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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이, 후배들이 탈 KF-X 결함 있어선 안되죠”
안준현 시험비행조종사·원신우 기술사
‘600만불의 사나이’도 시험조종사 출신
성능검증·시험까지...선발요건 까다로워
비행시간·시험평가·어학 등 고려 선발
척 예거 도전정신 계승하는 KF-X 주역
생도시절 대통령 축사에 시험비행 결심
부국강병 위한 전투기 개발 등 큰 기여
KF-X 초도요원들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비행에 나서고 있다.
KF-X 시험비행기술사 원신우 중령(왼쪽, 공사50)과 시험비행조종사 안준현 소령(공사54)이 국산 경공격기 FA-50 앞에서 안전비행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공군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항공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간 거리두기는 항공 수요 감소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우주까지 아우르는 항공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치열한 전장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분단국인 한국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분야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는 한국 항공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고 내일을 고민한다.

한국형전투기(KF-X) 시제 1호기 ‘롤아웃’(rollout)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8조8000억원이 투입되며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KF-X가 설계도와 공장을 벗어나 국민들 앞에 실체를 처음 선보이는 역사적인 순간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만 이번 롤아웃 때 공개되는 KF-X는 아직 날지 못한다. 1년여의 지상시험과 다시 또 초도비행과 4년여의 비행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하늘을 누빌 수 있다. 이때까지는 여전히 개발단계일 뿐이다.

▶‘파일럿계의 박사’ 시험비행조종사=현재 KF-X는 단좌(1개 조종석) 4대와 복좌(2개 조종석) 2대 등 총 6대의 시제기를 제작해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6대의 KF-X 시제기가 총 2200여회 소티(비행횟수) 비행시험을 통과해야 개발이 종료된다.

여기서 누구나 가질만한 궁금증이 있다. 아직 개발단계로 검증이 끝나지 않은 KF-X 비행시험은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의 대답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이 바로 KF-X 개발 시험비행조종사와 기술사들이다. 시험비행조종사(TP: Test Pilot)는 새로 개발되는 항공기나 항공무장을 위한 시험비행시 조종 임무를 맡는 전문요원이다. 시험비행기술사(FTE: Flight Test Engineer)는 시험비행 때 시험진행관 임무를 주로 수행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항공기에 동승해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비슷한 역할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험비행조종사가 조종임무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시험비행기술사는 새로 개발된 항공기 시험비행 과정에서 자료 분석과 검토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의 작중 직업이 시험비행조종사라는 점을 떠올리면 의외로 친숙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말 그대로 아무도 타보지 않았고 아직 안전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비행기에 탑승해 성능을 검증하고 시험해야하는 시험비행조종사와 기술사 선발요건은 간단치 않다. 우선 해당 교육과정을 수료한 조종사와 기술사 가운데 총 비행시간과 시험평가 경력, 근무평정, 어학, 지휘추천 등을 고려해 선발된다. KF-X처럼 이제 막 개발된 항공기를 시험평가할 수 있는 자격인 X-1 취득은 기본이다. 체력과 비행능력은 물론 이론까지 겸비해야하기 때문에 ‘파일럿계의 박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현재 각각 시험비행조종사와 기술사 2명씩 총 8명의 초도요원을 선발해 통합시험팀을 운용중이다. 이들은 시제 1호기 출고 뒤 초도비행 전까지 진동시험과 조종석 인터페이스, 비행제어 검증, 지상활주시험 등 1년여 간의 지상시험을 거쳐 본격적인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공군 52 시험평가전대 KF-X 시험비행 교육 유튜브 보기 https://youtu.be/yLmmEB_C9N8

▶척 예거 도전정신 계승하는 KF-X 주역들=헤럴드경제는 최근 대한민국 공군 유일의 시험평가 및 시험비행 전문부대인 공군 52전대에서 KF-X 초도요원으로 선정된 시험비행조종사 안준현 소령(공사54)과 시험비행기술사 원신우 중령(공사50)을 만났다. 이들은 “KF-X는 결국 후배와 동료들이 탈 항공기”라며 “우리가 검증하고 인증한 것에서 결함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 소령은 “처음 개발시험비행 분야에 지원할 때 전투기를 타면서 작전과 훈련도 중요하지만 공군 발전을 위해, 나아가 대한민국의 부국강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 고민의 해답이 개발시험을 통해 공군 전력발전과 국가안보에 기여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 54기로 임관해 F-4E 비행대대와 KT-1 기본비행과정 교관 등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2016년 개발시험비행조종사 자격을 획득한 뒤 중고도무인기 개발과 국산 경공격기 FA-50 공대지 무장확장, 전술용입문기 구매시험 등 다양한 시험평가를 수행했다.

안소령은 “지금 KF-X 개발에 지원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초도 비행조종사로서 KF-X가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전투기로 개발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몇 십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항공기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시험비행기술사로 선정된 원 중령 역시 성공적인 개발을 다짐했다. 원 중령은 “사관생도 시절 선배들의 졸업식에서 대통령이 축사를 통해 국산전투기 개발을 언급할 때부터 시험비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의지를 천명한 게 시험비행 참여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시험비행 기술사로 10년 동안 각종 국산항공기와 다양한 항공무장 개발 시험비행 경험을 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대한민국 영공방위를 책임질 KF-X 개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지원했다”고 했다. 원 중령은 “항공기 개발 과정은 수많은 도전과 위기의 연속”이라면서도 “사전교육과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KF-X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류 최초로 음속의 벽을 돌파한 조종사 척 예거의 도전정신을 계승하는 이들은 KF-X 사업의 또 다른 주역이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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