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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성공한 여자 프로와 부모 사이의 돈문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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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생활 시절 벌어들인 돈 전부를 부모에게 맡긴 효녀 배경은.


“형님, 경은이 네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뭘 어떻게 해. 우리가 직접 다 관리하지.”

“허이구. 우린 달달이 용돈 받고 있어요. 치사해서 못 살겠어, 형님.”

지난 달 경남 김해에서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 때 만난 배경은의 모친 김미자 씨가 들려준 이야기 한토막이다. 미국LPGA투어에서 잘 나가는 모 선수의 어머니와 대회장에서 만나 나눴다는 대화 내용이다. 자신이 번 돈 모두를 부모에게 맡기는 배경은의 모친 입장에선 어깨가 '으쓱'할 얘기다. 이런 이야기들은 하나외환챔피언십 같은 규모가 큰 대회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미국LPGA투어에서 뛰는 또 다른 선수는 부모가 주식 투자를 잘못해 큰 돈을 날렸다. 2008년 리먼 사태 때 주식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프로 입문 후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잃은 이 선수는 은퇴하고 싶었으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 선수생활을 해야 했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고 큰 돈은 직접 관리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좀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이 선수 역시 효심이 지극해 자신이 번 돈 모두를 부모에게 맡겼다. 그러나 남자가 생긴 이후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말을 앞세워 자신이 번 돈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부모는 억장이 무너진다. 수 억 원의 빚을 지며 딸을 뒷바라지했는데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니 기가 찰 뿐이다. 더욱 서글픈 것은 노후에 대한 걱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점이다.

어린 딸에게 골프 채를 쥐어줄 때 모든 부모는 박세리의 성공신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공확률은 1% 미만이다. 100명의 또래 여자 아이들이 함께 골프를 시작할 때 1명이 원하는 바를 이룰까 말까다. 골프선수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란 그만큼 힘들다. 불행하게도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성공한 상위 1% 선수들의 얘기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한다. 골프 대디들은 그런 면에서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식의 골프를 위해 돈과 시간, 마음을 ‘올인’한다. 박세리와 김미현, 신지애 등 대표적인 선수들 모두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역경을 극복한 이들도 대단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골프 대디들은 더 위대하다. 그들의 정열과 대담함, 승부근성, 도전정신은 큰 산과 같다.

문제는 성공한 후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불거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른다. 부모 자식 간이라도 가장 큰 게 돈 문제다. 정상적인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 돈 얘기는 ‘뜨거운 감자’다. 특히 아들이 아닌, 딸이라면 더 그렇다. 부모 입장에선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자식 입장에선 “부모라면 마땅히 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것 아닌가”라고 여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것이 ‘참 좋은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시드 획득으로 가슴을 졸이는, 그리고 컷오프로 속을 태우는 선수와 부모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배부른 다툼(?)이다. [헤럴드 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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