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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영화 유튜버③] 유튜버와 배급사에 필요한 건 ‘상생의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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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영화 유튜버와 배급사는 긴장관계 속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유튜버는 신고를 하는 배급사의 작품은 다루지 않는 방향에서 영상을 만들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수위를 낮춘다. 아니면 아예 예고편이나 스틸컷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에서 영화를 비판한다. 배급사는 유튜버들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까 주의깊게 바라본다. 이렇듯 아슬아슬하고 묘한 관계로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 최근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조회수 역시 각각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다보니 유튜버 관리만 잘 되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부 유튜버의 영상은 영화 비평가들이 쓴 글보다 시각적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극적인 표현도 사용해 재미도 넘친다. 특히 영화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영상을 만드는 일부 유튜버들에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뛰어난 재능의 유튜버는 재미와 신뢰도를 동시에 잡는데, 이는 재미없는 영화를 피해 좋은 영화만 보고 싶은 관객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영화에 대한 비평이 강하게 쏟아지면, 배급사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초반 흥행이 잘 된 경우 입소문까지 이어져야 500만 흥행을 내다보는데, 유튜브 등에서 비판이 쏟아지면 뒷심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급사나 수입사마다 불편함을 처리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실제로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비교적 관용적이다. 일부 팩트가 아닌 잘못된 내용으로 영상을 만드는 경우에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비평의 영역에 있어서는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들은 영화 유튜버에 대해 “영화를 통한 소통의 창구가 늘어나는 것에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들도 하나의 의견을 내는 것을 존중하고, 비판을 한다 하더라도 거짓된 내용만 아니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쇼박스와 NEW는 앞선 두 배급사 보다는 보수적인 형태를 띠었다. NEW는 개봉작의 예고편 사용이나 협력하기로 한 유튜버의 본편 사용은 허용하나, 영화관에서 내려온 영화의 경우라도 본편 사용에 있어서는 허락을 구하지 않은 이상 제재를 가한다는 기조다. 쇼박스는 예고편 영상으로만 제작한 유튜버까지 제재하면서 가장 날을 세우고 있다.

수입사의 경우에도 회사마다 다르다. 디즈니는 2차제작물에 철저하게 관대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마블 영화의 세계관을 다룬 영상물이 유튜브 내에 수없이 존재하는데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DC엔터테인먼트(이하 DC)나 20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의 경우에는 당장은 걸리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제재를 받게 된다고 한다.

한 유튜버는 “디즈니가 저작권에 있어서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다. 조금의 손해만 보더라도 끝까지 찾아가서 엄청난 상당의 배상을 요구하는데, 유튜버들이 제작한 2차제작물에 있어서는 손을 대지 않는다. 2차제작물이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아는 것”이라며 “하지만 DC나 20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는 몇 달이 지나면 꼭 찾아내서 손해를 요구한다. 그래서 보면 마블 영상만 있지 다른 유니버셜 제작사의 2차제작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블 영화나 DC 등 유니버셜 제작사에서 내놓는 영화는 세계관이 엄청나게 크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가 많다. 이런 영화의 신작은 다른 신작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2차제작물은 이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며 “디즈니는 2차제작물의 효과를 알고 관대하게 대응한다. 반면 DC는 2~3개월 뒤에 꼭 찾아내서, 채널을 없애거나 유튜버가 얻어낸 수익을 돌려받는다. DC 영화가 흥행면에서 잘 안 되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도 있겠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 입장에서는 배급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영상물을 제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반면, 배급사는 유튜버들이 아주 강하게 비판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물이 제작되길 바란다. 유튜버들의 역할이 영화의 또 다른 창구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유튜버와 배급사 간 논의의 창구가 없어,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채널을 개설한 유튜버들은 배급사와 유튜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해 창출한 수익을 모두 뱉어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논의의 창구가 생기면 서로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일부 유튜버들의 의견이다.

약 50여명의 유튜버들은 약 2~3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유튜버 고몽은 “구글에서 유튜버들이 적정한 선을 지키면서 영상을 만들 수 있게끔 자리를 만든 적이 있다. 여전히 그 모임이 유지된다. 배급사에서 목소리를 모아준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가이드 내에서 비평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급사들은 회사의 기조가 각각 다르고, 이들의 목소리를 모을만한 조직을 구축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한 관계자는 “배급사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누가 나서서 논의의 창구를 만들며,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어디까지 소속시켜야 하는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홍보팀끼리는 배급사간 소통이 잘 이뤄지는 편이지만, 유튜버 분야를 홍보팀이 담당하는 것도 어렵다. 대부분 부가 판권팀에서 맡는다. 부가 판권팀끼리는 각 배급사끼리 소통이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수입사의 경우에는 갈 길이 먼 편이다. 국내에 지사가 있는 수입사라 하더라도 본사에서 저작권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고, 외국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 비해서도 엄청 강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모두 관리하고 있고 지사의 경우에는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행할 뿐이다. 유튜버들을 알고 지낸다고 하더라도 지사 입장에서는 특별히 도움을 줄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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