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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北 신뢰 폭파…北, 文대통령 원색 비난·특사 내막까지 공개
北, 文대통령 특사 제안 공개 ‘모독주기’
김여정 “정신 잘못된 것 아닌가 걱정 든다”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17일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고 나서면서 남북관계 경색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공개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나름 자제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비난까지 쏟아내면서 남북 간 신뢰도 날아가 버렸다. 북한은 또 통상적인 외교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물밑에서 이뤄지던 특사 파견을 둘러싼 내막을 공개하고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해가며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북한이 잇달아 도를 넘어선 행태를 보이면서 대북여론 악화도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가 여러 차례 고비 속에서도 유지해왔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김여정, 文대통령 겨냥 ‘철면피’ 맹비난=북한은 17일 전날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대남 비난공세를 쏟아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원고지 27페이지 분량의 장문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과 기념행사 영상메시지에 대해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혹평했다. ‘철면피’, ‘비열한’, ‘뻔뻔함’ 등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특히 “제손으로 제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정신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고 모독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반발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나름 자제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의 일원이자 사실상 2인자인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문 대통령을 적나라하게 비난한 만큼 향후 남북관계 수습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날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보내기로 했으나 김 제1부부장이 불허했다고 밝힌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반발로 남북관계 위기가 고조되자 다급해진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희망했지만 거부했다는 것을 공개한 것은 의도적인 모욕주기에 다름아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부장이 “험악하게 번지고 있는 정세도 분간하지 못하는 타는 불에 기름 끼얹는 격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언동을 엄격 통제관리하면서 자중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북한軍,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예고=이미 북한은 남북관계 단절을 예고하고 있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께끈한(더러운) 것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일이 없을 것이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청와대와 통일부가 전날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가소로운 입질’로 일축했다. 장 통전부장은 또 앞으로 남측 당국과 교류나 협력은 없다면서 “지금까지 북남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선언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도 같은 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대남 대적(對敵)군사행동 계획들을 빠른 시일 내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에 제기하겠다며 금강산과 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초소 재진출 및 경계 강화,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 살포 군사적 보장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조치가 ‘1차적인 첫단계 행동’임을 밝히고 향후 남측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연속적인 대적행동 조치들의 강도와 결행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북한이 판문점선언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파기에 이어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행동까지 예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판문점선언 파기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 북미협상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남북관계 긴장 유지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남측에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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