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에서 봤던 그 책, 익숙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는 이들의 차지다. 미디어 노출 이후 흥행해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를 일컬어 미디어셀러라 한다. 연간 평균 독서량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디어셀러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서점가 미디어셀러의 열풍이 거세다.

김용택 시인이 엄선한 111편의 시를 담은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이 책이 2017년에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데에는 tvN ‘도깨비’의 역할이 컸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약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도깨비’에서 공유가 읽어 화제를 모은 책이다.

‘도깨비’의 인기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일까. 시청률로만 설명되진 않는다. 2%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던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 임수정 등 톱스타들이 출연했지만 흥행 면에서 실패했다. 그럼에도 ‘시카고 타자기’에서 임수정이 유아인에게 선물한 책인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교보문고 에세이 부문 4월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 방영 이후 사임당 관련 도서가 연이어 출판됐다.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컬러링북까지 다양하다.


미디어셀러의 인기는 예전부터 보장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느낌표’에서 소개한 선정 도서가 몇 년간 베스트셀러를 장악했던 것이다. 방영 시기였던 2002년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교보문고 기준) 1위에 ‘아홉살 인생’ 2위 ‘봉순이 언니’, 3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5위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올라있다. 모두 ‘느낌표’에서 선정한 작품들이다.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 여러 책을 노출 시키며 미디어 역할을 제대로 활용한 사람 중 하나다. ‘시크릿 가든’에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등장시키고 책 제목을 통해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신사의 품격’에 등장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이 울리고’, ‘상속자들’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등도 드라마와 함께 인기를 모았다.


기존엔 드라마나 예능에서 아예 책을 소개하고 노출시켰다면 최근은 예능을 장악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들이 소개한 책과 집필한 책들은 베스트셀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쩌다 어른’ ‘무한도전’ 등에 출연해 역사 강의를 펼친 설민석의 책인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4위(교보문고 기준)에 올라있고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에 출연 중인 김영하의 ‘오직 두사람’,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등은 현재 서점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알쓸신잡’ 프로그램 인기와 함께 이들이 언급한 도서까지도 덩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알쓸신잡’ 패널들이 소개한 책인 ‘세계사 편력’은 2004년 발간된 책으로 3권이 시리즈이기 때문에 접하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6월 교보문고 역사문화 부문 1위에 올랐고 종합 20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영화의 여파도 컸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서점가에 원작 소설 '너의 이름은'을 비롯해 특별판 소설, 만화, 감독의 인터뷰가 담긴 비주얼가이드까지 쫙 깔렸다. 원작 소설이나 만화가 있는 영화가 개봉했을 원작이 인기를 모으는 일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균 9.6권이던 독서량이 2016부터 최근 1년간 연간 평균 독서량은 8.7권으로 줄었다. 독서량이 급감하고 있는 때에 미디어셀러는 독자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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