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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희의 보다가]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찌질하지? 이게 리얼이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박진희 기자] 불륜 미화 드라마라고 손가락질 받던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마니아 시청층을 확보하며 종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한 편의 불륜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있으니 JTBC금토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다.

‘공항가는 길’과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는 뺨 맞고, 물 뿌리고, 머리 채 잡고, 울고, 불고하는, 과거 불륜 소재 드라마에 법칙처럼 등장했던 장면이 없다. 남자의 욕망, 그로 인한 여자의 비극 정도로만 해석됐던 드라마 속 불륜은 이제 누구를 손가락질 할 수도 없이 시청자들을 공감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찌질한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현재를 직시하게 하는 힘, 그것이 불륜 드라마의 진화다.

■ 워킹맘이 고충 그리고 결혼의 조건 피력한 ‘공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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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은 ‘불륜 미화’라며 손가락질 받으며 시작을 했지만 종영 시 시청자 반응은 180도 달랐다. 단순히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다 썼다고 해서 도의적으로 지탄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을 제작진은 명확히 했다. 오히려 드라마는 불륜을 끌어들이면서 비틀어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감을 끌어냈다.

또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조차 위로 받지 못하는 개인의 고독과 고충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데 일조했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늘 외로웠던 최수아와 트라우마로 인해 비틀어진 인생을 산 박진석(신성록), 그들 부부 사이에서 조금 빨리 성장한 박효은(김환희)… 이들 가족에게는 저마다의 다른 위로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알려주었다. 그리고 또 이 세 가족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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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최수아(김하늘)라는 인물을 통해 워킹맘의 고충과 부부 간의 예의, 개인에게 필요한 위로를 투영했다. 대낮에 이불을 말리는 여자의 모습이 뭐라고 눈물을 흘리는 지는 “미친년처럼 사는 지”라는 대사가 가슴에 꽂히며 눈물을 글썽인 워킹맘들만 아는 고충일 것이다. “한 바퀴 휙~”이 주는 위로의 가치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생활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조차 없는 그녀들만의 열망일 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한 바퀴 휙~’에 한해서만.

■ 소통, 그 소중한…‘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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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공항 가는 길’과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 첫 회는 이후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부부 사이의 문제를 들여다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 주식 갤러리에 올린 도현우(이선균)의 글은 인기 게시물이 되면서 많은 참견을 받고 있다.

네티즌과의 소통 속에서 아내와 자신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자신을 어땠으며 과거 아내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돌아보는 남편 도현우는 하지만 현실 속에서 아내 정수연(송지효)을 몰아붙이기만 한다. 현재를 사는 남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찌질하지? 이게 리얼이야’라고 말하는 듯 현실적이다. 네티즌과 소통하며 위로와 응원을 받지만 정작 아내와의 소통은 부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도현우는 내면의 성장과 달리 점차 찌질한 남편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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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일과 육아, 살림을 모두 잘 해내야 한다는 완벽 강박증이 있는 이 인물은 스스로를 잃었다. 팀장으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정수연이라는 본인을 잃어 버렸던 그녀는 자신을 알아봐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남자에게 빠져든다. 클라이언트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는 남자의 배려에서 위안 받는 여자는 결국 불륜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남편의 노크를 간과했던 그녀는 결국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자극을 통해 남편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8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입소문으로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드라마 제목처럼 바람피우는 아내에 대한 질투심에 그칠지, 한 걸음 더 들어가 가치 있는 메시지를 끌어 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적어도 8회까지는 배우자 외도에 대한 고통과 자기반성, 자신의 외도를 통한 자기 성찰과 배우자의 소중함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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