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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배우 김성철, 무심한 듯 과시하는 존재감 ‘제2의 류준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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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첫 방송. 드라마가 시작한 지 15분 정도 지났을까. 주인공 김제혁을 연기하는 박해수에 집중하던 극의 긴장감이 한 배우에 의해 풀렸다. 배우 김성철은 그렇게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김성철의 연기는 곧바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게 만들었다. 낯선 얼굴인데 연기력이 심상치 않다 싶다. 역시나 연극과 뮤지컬로 내공을 다져온 인물.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면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실시간으로 특정 배우를 검색한다는 건 이야기의 흐름을 뚫고 그만의 매력이 반짝였다는 말과도 같다. 김성철은 주인공 외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주요 인물로 단 몇 초 만에 시청자들을 홀렸다. 극 중 맡은 역할은 법자다. 법무부가 키운 자식이라고 해서 법자. 어렸을 때부터 감옥을 드나든 생계형 범죄자다. 그만큼 법자는 감옥 체계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고, 드라마 자체가 ‘감방생활’을 다룬 만큼 캐릭터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대사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된다. 신원호 PD가 김성철을 극 초반에 투입한 이유다.

김제혁에게 감옥생활을 알려준 인물도 법자다. “저기요, 김제혁 선수 맞죠?”라고 툭 던진 무심한 질문이 시작이었다. 법자는 김제혁이 버스에 올라타고 신체검사를 받고 수감되기까지 장면을 이리저리 유도하고 휘어잡으며 흐름을 이끌었다. 특유의 유려하고 빠른 말투로 거침없이 이어나가는 설명은 ‘어라? 이 배우 보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킬링 포인트다. 능수능란하기까지 한 해설은 또렷하게 귓가를 내리치는 김성철의 발음과 만나 훌륭한 전달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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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쏘아대는 대사는 김성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가 등장하면 계속 직진만 하던 운전자가 핸들을 돌려 우연치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렸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대사가 재미있든 진지하든, 김성철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극을 감싸는 공기가 달라진다.

분명 법자는 톡 쏘는 말투와 별개로 덤덤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매력은 왜일까. 김성철의 연기에는 반전이 있다. 법자는 익숙한 듯 감방을 누비며 별다른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다가 김제혁의 호의에 밥을 먹다 눈물을 왈칵 쏟는다. 한 번 신뢰를 쌓자 김제혁의 껌딱지가 되어 그를 따른다. 예배시간 무서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소지를 보고 김제혁이 위험할까 얼른 자신과 자리를 바꾼 행동은 뜻밖의 심쿵(?) 브로맨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김제혁에게 고맙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펑펑 울던 장면은 김성철의 연기에 또 한 번 감탄한 순간이 되고, 몰래 실에 달아놓은 선물이 정체를 드러낼 때는 은근한 귀여움이 묻어난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성철을 ‘제2의 류준열’이라고 부른다. 외형이나 말투가 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인공 말고도 신스틸러를 대거 배출해내는 신원호 PD의 안목도 한 몫한다. 류준열은 독립영화 등에서 내공을 다지다가 드라마 데뷔작 ‘응답하라 1988’를 통해 발굴된 원석이다. 김성철 또한 ‘신원호 테크’를 탈 조짐이 확실하게 보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여기 믿을 사람 아무도 없어”라며 수시로 경계심을 부여하지만, 배우 김성철만큼은 믿고 싶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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