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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인터;뷰 ②] 송강호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예의를 말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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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을 통해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의미 있는 쾌거는 물론, 평범한 듯 기묘한 기택의 아우라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는 물론, 작품에 대한 공감과 애정은 송강호의 살아있는 연기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송강호는 오랜만에 작업하기 즐거운 작품을 만났다고 만족감을 내비치며 봉 감독과 주변 동료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현장에 있었다. 기분이 어땠나?

“화면에 나온 그대로였다. 사람이 잔인하다. ‘기생충’이 호명이 안 되면 안 될수록 내 박수 소리가 커지더라. 어마어마한 작품과 감독들이 경쟁에 진출했는데 마지막에 우리만 남았을 때는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 세 번째 칸 영화제 초청. 기분이 더 남달랐을 것 같다.

“내가 너무 행운아인 것 같다. 늘 좋은 작품, 좋은 분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칸 영화제에 참석하는 행운을 얻는 것 같다. 매번 긴장이 된다. 상이 중요한 건 아닌데 사람인지라 그렇더라. 경쟁작이 21편인데 그 안에 들어간 것만 해도 상을 받은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또 가게 되면 그냥 집에 가라고 하면 섭섭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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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송강호에게 봉준호 감독이란 어떤 존재인가?


“첫 만남부터 존중의 관계로 만났는데 그 마음이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보다 두 살 어리니까 친구 같기도 하다. 후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존경하는 마스터로 여겼다. 박찬욱 감독님이나 김지운 감독님도 계시지만 봉 감독님과는 유독 깊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 원톱 주연으로 나서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함께 했다. 어땠는가?

“현장에서도 이런 작품은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협업을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더라. 다른 영화에서도 물론 좋은 분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됐다.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

▲ 아들과 딸로 나온 최우식, 박소담. 후배들과 연기 해보니 어땠나?

“박소담은 영화 ‘사도’에서 잠깐 만났고, 장혜진도 ‘밀양’에서 잠깐 본 적이 있다. 길게 만난 건 모두가 다 처음이었다. 이정은도 ‘변호인’을 함께 했었지만 길지 않았다. 궁금하기도 했고, 많은 배우들이 너무 잘 적응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지금도 박소담과 최우식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현장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 기택의 비현실적 말투는 어떤 의도에서 사용한 것인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 같은 연극적이고 만화적인 대사들이 있었다. 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반지하방으로 빨리 몰입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 같더라. 반지하의 세계로 너무 몰입을 하지 말고 관망을 해줬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기택이라는 인물의 야심이나 욕심이 번뜩였으면 뒤에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다가오지는 못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연체동물처럼 가다가 클라이맥스에 그런 게 나왔을 때 신선한 충격과 입체감이 돋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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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영화의 메시지에는 공감을 했는가?


“우리 영화는 원한과 분노, 복수, 대결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클라이맥스에서는 무엇인가가 터지는 게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이나 예의를 말하는 영화인 것 같다. 결말은 봉 감독이 창작자로서 마무리를 지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관객들이 판단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이 아닌 공생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어떻게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복합 장르의 복합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창조물인 것 같았다.”

▲ 기택이나 박 사장 가족처럼 사회적인 명예를 추구한 적은 없는가?

“나는 배우니까 좋은 작품과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추구할 뿐이다. 올해가 연기한지 만 30년이 됐더라. 배우는 무계획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이 일을 하지는 않았다. 그랬으면 1년도 못 버텼을 것 같다. 순수하게 일에 대한 애정과 마음을 가지다 보니까 사회적 평가나 나름의 성취가 따라온 것 같다. 그런 마음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 것 같다.”

▲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연기관이 있다면?

“부족하지만 마음에 가졌던 건 있다. 좋은 연기라는 것은 화려한 변신을 보여주거나 재능을 번뜩이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것보다 이 작품에 어떻게 헌신을 해야 원하는 인물이 될까를 고민한다. 헌신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좋은 연기의 표본이 아닐까라는 걸 늘 견지를 해왔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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