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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①] ‘더킹’ 배성우의 욕심이 밉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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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호탕하고 유쾌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는 배성우의 모습에선 야비한 양동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놓고 ‘더킹’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밉지 않다. 얼마나 이 작품을 애정 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 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더킹’에서 배성우는 권력의 설계자인 검사 한강식(정우성)의 오른팔 검사 양동철을 연기했다. 전형적인 박쥐 같은 인물로 배성우는 양동철을 얄밉게도 연기했다. ‘연애의 발견’의 10주년 특별 상영회도 참석할 정도로 한재림 감독의 팬이자 친분이 있던 배성우는 ‘더킹’의 시나리오를 받고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한재림 감독의 팬이다. 시나리오 받기 전부터 한재림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친해졌고 영화나 연기 얘기를 하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대본을 주셨는데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카페에서 대본을 읽었는데 육성으로 터졌다. 캐릭터도 매력있고 제가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다.”

한강식과 함께 탄탄대로를 달리던 양동철의 마지막 장면은 극장을 나갈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함을 선사한다.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가 강했다고 하자 배성우는 “좀 더럽지 않았나?”라며 역질문을 던졌다.

“사실 여러 결말이 있다가 대본이 수정되면서 그렇게 결과가 수렴됐다. 이야기가 분분했지만 영화가 패러디처럼 보이는 건 싫었다. 양동철과 한강식은 탄탄한 배경이 있었다. 서울대 사시패스를 하고 검사 요직에 있고. 그런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내면이 붕괴되는 지식인의 모습을 충격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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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에서 배성우는 정우성, 조인성과 대부분 장면을 함께했다. 그 중 조인성과는 ‘더킹’의 인연으로 사모임까지 함께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됐다. 인터뷰 내내 배성우가 조인성을 배우로, 인간으로도 아낀다는 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조인성의 전작들이 좋았고 작품을 보는 눈이 진중하다고 느꼈다. 연기도 유연하고 산뜻한 느낌이 있었다. 심각한 장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산뜻했다. 또 생긴 게 멋있지 않냐. 근데 속은 겉멋 안 들고 내실을 다지려고 노력하더라. 동생이긴 하지만 배울점이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데뷔해 촬영장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을 거다. 어려움도 겪고 화려한 날들도 겪은 게 느껴졌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반면에 예민하기도 하다. 그런 사람은 상대도 예민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배려도 많다.”

하루에도 연이은 이슈가 터질 정도로 어지러운 시국이다. ‘더킹’은 한국 현대사를 다루고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와 자료가 등장하면서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배성우는 영화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 시국이 ‘더킹’에게 도움을 주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별로 연결시키고 싶진 않다. 비슷한 지점도 있겠지만 어떤 사건이나 개인을 다루는 게 아니라 현대사 전체를 바라보고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결국은 화두를 던졌구나 느꼈다. 대본을 보면서도 그게 좋았다. 전 화자가 던져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영화가 더 재밌더라. 그런 의미로 ‘더킹’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시국은 곪았던 사건이 터진거라 좋은 결말, 올바른 방향의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영화를 대입하기엔 너무 큰 사건이고 심각한 일이다.”

1999년 데뷔해 배성우는 다소 늦게 빛을 보게 됐다. 오랜 무명 시간을 거쳐 지금은 ‘다작왕’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감독들이 찾는 소금 같은 배우가 됐다. 이젠 극 중 역할도 커지면서 다작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을 묻자 배성우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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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고를 때도 그렇고 연기를 하면서도 부담감이 생겼다. 그전에 부담을 안 느낀 건 아니지만 영화가 점점 익숙해지고 어떤 공정 과정을 거쳐서 관객과 만나는 걸 알게 되니까 현장에서도 부담이 확 느껴진다. 책임감도 생기고 작품을 대할 땐 좀 더 예민해지긴 했다. 평소엔 똑같다.”

배우로서 부담감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더킹’을 향한 애정과 욕심도 넘쳤다. ‘더킹’의 재관람 열풍의 이유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대놓고 “홍보다”라고 했지만 작품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애정이 있었기에 밉지 않았다. ‘다작왕’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감독들이 그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킹’은 스토리 위주로 가는 게 아니라 시대별로도 디테일이 있다. 다큐멘터리에 가깝지만 인물을 허구다. 시대 고증을 정확하게 한 영화는 아니지만 상징적으로 부합되어 있고 상상력이 가미됐다. 그래서 두 번째 봤을 때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처음 봤을 땐 영화가 전체적으로 주고자 하는 화두가 느껴지는데 두 번째 봤을 땐 전체적인 모양새를 볼 수 있다. 게릴라 행사를 했을 때 관객 연령이 고른 분포라 신기했다. 모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희는 최소 5시간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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