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은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0년 벌어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로 두 번이나 방영되면서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건으로 진범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정우는 실제 사건에서 누명을 쓴 최군을 도왔던 박준영 변호사와 동명인 준영 역을 맡았다. ‘히말라야’에 이어서 또 다시 실화에 도전했다.
“실화라서 더 부담되는 것보단 ‘히말라야’는 고인이 되신 분이라 당사자분도 신경을 써야하지만 그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연기를 해도 그분들에게 누가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재심’ 초반엔 준영이를 사건이나 진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쾌하게 풀려고 했다. 그래서 매 신마다 조심스러웠다.”
영화가 기획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재심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우는 ‘재심’을 선택했다. 그 중심엔 이야기의 힘,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정우가 연기한 준영은 동명의 실존 인물이 존재한다. 박준영 변호사는 실제 사건의 누명을 쓴 최군을 변호하고 가까이서 봐왔던 인물이기 때문에 ‘재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우는 박준영 변호사와 직접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촬영 중반 이후에 만났는데 워낙 일이 많으시더라. ‘사’자 돌림 직업을 가진 분을 만나면 위축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고 친근감 있었다.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사건에 대해서 얘기할 땐 눈빛이나 진지함이 진실되게 느껴졌다. 매번 자기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겸손한 표현을 하시더라.”
표면적인 이미지만 보면 반듯한 강하늘이 변호사 역할에 더 잘 어울려 보이지만 정우는 자신의 장점인 생활연기를 살려 속물적인 변호사가 한 사람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온전히 그려냈다. ‘재심’은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준영과 현우의 변화되는 관계 역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정우는 절친한 강하늘과 남다른 케미를 발산했다. 강하늘은 어떤 사람인지 묻자 정우는 “하늘이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농을 던지며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우는 인터뷰 내내 ‘사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작품을 대할 때나, 함께 한 스태프, 배우들을 이야기할 때도 그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정우가 말하는 ‘재심’의 매력도 사람이 우선이었다.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이 상처가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믿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하게 표현한, 지루하지 않은 작품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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