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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있수다] “감독이 점쟁이냐고?”...시국 겨냥, 영화 마케팅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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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감독이 점쟁이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최근 대중에게 선보이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두고 네티즌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자들’과 ‘판도라’를 시작으로 ‘마스터’ ‘더 킹’ 등 다양한 영화들이 놀라울 정도로 시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혹은 그 이전부터 떠돌던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해 10월 24일 JTBC의 단독보도 이후다. 이 사건은 수많은 국민을 광화문 거리로 나서게 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과 분노는 자연스럽게 커졌고 이 영향은 자연스럽게 극장가에도 미치게 됐다.

대표적인 예는 영화 ‘판도라’다. 사실 이 영화는 원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지진’과 ‘무능한 정부’가 화제가 됐다. 특히 지진은 기획 당시 한반도에서 낯선 소재였지만 지난해 9월 12일 처음 발생한 경주 지진이 올해 1월 5일 오전 7시까지 총 558회 발생하면서 현실과 맞닿은 영화라는 평을 얻게 된다.

정진영은 “시국에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 지진은 시간적 거리를 두고 가상으로 만든 이야기인데 현실로 다가오니까 우리도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원전의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인데 관객들이 부제인 시국에 대입해서 보는 것 같더라. ‘시국에 얹혀서 가는 영화가 아닌가’ 의심을 받기도 했다. 박정우 감독이 그런 시선이 싫고 불편해서 대사를 빼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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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NEW)


정진영의 말처럼 ‘판도라’는 과거 ‘연가시’ ‘감기’처럼 하나의 평범한 재난 영화일 뿐이었다. ‘연가시’나 ‘감기’도 당시 메르스 등이 국내에 유행하면서 재조명되고 마케팅의 문구로 활용되었듯이 ‘판도라’ 역시 그랬다. 이 영화도 ‘경주 지진’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를 마케팅 카피로 사용했다. 시기와 마케팅의 성공은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마스터’와 ‘더 킹’도 마찬가지다. 두 작품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국가, 정부의 부정부패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현 시국과 맞물리는 부분을 부제로 사용하면서 초점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으로 이동하는 데 주력한다. ‘마스터’는 ‘답답한 현실 속 사이다 영화가 필요한 세상! 통쾌한 카타르시스로...’ ‘답답한 현실의 대리만족 영화’라는 카피를 썼다. ‘더 킹’ 역시 ‘대한민국을 속 시원하게 뒤집을...’ ‘현실에 대한 유쾌한 풍자’ ‘짜릿한 카타르시스’ 등의 단어를 썼다.

한 영화 마케팅 관계자는 “어떤 감독이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겠나. 순전히 이건 우연이다. 하지만 이를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법이다. 그냥 재난영화나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영화로 끝날 수 있었던 영화들이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입게 되는 것”이라며 “‘판도라’와 ‘연가시’ ‘감기’ 등은 재난에 따른 가족애를 보여주려고 한 영화였지만 시국과 맞물리면서 마케팅 카피가 달라진 영화들이다. 초점이 가족애가 아닌 시국에 맞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화 홍보 관계자 역시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해 주세요’라면서 몇 가지 단어를 던져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이다’ ‘현 시국’ ‘통쾌한’ 등 의도치 않았지만 대중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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