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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있수다] '문화융성 외치던 정권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가요계에 불러온 두 가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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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이 시국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기적으로 연말 특수를 노리던 가요계는 갑자기 불어 닥친 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어수선한 시기에 대놓고 축제 분위기를 만들 수도 없고 뭘 해도 이슈가 되지 않은 때에 신인을 내놓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11월에 컴백을 앞둔 스타들이 유독 많다. 한 달에도 무려 20개가 넘는 팀이 컴백하는 현 가요계에서 최근 컴백을 미루거나 행사 취소를 고민하는 관계자들이 종종 목격됐다. 하지만 컴백 지연도, 행사 취소도 쉽게 하지 못한다. 당장 취소하자니 오히려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우려되고 강행하자니 그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 “이 시국에”...가요계 중소기획사, 갑작스러운 난제에 골머리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걱정하는 이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실제 가수가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자체가 ‘최순실 연예인’에 이름이 거론될까 몸을 사리고 있는 경우다. 이는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과 장시호가 연예계 사업에 침투, 특정 연예인에게 특혜를 줬다”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수들이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로 최근 가수 싸이와 YG엔터테인먼트, 이승철 등이 최순실 연예인이라는 루머로 곤혹을 치렀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으며 최순실 씨와의 수상한 연결지점도 여러 번 보도가 됐다. 최 씨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모델 에이전시 YG케이플러스의 전신인 K플러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계속되는 의혹에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10일 열린 SBS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 제작발표회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양 대표의 말대로 단순 친분이 있는 것만으로 연예인이나 기획사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과 연관 돼 사업이나 연예계 활동에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일이다.

대형 기획사 혹은 유명 가수가 ‘최순실 연예인’ 논란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면 중소기획사는 또 다른 우려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올해 데뷔를 목표로 신인 그룹을 준비 중이던 한 기획사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모든 계획을 미뤘다”고 밝혔다. 또 “지금 인지도 있는 가수들이 나와도 관심을 가져줄까 말까인데 신인을 누가 거들떠나 볼까. 기껏 준비했는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질까 쉽게 앨범을 내놓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전국민적인 화제가 박근혜 게이트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린 나이대의 팬덤이 존재하는 아이돌은 음원 1위를 하는 데 크게 영향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여타 다수의 가수들은 신보를 낸다는 게 망설여지고 아쉽기도 한 게 사실”이라며 “문화융성을 외치던 정권 때문에 현재 문화가 박살이 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가요계로 확산하면서 더 크게 위축되는 형국이다. 어떤 가수와 그룹, 그리고 기획사가 최순실·차은택과 연루돼 각종 특혜 및 비호를 받았는지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요계는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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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소속사, 개인 SNS)


■ “할 수 있는 게 이 노래밖에”...노래로 위로와 분노 드러낸 가수들


‘최순실 게이트’는 가요계를 침체시키기도 했지만 대중가요의 또 다른 감성을 불러내고 있기도 하다. 총체적 난국 이후 새로운 형태로 노래가 불려지고 소비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가수들은 이 시기에 발맞춘 국민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 정권을 향한 분노와 풍자의 노래를 내놓고 있다.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촛불 집회 사전 문화제에서 록밴드 '들국화'의 전인권이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자 순식간에 수만명이 이 노래를 따라 열창했다. 현 시국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대변하는 노랫말이 가슴을 울린 것이다.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 등 음악인들은 상처받은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를 선보였다. 이들은 이규호가 작사·작곡한 '길가에 버려지다'를 함께 불러 지난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무료 배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인들의 재능 기부로 완성된 곡으로 '마법의 성'을 만든 더클래식의 박용준, 전인권밴드의 베이시스트 민재현, 이승환밴드의 드러머 최기웅, 옥수사진관의 기타리스트 노경보, 이효리의 남편인 기타리스트 이상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등이 뜻을 함께 했다.

발라드 가수 모세의 신곡 'SS'는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곡이다. 노랫말을 보면 한 여자에게 아낌없이 베풀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배신감을 느낀 남자의 심정을 그린 내용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속에는 ‘곰탕’ ‘프라다 구두’ ‘말’ 등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가사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곡명도 '최순실'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안치환도 지난 17일 신곡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무료로 배포했다. 안치환은 노래에서 ‘오늘도 거리엔 사람들이 모이고 소리 모아 외치고 또 둘러싼 경찰들, 그들을 바라보는 높은 곳의 그분 무슨 생각하실까 생각이나 할까’라는 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래퍼 제리케이와 김디지, 디템포, 오왼 오바도즈 등의 래퍼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풍자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담은 랩 곡을 잇달아 온라인에 공개했다. 제리케이는 '하야해'(HA-YA-HEY)란 곡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날선 디스를 했고 래퍼 김디지는 페이스북에 '대통령 디스곡, 청와대, 썩은 정치인, 니들 전부 다 물러나라'란 해시태그와 함께 '곡성'(哭聲)이란 곡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이 곡에서 욕설과 직설적인 랩으로 이번 사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래퍼 디템포는 '우주의 기운'이란 곡을 내놓았고 래퍼 오왼 오바도즈도 '위선자'란 뜻의 '히포크리트'(Hypocrite)란 곡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민중가수 연영석은 지난 7일 나훈아의 ‘18세 순이’를 개사한 ‘하야해’를 공개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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