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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B레이더] 데카당 "우리의 음악, 한편의 영화처럼"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67. 금주의 가수는 밴드 데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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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데카당 제공)



■ 100m 앞, ‘데카당’을 만나기 전

이름: 데카당

멤버: 진동욱(보컬), 박창현(기타), 설영인(베이스), 이현석(드럼)

데뷔: 2017년 5월 4일 미니앨범 ‘ㅔ’

대표곡: 정규 1집 앨범 ‘데카당’ 타이틀곡 ‘각주’

디스코그래피 요약: 싱글 ‘우주형제 / 너와 나’(2017), 정규 1집 앨범 ‘데카당’(2018)

특이점: ▲스튜디오 앨범 발매 전 수많은 공연으로 이미 리스너와 관계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2018년 EBS 헬로루키 KOCCA 톱(TOP)6 선정 ▲2017년 CJ문화재단 튠업 18기 뮤지션 선정

해시태그: #해괴한 미학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 #결핍과 완전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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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당 '병' MV 캡처



■ 70m 앞, 미리 보는 비디오

정규 1집 앨범 ‘데카당’의 수록곡 ‘병’의 뮤직비디오.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이뤄진 이 영상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노래의 해괴한 색깔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영상에는 정체 모를 생명체들이 붉거나 까만색을 배경으로 기이하게 꿈틀댄다. 여러 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바닥과 그 중심에 눈이 박혀 있는 등의 모습이다.

주인공은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며 두렵고 외로워한다. 이런 장면들은 “날씨는 여전히 맑지 않고/여전히 날 지나쳐가는/그 탓에 그 덕에/자독한 병에/걸렸더래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와 혼란을 그대로 전달한다. 더 나아가 색깔을 입히지 않아 지문이 그대로 찍히고 점성이 느껴지는 일부 클레이 모델은 노래의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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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당 로고(사진=데카당 제공)



■ 40m 앞, 데카당의 결핍이 아름다움으로 태어나다

데카당은 스스로를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노래”하는 밴드라고 소개한다. 문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데카당은 19세기 후반 로마의 극단적으로 세련된 기교, 탐미적 경향, 자학, 절망, 향략적인 태도를 뜻한다. 한 마디로 퇴폐와 타락을 가리킨다.

데카당이 다루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음악에는 따뜻한 위로도, 반성의 태도도, 깊은 슬픔에 잠긴 연민도 없다. 대신 괴랄하고 무언가 부족함에 목말라 있는 말들, 화가 잔뜩 나 있거나 불안한 감정, 그리고 이리저리 삐치고 늘어지는 목소리와 연주가 있다. 데카당의 가사에는 “사랑하고 결핍하세요”(‘병’) “감정불안정과 자기애 과시에/이전에는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썩은 과일 무더기, 무덤으로 쌓여와/내 귀를 만져주네”(‘라 토마티나’) 등처럼 무언가 부족하거나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듯한 상태들이 담겨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데카당의 음악이 거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데카당은 노래에 따라 섬세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연주하고 노래한다. 감정을 포장하는 것도 아니고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그것을 또 아름답게 분출한다. 예술은 그 자체로 비춰지고 즐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뜻이다.

그래서 처음 마주하는 데카당의 노래는 들쭉날쭉하다. 화려한 알앤비 팝 같기도 하고 사이키델릭 같기도 한 식이다. 또 어디로 튈지 모를 어떤 것이든 ‘아름다워 보이면 그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이들에게 장르의 구분 역시 의미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음악을 한 데 묶는 게 있다면 오로지 섬뜩하고 끈적거리는 은유적인 표현법 뿐이다.

이런 요소들은 소위 말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데카당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결핍으로 인한 상황에서 원초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완전함’으로 인정받는다. 데카당이 자신들의 이름 첫 글자 모음을 딴 앨범 ‘ㅔ’에 이어 마침내 온전한 이름을 가진 ‘데카당’이라는 이름의 앨범을 내놨듯 말이다. 이처럼 들으면 들을수록 완전함을 남기고 ‘중독’에 가까운 잔상을 남기는 매혹적인 밴드, 데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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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데카당 제공)



■ 드디어 만났다, 데카당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안녕, 음악 참 멋지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려고 하다니. 그런데 사실 탐미주의, 주관적인 아름다움과 같은 말들은 예술적이어서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음악을 만들 때 이런 개념적인 의미들을 생각하며 좀 쉽게 드러내려고 하는 편이야? 아니면 다소 낯설지라도 듣는 이들이 해석을 해주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

“쉽고 어려움을 지정하고 노래를 작업해나가는 건 아니야. 완성된 그림을 두고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느냐 몫은 전적으로 청자에게 달려 있잖아. 다만 이가 맞지 않는 퍼즐들을 욱여넣어 예쁜 그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는 생각해.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몇 천개, 몇 만개의 해석이 나온다는 건 창작자 입장에서 굉장히 즐거운 일 중 하나야.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해석도 ‘다 옳다’고도 생각해”

▲ 음악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업계와 평단에서는 꼭 들어봐야 할 밴드로 꼽힌 지 오래인 건 사실이야. 데뷔 전 공연을 할 때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고. 어떤 점들이 데카당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자주 하는 표현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 즉 자연스러움, 우리다움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

▲ 왠지 화가 나 있고 분노하거나 불안해하는 가사를 담을 때는 세고 또 강한 연주가 동반될 것이라는 관념이 있어. 그런데 데카당의 노래에는 오히려 은유적인 표현과 연주들이 돋보이지. 이처럼 본인들의 이야기를 노래로서 풀어낼 때 유독 신경 쓰는 건 어떤 거야?

“음악적인 요소와 비음악적 요소를 구분하자면 전자의 경우 음악적으로 ‘말이 되는 것’ ‘뿌리에 어긋나지 않음’을 중요하게 여겨. 특히 멤버 중 기타를 치는 박창현이 그런 데에 있어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비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이런 음악적인 부분과 함께 곡마다 혹은 앨범을 하나하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거야. 마치 감독이 된 것 처럼 올바른 로케이션을 찾고 상상 속의 어떤 장면을 구현해내고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는 거지”

▲ 자유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펼치는 만큼 장르적인 구분을 딱히 두지 않아. 이런 태도는 틀을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다는 태도로 여겨져. 데카당의 노래에서 집중해줬으면 하는 포인트는 뭐야?

“음악적인 요소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동시에 노래가 전해주는 내러티브를 마치 영화 보는 것처럼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 실제로 정규 1집 앨범 ‘데카당’은 1부와 2부를 나눠 화자가 처한 상황, 감정, 느낌,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작은 동화를 만들어가듯 엮었어”

▲ 지난해에는 'ㅔ'에 이어 완전한 이름을 가진 앨범 '데카당'도 냈어. 그런 의미로 올해는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2019년에는 어떤 음악들을 들을 수 있을까

“오는 30일에 새 미니앨범 ‘링구 / 애추’가 나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이를 필두로 첫 앨범인 ‘ㅔ’를 재편곡, 재녹음해서 길지 않은 기간을 간격으로 두고 싱글로 하나씩 발표하려고 계획하고 있어. 그 후에는 연말에 신곡과 함께 완성된 ‘ㅔ’를 재발매 하는 것이 목표야.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할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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