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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식샤3’ 이주우, 미워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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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밉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 전자는 tvN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이하 식샤3)’의 캐릭터 이서연, 후자는 그를 연기하는 배우 이주우 얘기다.

현재 ‘식샤3’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2%대 시청률에서 답보 중이다. 지지부진한 전개와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먹방 연출이 패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식샤’ 시리즈의 주인공인 구대영(윤두준)과 시즌3의 여자 주인공 이지우(백진희)의 러브라인이 집중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주인공보다 오히려 서브 캐릭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서연이 ‘식샤3’의 공식 ‘밉상 캐릭터’로 통하게 된 까닭이다.

극 중 서연은 미국에서 온라인 마케팅 사업을 했다. 사업이 승승장구해 남부럽지 않게 지냈으나 동업자가 돈을 갖고 잠적했다. 동업자를 붙잡기 위해 12년 만에 한국에 온 그를 기다린 것은 빚쟁이들 뿐. 오갈 데 없는 처지의 서연은 그렇게 의붓자매 지우와 그의 친구 대영, 채권자의 사촌동생인 선우선(안우연)의 삶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게 됐다. 거의 모든 캐릭터와 얽혀 있으니 분량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과 완성도만 따지고 보자면 다소 아쉽다. 그러나 그 덕분에 이주우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됐다.

서연이라는 캐릭터는 이주우의 전작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이하 와이키키)’ 속 민수아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 수아라는 인물 역시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자 전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빌붙어 살았다. 화끈하고 거침없는 성격도 닮았다. 그러나 ‘식샤3’ 속 이주우에게서 ‘와이키키’ 때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와이키키’는 시트콤이라 수아의 상황을 코믹하게 풀었다. 이주우의 연기도 이에 맞춰 수아가 가진 밝은 면을 강조했다. 쿨하고 새침해보이지만 실은 순수하고 해맑은 수아의 반전을 제대로 표현하며 극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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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반면 ‘식샤3’는 서연의 사연을 좀 더 깊이있게 다룬다. 서연은 지우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속을 긁고 상처를 준다. 그가 단순히 못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쌓여 오늘의 어긋난 서연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주우는 한층 깊은 내면 연기로 서연의 속사정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있다.

이는 특히 지난 8회에서 빛났다. 서연은 자신과 함께 살자는 엄마에게 “남자랑 사귄다고 나 버리고 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러냐”며 “엄마 화나고 우울할 때마다 풀 상대가 필요하냐”고 따져 물었다. 엄마가 “딸 아니면 누구에게 이야기하냐”고 반문하자 서연은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냐”고 분노했다. “엄마는 그때그때 감정 쏟아붓고 가면 되지만 내 속에서는 그게 쭉 썩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서연은 자신이 지우에게 상처줬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 역시 화풀이 상대로 의붓자매를 괴롭혀왔다는 것을 깨달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장면에서 이주우의 얼굴 위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엄마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반성, 지우를 향한 죄책감과 응어리진 외로움이 뒤섞였다. 그간 ‘밉상’이나 ‘민폐’ 캐릭터로만 불렸던 서연에게 연민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식샤3’의 이주우가 마냥 어두운 이야기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도 여전하다. 상처만 남은 엄마와의 만남 후, 서연은 놀이터에서 홀로 소주 병나발을 불다가 한 남학생이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서연은 버려진 각목으로 불량학생들을 쫓아냈다. 서연의 활약에 통쾌함을 느낀 것도 잠시, 그는 고맙다는 남학생에게 “소주를 1병 더 먹고 싶은데 돈이 없다”며 800원을 요구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주우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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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얄미운 캐릭터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도록 표현하는 건 이주우가 가진 특별한 능력이다. 지난해 출연한 MBC 일일드라마 ‘돌아온 복단지’가 그 예다. 당시 이주우가 연기한 신화영은 주인공의 대척점에 선 악녀 캐릭터였다. 그러나 정작 화영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다소 허술했던 데다 이주우 고유의 통통 튀는 매력이 더해지며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식샤3’ 마찬가지다. 극 중 서연의 성격이 대중의 호감을 사지 못한 것과 별개로 이주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전작들에서 인정받은 똑부러지는 발음과 발성에 유쾌한 매력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능함을 증명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색의 캐릭터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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