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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미니멀리즘 ]② 스마트폰을 끄고 위안을 얻다?…이유 있는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을 보고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쥔 채 잠이 든다. 이것은 현대인의 일상 모습이다.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과 이제 구분하기 없는 시점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온라인 세상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스로 고립의 길을 선택한다. 디지털시대의 이단아들의 등장이다. 디지털 세상을 거부하고 그 독소를 빼내겠다고 나선다. 이들은 왜 스스로 디지털 디톡스를 선택한 것일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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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 20대 직장인 이은지 씨는 얼마 전 sns를 삭제했다. 맛집을 찾을 때도 핫한 아이템을 찾을 때도 가장 먼저 검색하는 곳이 인스타그램일 정도로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앱을 삭제했다. 언제부턴가 sns를 하는 목적이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 후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sns에 올리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30대 직장인 이진아 씨의 하루 마무리는 스마트폰으로 끝난다. 잠잘 때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특별히 뭔가를 필요한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sns를 뒤지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고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하다 보니 눈이 침침해지기도 했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할 때 눈을 보호해준다는 청광 안경을 구매했다. 스마트폰을 더 잘 쓰기 위한 소비를 생각하면 씁쓸하지만 이렇게라도 더 스마트폰을 보고 싶다.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말 그대로 디지털 독소를 빼낸다는 의미로 스스로 디지털 기술을 피하는 것 뜻한다. 디지털 문물, 온라인 세상에 지친 이들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포드 자동차가 꼽은 올해의 트렌드로도 꼽혔다. 포드 자동차는 매년 세계 소비자 동향 변화에 대해 분석했는데 그 중에 디지털 디톡스로 인해 오프라인 생활이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도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집중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젊은층 사이에서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엠브레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0명의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51.4%)이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실제로 실행했다는 답한 이들도 77%에 달했다.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예능에서도 이미 디지털 디톡스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지난해 방송됐던 나영석 PD 사단의 예능인 tvN ‘숲속의 작은집’이다. 박신혜, 소지섭이 자발적 고립을 택하며 숲속에서 일상을 보냈는데 미션으로 핸드폰 없이 24시간 생활하기에 도전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탔다.

나영석 사단은 ‘숲속의 작은집’에 앞서 훨씬 전에도 이같은 시도를 한 바 있다.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예능 ‘인간의 조건’이 그 선례다. 2013년 방송됐던 ‘인간의 조건’은 파일럿 당시 휴대전화, 인터넷, TV 없이 살기를 실천했다. ‘디지털 디톡스’ 그대로를 실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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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김준현(사진=kbs)



■ 고립을 도와드립니다

일상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으론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불필요한 정보 제거하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 조절하기, 알림 차단하기, 비행기 모드로 두고 휴대폰이 없는 생활하기 등이 있다.

최근엔 디지털 디톡스를 도와주는 다양한 어플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시간을 조절해주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보상을 줘서 성취감을 올려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앱이 ‘잠보’다. ‘잠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면 상태로 인식해서 시간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넌 얼마나 쓰니’는 나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패턴을 체크해주고 목표 시간을 정하면 잠금 기능까지 제공한다. 앱 ‘포레스트’는 시간을 설정해 그 시간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나무를 키울 수 있다. 나무를 다 키우면 코인을 제공하는데 이를 모아서 진짜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서 기부까지 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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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시간 제한하는 어플 포레스트(사진=핸드폰 캡처)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명상을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온라인에선 명상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뿐더러 최근엔 명상에 대한 어플도 많이 나와있어 어디서든 쉽게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기업들이 디지털 디톡스 상품을 내놓거나 이를 마케팅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통신업계는 데이터를 차단할 수 있는 요금제와 핸드폰 제품을 내놓고 있다. 통화와 문자만 가능해 수험생에게 딱인 기능이나 자발적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LG전자의 ‘공부의 신’ 핸드폰은 최소한의 기능만 탑재한 재품이다. SK텔레콤도 카카오톡을 차단하고 자체 모바일 메신저만 탑재한 쿠키즈 미니폰과 앱을 깔 수 없는 LG폴더를 내놓기도 했다. SK텔링크는 지난해에 카카오톡은 이용이 불가능한 아이폰3, 4의 리패키징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여행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겟어웨이 하우스가 각광받고 있다. 겟어웨이 하우스는 핸드폰, 노트북, TV 등 디지털 문물를 떼어내고 숲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국내인 강원도 홍천에도 외부 네트워크망이 단절된 리조트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를 카운터 트렌드(역경향 트렌드)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트렌드 관점으로 보면 디지털 트렌드가 편리하게 빠르게를 강조하지 않았나. 디지털 디톡스는 그 카운트 트렌드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디지털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이루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의 현실적 즐거움을 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카운터 트렌드로 디지털 디톡스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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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다만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디지털 디톡스의 효과는 인정했지만 억지로 스마트폰을 끊어내려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최 소장은 “모든 건 접근성의 문제다. 접근성이 낮아지면 안 하게 될 것인데 그 시간에 무엇을 하냐가 문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한다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요소를 없애는 게 효과적이다. 그럴 땐 피해가 특별하니까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는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해서 너무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최 소장은 “원래 스마트폰 사용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최근 우울증에 빠지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무작정 줄이면 스마트폰 사용량은 줄지만 삶의 퀄리티가 좋다곤 할 수 없다”며 “사는 재미가 스마트폰 하나뿐인데 억지로 줄인다면 그건 죄책감만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마음껏 하는 경우가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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