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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 잇 수다] 여자친구, 굴레를 벗기 위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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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그룹 여자친구가 데뷔 후 처음으로 가장 긴 공백기를 거쳐 컴백했다. 7개월이라는 시간은 잦은 컴백으로 자신들을 노출시켜야 하는 아이돌에게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는 이 시간이 중요했다.

■ ‘핑거팁’을 기점으로 본 여자친구 변천사

여자친구는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까지 연타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핑거팁’부터는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이 상대적인 실패는 단순히 콘셉트의 오류 때문이 아니다. 강렬한 콘셉트가 지니는 한계와 세련되지 못한 변화가 충돌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파워청순’이라는 강렬한 모습을 자신들의 무기로 삼았다. 학교 3부작이라는 스토리텔링도 가미해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자친구의 앨범만 봐도 멤버들의 비주얼적인 콘셉트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노래는 비슷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수의 노래가 편안하게 들리기보다 부담이 먼저 느껴진다면 콘셉트가 어떻든 이미 2% 부족한 애매한 앨범이 되고 만다.

그렇게 ‘핑거팁’으로 쓴 맛을 본 여자친구는 다시 청순 콘셉트로 돌아왔다. 새로운 연작 시리즈라는 ‘귀를 기울이면’과 ‘여름비’는 한층 힘을 뺐다. 한결 자연스럽고 가벼워진 노래는 청량하고 사랑스러운 멤버들 본연의 능력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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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떻게 보면 ‘핑거팁’을 마냥 실패라고 볼 수는 없겠다. 여자친구가 자신들의 색깔을 넓혀가는 요령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귀를 기울이면’과 ‘여름비’는 수식어의 무게를 세련되게 벗어나고자 하는 여자친구의 또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에 힘입어 여자친구는 다시 한 번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바로 최근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타임 포 더 문 나잇(Time for the moon night)’를 통해서다. 공개된 콘셉트 이미지 속 여자친구는 시크하면서도 부드러운 컬러인 브라운 톤을 주된 무드로 삼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 소녀들만의 사랑스러운 매력, 성숙함까지 기존 여자친구와 변화한 여자친구의 모습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타이틀곡 ‘밤’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 특유의 아련함과 격정적인 모습은 남아 있지만 분명 재해석됐다. ‘파워청순’에 얽매여 보이는 것만 바꾸는 게 아니라, 시선을 돌려 리스너들의 마음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방법 자체를 달리한 것이다.

‘밤’은 전반적으로 멜로디컬한 변화로 동화적인 흐름을 이끌어낸다. 후렴구에서도 탁 치고 올라가는 지점은 있지만 이전 곡처럼 온힘을 다해 터지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피치를 올리려다 어느 정도 절제를 해 곡의 톤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청량하고 파워풀한 후렴구를 통해 자신들의 콘셉트를 증명해왔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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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기 7개월, 올바른 길로 향하는 과정

2015년 1월 데뷔한 여자친구는 수많은 앨범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파워청순’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그 다음에는 청량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에는 더 나아가 서정성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나섰다.

사실 ‘밤’이라는 설정을 내세운 것 자체만으로도 여자친구의 넓어진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밤’은 낮과 다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시간이다. 환한 해가 떠오른 순간보다 차분하고 아련하면서도 유들유들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여자친구는 자신들이 보여준 서정성과 결이 다른 ‘밤’이라는 순간을 차용해 시야를 넓혔다.

결과적으로 여자친구가 지닌 7개월의 공백기는 겉으로 보이는 콘셉트를 바꾸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강박과도 같은 굴레를 현명하게 벗기 위해 필요한 준비 기간이었다. 아직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기존 추구하던 어색한 군무신을 버리지 못했지만, 이 또한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번 앨범의 홍보 수식어인 ‘격정아련’이라는 표현은 바라보는 마음도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변화를 대중에게 이해시키지 못해 본인들이 먼저 나서서 아예 추구하는 방향을 규정 지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달라졌음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제대로 핸들을 꺾었다면 어떻게든 올바른 길로 향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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