에서 자유투 하나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큽니다.

연장에서는 팀이 기록한 10점 중 9점을 혼자 몰아넣은 코트니 심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문경은 감독도 평소에 SK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심스가 살아나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는데요. 이날 벤치에만 계속 머물다 들어왔는데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심스입니다.

졌지만 웃고 있을 오리온스, 기다려라 LG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 9승 1패, 개막 8연승 때만큼이나 페이스가 좋았던 오리온스는 이날 비록 패하긴 했지만 충분히 6강상대 LG의 간담을 서늘케 할만한 파괴력을 증명해보였습니다. 12개의 소나기 외곽포는 무서웠고 라이온스는 무려 32득점을 폭발시켰죠. 오리온스가 이날같은 경기력을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LG는 홈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할지라도 긴장하지 않을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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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SK 애런 헤인즈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는 리오 라이온스(오른쪽). 라이온스는 이날 32득점을 터뜨리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물오른 컨디션을 과시했다. (사진=KBL)

외곽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대일 능력 뛰어난 외국선수들 덕분에 찬스가 많이 생기고, 토종 슈터들이 활발히 득점에 가세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오리온스입니다. 더구나 이날은 이승현이 3점슛 4개를 터뜨리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물론 대학때도 간간이 외곽슛을 던지던 이승현이지만 프로에 온 이후 용병도 있고 하니까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과연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운 모습이었습니다.

LG 역시 후반기부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찾은 팀이기에, LG-오리온스의 6강PO는 정말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대결이 됐는데요. 이날 LG는 팀 자체 역대 최저승률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던 KCC를 맞아 힘든 경기를 했습니다. 공격력이 강한 LG와 오리온스, 용병들의 득점력이 어느정도 보장된 상황에서 승부는 결국 슈팅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LG는 수비에서 오리온스의 외곽포를 봉쇄할 복안을 찾아야 할것이고, 오리온스는 '대한민국 206cm 중 가장 빠른' 김종규가 참여하는 속공을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4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할 것입니다.

지친 SK와 언더독 전자랜드의 동상이몽
심스가 희망을 줬지만 SK는 김선형-최부경-김민수 등 국내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6강 PO를 앞두고 중요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SK가 전자랜드에 앞선다는 건 대부분의 농구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이나, 이날처럼 국내선수들의 득점이 미비하고 전체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면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4강 직행에 실패함으로서 휴식 시간도 줄어들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필요합니다. 우승이라는 대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6강PO에서 게임수를 줄이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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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라, 플래시 썬' 5일 오리온스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뒀지만 4강 직행에 실패한 SK.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이라는 대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국내선수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사진=KBL)

반면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KBL의 언더독' 전자랜드는 높이에서 열세를 보이지만 특유의 조직력을 살려 끈끈한 농구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자랜드 입장에서야 SK의 시즌 막판 부침은 반가운 일이겠죠. 여러모로 올시즌 6강PO는 흥미로운 대결로 짜여져 있네요.

P.S. 올시즌 정규리그를 돌아보며
올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작년보다 재밌는 페넌트레이스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일리걸 디펜스(부정수비)가 없어진 탓이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만큼 수비전술의 다양화가 가능해졌고, 자연스레 그에 발맞춰 공격루트도 다채롭게 짜여진 게 재미를 유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은 플레이오프 역시 기대가 되는데요. 과연 올시즌 우승컵은 어떤 팀이 들어올리게 될까요?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김유택 관전평]은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2014-2015 KCC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집니다. 농구팬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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