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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강예원 "노후 걱정에 매니저할까 생각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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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예원. (사진=㈜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화려해보이는 배우의 삶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스트레스는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한 숨 쉬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잘 나가는 배우들이야 그런 걱정이 많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 잘 나간다고 해도 언제 대중에게서 잊혀져 일이 끊길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다.

배우 강예원도 그렇다.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 역시 일반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노후에 대한 걱정이 컸다. 특히 비정규직을 소재로 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촬영하면서 유독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예원은 배우로서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과 함께.

◆ 불안하고 힘든 건 연예인도 똑같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 장영실(강예원)과 형사 나정안(한채아)의 불편하고 수상한 합동수사를 그린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 제목이 말해주듯 여주인공 장영실은 숱한 취업실패를 맛보다 국가안보국 계약직으로 들어가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처절할 정도의 사투를 보여준다. 강예원은 "전체적인 스토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비정규직이라는 틀이 불안한 삶을 사는 저의 모습과 닮아 있어요. 매번 작품 계약이 끝나고 다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보장이 없거든요.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요. 혹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제 얘기 같았어요."

강예원은 코미디 영화를 찍었음에도 촬영 내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한채아와 서로 의지하며 친해질 수도 있었다.영화 속 개 흉내를 내는 장면 때문에 무려 3개월 넘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워낙 중요한 신이었기도 하지만, 그 한 장면이 자칫 영화를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코미디 영화라고는 해도 오버해서 연기를 할 수도 없어 부담감은 가중됐다.

"솔직히 이번에 지친 것 같아요. 욕심으로 다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욕심을 부릴 땐 부리고 놓을 땐 놔야 할 것 같아요. 숨을 쉬어야 해요. 나이를 먹으면서 힘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힘을 뺐다가 다시 넣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예능도 노래도 도전인데 매 순간 도전을 하며 너무 열심히 살았더니 좀 쉴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나마 예능을 할 때는 좀 쉰다고 할까요? 강예원으로 살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쉰다고 또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거죠."

◆ 여배우 주연 영화 자부심? 거절할게요

강예원은 유독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과 인연이 많다. 영화 '하모니'(2009) '조선미녀삼총사'(2013) 그리고 이번 '비정규직 특수요원' 등이 그렇다. 여배우가 이끄는 영화에 유독 인색한 충무로에서 강예원이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강예원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저 그런 영화가 자신에게 와준 게 감사하고 소중할 뿐이라는 말이었다.

"저 자부심같은 거 없어요. 저도 큰 영화 하고 싶어요. 업혀가고 싶지 제가 이끌고 싶지 않아요. 저도 쉽게 갈 수 있으면 쉽게 가고 싶어요. 매번 힘들게 작업하는 느낌이라 많이 지쳤거든요. 제가 도전을 즐기고 매 순간 파이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 일을 너무 파이팅 넘치게 하는 것 같아서 힘 빠질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요즘 이런 작품이 많이 없는데 저에게 온 것에 대해서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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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예원. (사진=㈜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유명 감독의 수백억이 투입된 대작에 출연해 예능 홍보도 안 하고 편하게 앉아서 인터뷰만 하는 그런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강예원은 "그런 영화를 할 수 있다면 충실하게 감사하면서 찍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농담처럼 건넸지만 진담처럼 들렸다. 이 말은 강예원이 전한 에피소드를 전해 듣고서야 진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영화를 찍다가 너무 힘들어서 차태현 설경구 박중훈 고창석 오달수 김인권 라미란까지 불러서 '나 너무 힘들다'고 했어요.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있으면 불러달라고 했죠. 나도 큰 영화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얘기하고 풀고 그랬어요. 그리고 다음날 미국 가야해서 먼저 갔죠."

◆ 노후 걱정에 매니저 할 생각도

강예원은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는 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국가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여야 비전을 갖고 살 수 있을텐데 너무 막막한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보장을 누구에게 얘기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고. 어차피 배우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니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억울한 사건도 페헤쳐보고 싶고요."

"일이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힘들다"는 강예원의 토로는 배우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일을 해도 힘들고 안 해도 힘든 고통의 연속. 그래서 강예원은 한때 남다른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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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예원. (사진=㈜이수C&E, ㈜스톰픽쳐스코리아)


"진짜 매니저 할까 생각도 했어요. 배우는 될 지 안 될 지 모르는 거니까요. 내 노후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 아니예요? 진짜 사람 일은 모르거든요. 미래가 참 계획대로 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는 계획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이 중요해요. 힘들다고 하면서 까먹고 못한다고 하면서 또 하고. 반복되면서 또 고마워하고 감사해하고. 저 역시 이런 삶의 반복에 서 있는 보통 사람이예요.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눈 앞에 보이는대로 살자는 생각이예요. 진실되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있어요. 질투도 없어지고. 그런 마음을 컨트롤 하려고 해요. 그래서 덕분에 많이 안정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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