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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일’ 밀착에 견제 시작한 中…올해 실종된 한중 ‘대면 외교’
中 “韓, 현재 문제점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대해야”
3시간30분동안 열린 한중 국장급 협의 “허심탄회 논의”
EU국가·아세안, 中과 경제협력 ‘활발’…중일 정상회담 관심
韓, 올해 中과 대면 외교 전무…“국익 증대 외교 펼 것”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부 국장 간 협의에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로 한미일 밀착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자 중국이 견제에 나서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 발언 후 한중 양국이 각각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G7 정상회의 이후에는 한중 국장급 협의가 열려 냉랭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에서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대중 외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7 폐막 직후인 22일 류진쑹(刘劲松) 외교부 아주사(司·국) 사장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개최했다.

3시간30분간 진행된 이날 협의회 결과에 대한 양국 정부의 발표를 보면 냉랭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류 사장이 중국의 핵심 우려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고 다른 사안에 대해 한국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장급 협의에 대해 “한국 측이 현재 중한(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인식하고 엄숙하고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22일 “우리 측은 상호존중에 기반하여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며 “양측은 양자관계 및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두 문장의 짧은 설명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상호 관심사와 각국 관심사에 대해 아주 폭넓고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이 ‘핵심 우려’라고 언급한 것은 대만 문제로 꼽힌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22일 ‘한중 고위지도자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는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우려 사항에 대해 한국 측이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에 대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중 양국은 각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한미일 정상이 밀착하면서 한중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한중 고위급 간 대면 교류는 부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이 유일하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카운터파트인 왕이 현 국무위원과의 채널도 전무하다.

지난해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당시 외교부장과 만났던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말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취임 축하 전화통화를 한 이후 외교장관 회담은 개최하지 않고 있다.

반면 그동안 미국과 연계를 강화하며 전략적 신뢰를 쌓았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과 경제 협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회담했고, 올해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3월),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월)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에서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연차 총회 참석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껄끄러운 사이였던 중국과 호주도 장관급 교류를 시작했다. 지난해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했고, 오는 7월 친 부장이 답방 형식으로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양국 통상장관도 회담을 개최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시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 있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구도 아래에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에 중국과는 구조적으로 도전 요인이 증가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의 전략적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논의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서 당연히 정책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인 포럼에서 “중국과는 전략적 소통이 중요하며 한미일 외교 강화가 결코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특사 파견은 생각하고 있지 않으나 필요하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면서 국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현명한 외교를 펼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 친 부장과의 대면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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