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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다] 김생민, 비겁한 대응에 피해자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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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한순간이다. 방송인 김생민의 방송인생 21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최근 디스패치는 김생민이 2008년 한 방송프로그램 뒤풀이에서 방송 스태프 2명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김생민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방송계를 떠났고,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당시 김생민에게 직접 사과를 받았다.

이후 김생민 측은 디스패치에 “A씨 사건을 (이제야) 확인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사과할 수 있겠냐”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 김생민은 A씨를 찾아가 “미안하다. 제발 용서해달라”는 말을 건넸다.

평소 성실하고 착실한 모습을 보여 온 김생민이기에 이 같은 소식은 더욱 충격이었다. 1997년부터 시작한 KBS2 ‘연예가중계’, 1998년부터 함께한 MBC ‘출발 비디오여행’, 17년간 자리한 SBS ‘동물농장’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을 통해 '개그맨이지만 본인의 강점을 키우기 위해 리포터로 차근차근 내공을 다져왔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렇듯 김생민은 모범생 같은 이미지로 꾸준히 활동해왔고 지난해부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팟캐스트 코너였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 정규 프로그램이 됐다. 이후 김생민은 tvN ‘짠내투어’, MBC ‘전지적 참견시점’, MBN ‘오늘 쉴래요?’ 등 프로그램에서 고정 자리를 꿰찼다. 데뷔 20년 만에 일궈낸 결실, 많은 연예인과 대중이 김생민의 꽃길을 응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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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사진=헤럴드경제DB)



■ 사과 후, 김생민은 뭘 했나?

하지만 김생민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걷어 차버렸다. 지은 죄가 긴 시간을 돌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성기를 맞은 이후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김생민이 성추행 이후 연예계 활동을 이어온 건 무려 10년에 달하는 시간이다.

더 나아가 김생민은 미투 사실이 보도되기 전, 피해자를 만나 사과했고 그 과정에 매체가 있었으니 이 일이 기사화될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을 터다.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들과 소속사와 협의를 거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김생민이 취한 입장은 이번에도 ‘모른 체’였다. 프로그램 측은 보도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다. 김생민은 피해자에게 사과한 시점부터 보도가 되기 전까지 제작진과 상의를 일절 하지 않았던 셈이다. 피해자에게 사과만 하면 모든 게 저절로 해결되리라 생각한걸까. 장장 10일여 간 김생민의 행보가 어땠을지 소속사 SM C&C 측에 물었다. 하지만 "공식입장 외 다른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생민이 며칠 동안 무슨 해결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프로그램들이 떠안았다. 일제히 날벼락을 맞았다.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초 보도 이튿날인 3일, 김생민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속사 SM C&C 측은 “김생민 씨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면서 “현재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큰 누를 끼칠 수 없어 제작진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하차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도 이미 늦은 사과였지만 자신과 자신의 이미지를 믿고 기용해 준 제작진에게도 너무 늦은 사과였다.

논란을 일으킨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듯, 하차 선언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 측은 방송분을 다시 편집해야 하고 후임을 뽑아야 하며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김생민을 간판으로 내세웠던 다수의 광고들도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동료들과 함께하고 대중에 얼굴을 비추며 그간 발휘했던 영향력만큼이나 피해 범위 역시 막대하다는 게 김생민 미투의 또 다른 문제다.

특히나 김생민의 경우는 약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해왔던 프로그램이 상당하다. 김생민의 존재는 한 명의 패널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했다. 또 ‘김생민의 영수증’처럼 그의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도 있고, ‘짠내투어’처럼 그의 콘셉트를 따와 만든 프로그램도 있었다. ‘전지전 참견시점’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 승승장구하던 기세였다. 어느 하나 피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실제로 ‘짠내투어’ 이번 주 방송은 뜻하지 않게 결방해야 한다. '짠내투어' 측은 “제작진은 김생민 씨의 자진하차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향후 방영분에서 김생민 씨 부분은 최대한 편집해서 방송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냈다.

김생민이 걸어온 21년은 피와 땀, 열정으로 일궈낸 기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업적도, 인정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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