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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게이션] ‘미씽: 사라진 여자’, 모성과 광기 그리고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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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재범 기자] 광기와 집착 그리고 모성은 기괴한 닮음이 있다. 나 자신을 버릴 수 있다. 나 자신을 태울 수 있다. 급기야 나 자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3가지 감정은 감성의 끝자락에서 변모할 수 있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매체가 다루고 또 그려왔던 모성의 힘은 항상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 힘이 갖고 있는 이질적이고 또 양면적인 날카로움은 어떤 물질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흑과 백의 색깔을 띠게 된다. 결국에는 모성의 극단성은 문학적 혹은 창작적 소재 측면에서 비인격적 측면을 내포하게 된다. 집착과 모성의 얇디얇은 차이점은 결론적으로 광기의 다른 얼굴로 해석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래서 광기와 집착 그리고 모성은 기괴하면서도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닮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런 3가지의 감정이 뒤섞이고 혼합됐지만 그 밑바닥에 자리한 원론적인 감정의 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그 자체로 다가온다. 처연하면서도 차가운 모성이 극단적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과 어떤 다른 얼굴을 들게 되는지를 ‘답과 질문’이란 역설적인 구조로 관객들에게 ‘말하고 질문’을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이렇게 됐다. 당신이라면 저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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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는 우리 사회에선 약자의 범주 안에서 해석을 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 속 두 여자 모두 실질적인 약자다. ‘한 여자’ 지선(엄지원)은 이혼 소송 중에 있는 ‘워킹맘’이다. 남편과의 이혼 소송에서 13개월 된 딸만큼은 절대 빼앗길 수 없다. 지선은 혼자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고약한 클라이언트의 되먹지 못한 ‘생떼’도 감내할 수 있다. 딸 ‘다은’이를 위해서다. 사실 다은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인지도 지선은 혼란스럽다. 그저 다은이를 위해서, 자신은 ‘엄마’이기에 이래야 한다는 일종의 최면처럼 고달픈 삶은 유지되고 연속된다.

그런 지선의 삶 속에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중국인 ‘한매’(공효진)다. ‘워킹맘’ 그리고‘예비 돌싱’ 지선에게 보모는 절실했다. 하지만 자신의 전부인 ‘다은’이를 살갑게 대해줄 자신을 대신할 ‘엄마’가 필요하다. 의사소통도 불편한 한매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한매의 능숙한 아이 돌봄 솜씨가 순식간에 지선을 사로잡았다. 지선은 돌파구를 언뜻 봐 버렸다. 한매는 그렇게 식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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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 속 ‘커리어 우먼’은 허울이다. 지선은 사실 겨우 버티고 있다. 그 삶 속에서 한매와 딸 다은이는 그 ‘겨우’를 ‘충분히’로 만들어 주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지선의 모든 것이 돼 버린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채워주는 충분제에서 어느덧 필요제로 변화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이었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딸과 한매가 사라졌다. 아니 증발해 버렸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무려 1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한매가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딸까지 사라졌다. 더욱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딸의 흔적까지도. 흡사 처음부터 한매도 다은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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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부터 경찰과 지선은 엇갈린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달림 속에서 경찰도 지선도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충격적이지만 처연할 정도로 아픈 슬픔이 자리하고 있는 웅크림이었다. 단순한 유괴 사건 속에서 순간의 공포로 응축된 감정은 지선이 마주한 한매의 실체 속에서 그 응축됨을 터트린다. 사실 터트리는 폭발력에 기댄 감정이 아니기에 다가오는 아픔과 슬픔의 지수는 상상 이상의 묵직함을 동반한다.

중반 이후 하나둘씩 터지고 공개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점과 사회 전반의 이기적 고정 관념의 실태가 얼마나 더럽고 잔인한 것인지도 전한다. 영화 초반과 후반 ‘인서트’로 삽입된 한 아이의 목놓아 오는 모습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아픈 울음으로 관객들의 가슴 속에 기억 될 것이다. 그 울음은 후반 쯤 한매의 가슴을 찟는 통곡 속에서 진실과 마주한 채 관객들의 머리를 뒤흔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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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지막에 질문한다. “그래서 잘못된 것이었습니까”라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여운을 이끌어 낼 ‘미씽: 사라진 여자’다. 개봉은 오는 30일.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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