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단 한 컷에 등장하더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엘은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도맡으며 배우로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이엘이 이번엔 나름(?)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왔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바람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제니가 나타나면서 꼬이는 상황을 그려낸 영화. 그 안에서 이엘은 한번 보면 누구나 흔들릴 법한 치명적 매력을 지닌 제니로 분했다.

삼신할매, 룸살롱 마담, 트랜스젠더 등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해 온 이엘에게 제니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 하지만 ‘바람 바람 바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엘은 제니처럼 매력적이지만 사랑에 목말라 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의 완성본을 어떻게 봤나?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게 봤어요.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이 커서 잘 안되더라고요. 제주도 촬영했던 순간이 머리 속에 지나가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죠. 꿈 같았다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평소에도 좋아했나?

“솔직히 함께 작업하면서 찾아봤고 이병헌 감독 스타일에 빠졌죠. ‘이분 뭐하시는 분이지’라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도 그걸 많이 느꼈고요. 내가 상투적이고 예측 가능한 연기를 했다면 이병헌 감독은 한 템포 다른 리액션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 제니라는 캐릭터가 바람의 중심이기도 한데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

“남자를 유혹하는 캐릭터로 접근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사람으로 봤어요.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인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상황에 흘러 가는대로 맡긴다는 게 좋았어요. 사실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기는 의연함이 좋았어요”

▲ 소재 때문에 불륜을 미화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어른이지만 어른이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의 일부를 들여다봤다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불륜을 전면에 내세워서 섹시하고 그런걸 보여드리는 영화가 아니에요. 인간의 외로움을 다뤘다는 걸 봐줬으면 좋겠어요”

▲ 실제 자신과 제니의 비슷한 지점이 있다면?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 김지현으로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제니도 내면의 외로움이 강한 인물이라서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또 속에 담아두는걸 잘 못해요. 많이 표현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도 비슷하다면 비슷하죠”

▲ 왜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나?

“사회생활 하고나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은 잃는 관계도 있고 얻는 관계도 있는건데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애정 갈구형이에요. 그래도 계속 가져가야 하는 질문인 것 같아요.”



▲ 생각보다 데뷔가 빠르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배우로서 가장 큰 변화를 준 작품은?

“작품을 끊이지 않고 했지만 기회를 못 잡았어요. 대중이 나를 기억하시는 작품과 이전 작품이 있죠. 내가 봐도 잘 못했어요. 뭔지 모르고 덤볐던 것 같아요. 그러다 ‘황해’를 만나고 달라졌어요. 힘들었지만 연기라는 게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 건가에 대해서 알게 됐죠. 연기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바뀌었죠. 이젠 스스로 한계점을 만들어놓지 않아요. 이전까진 내가 준비한 것만 했는데 ‘황해’를 하면서 박살났죠. 어느 정도의 기본계산과 숙지는 하지만 현장에선 완전 열어놓고 리허설 하면서 100%를 만들어요. 이번에 ‘바람 바람 바람’ 하면서도 그게 맞다는걸 느꼈고요.”

▲ 지금까지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배우로 그런 캐릭터에 더 끌리나?

“외모적인 특수성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여서 끌렸다라기 보단 시나리오나 대본이 좋았어요. 캐릭터가 세고 독특함에 대해서 두렵기 보단 재미있는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이젠 조금은 평범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제니를 선택한 부분이 있어요. 최대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내추럴하게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도전을 해본거죠”

▲ 첫 주연인 영화다. 주연 배우로서 시험대에 오른 소감은?

“걱정되죠. 이렇게 큰 롤을 맡은 영화는 처음이에요. 영화 자체론 재미있게 나왔지만 배우 개인의 평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솔직히 요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어요. 개봉하고 나선 안심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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