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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괴물들’, 불편하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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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괴물과 맞서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소년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괴물들’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괴물들’은 2011년 경기도 광명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왕따를 당했던 학생이 자신을 괴롭혔던 같은 반 급우에게 제초제 음료수를 먹여 복수하려고 했던 사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사건은 작은 씨앗이었을 뿐이다.

제초제 음료수 사건으로 왕따와 괴롭힘은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 음료수를 먹고 쓰러진 1인자 용규가 사라지자 2인자인 양훈(이이경)이 교실을 장악하고 재영(이원근)에 대한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재영은 자신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괴물들’은 캐릭터들을 단순히 왕따 피해자, 가해자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오늘의 피해자가 언젠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오는 참담한 현실이 먹먹하다.

그 안에서 어른들은 철저한 방관자이고 하는 역할이 없다. 재영의 부모는 성공에만 관심이 있어 아들이 보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양훈은 집에선 폭력의 피해자다. 학교 복도에서 폭행이 일어났음에도 선생님의 태도는 느긋하고 제초제 음료수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뻔하디 뻔한 조언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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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재영 역을 맡은 이원근은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제대로 활용했다. 나약하지만 괴물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재영의 심리를 설들력있게 보여준다. 양훈 역의 이이경은 최근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악역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첫 데뷔작에서 1인2역에 장애 연기까지 힘든 캐릭터를 소화한 박규영도 돋보인다.

영화에 불편한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괴롭힘을 벗어나기 위해 재영이 재물로 삼은 것은 자신보다 더 약자인 결국은 여성이다. 영화에 폭력의 상황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으나 보는 것조차도 힘겹다.

‘괴물들’은 청소년이 직접 자신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느끼는 바가 많을 작품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며 청소년들이 볼 수 없게 됐다. 표현의 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아쉬운 결과다. 뉴스 사회면을 보더라도 경악할만한 청소년 범죄가 연이어 터지는 현실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오는 8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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