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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가 사람들] EPL 캐스터 유희종 "축알못 아니죠, 축구선수 출신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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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스페인 프리메리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함게 세계 3대 프로 축구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이 EPL로 인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미 기성용 이청용 등 많은 국내 선수들도 진출해 있어 이제는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리그이기도 한데요.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월드컵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스포츠 채널들을 통해 EPL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좀 더 EPL을 좀 더 생동감 넘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EPL 캐스터들이죠. 이번 [방송가 사람들]에서는 EPL 캐스터 중 한 명인 SBS스포츠의 유희종 아나운서를 만나봤습니다. 현재 EPL 중계를 주로 담당하고 있고, 이 때문에 수년째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인터뷰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유쾌한 에너지를 팍팍 뿜어내는 분이었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SBS스포츠에서 일하고 있고요. 전에는 여수 MBC에도 있었고 프리랜서로 스포츠 중계를 한 이력도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축구 육상 등 운동을 햇었는데 아나운서를 하면서 스포츠 쪽으로 넘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마침 SBS스포츠에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 합격해서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여기 와서 정말 다양한 종목들을 접해볼 수 있었어요. 배드민턴 핸드볼 자동차 골프 등등.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모르는 종목은 공부를 해야 해서 쉽지는 않아요. 아마 여기 와서 한 80 종목 정도를 중계한 것 같아요. 각 종목에서도 세부 종목들로 나뉘는 것들이 많거든요. 축구도 비치 사커 풋살 등이 있고 여자 축구라든지 프로 리그, 아마추어 리그 등 정말 다양하죠. 그러다보니 비슷한 종목이라도 명칭이나 세부 규칙들이 달라서 굉장히 복잡해요. 제가 아나운서 8년차인데 이 연차에 중계 스타일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이유가 종목들을 많이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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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 네...;; 그럼 지금 담당 하시는 건요?


제 메인 종목은 축구와 농구이고요, EPL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농구는 국내 프로농구를 하고 있고요. 과거엔 저희 회사에서 MC를 볼 수 있을만한 아나운서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캐릭터상 제가 MC 보는 프로그램을 주로 맡아서 하게 됐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것도 커버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 쪽 계통에서는 유명하신 분인데도 사람들이 몰라보는 경우를 많이 봤죠. 시청률은 안나오지만 그런 분들을 만나면서 방송 쪽으로는 더 풍부해 졌어요.

Q. 생소한 종목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주로 인터넷을 이용하죠. 부족한 건 그 협회를 통해서 물어보고 자료를 부탁하기도 해요. 그것마저 어렵다면 근처 도서관이나 서점을 이용해서 관련 서적들을 구입하죠. 아니면 그 종목 선수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하고요. 동계 종목 중에 스키와 스노우보드가 있는데 공중에서 돌아서 자세가 변형하면 몇 점 이고 기술이 들어갔을 때 몇 점인지 그런 걸 구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모르겠고. 그래서 해설위원과 미리 만나 공부를 하기도 해요. 어쨌든 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르는 종목일 수록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해놔야 해요. 제가 알아야 설명을 던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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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EPL 팬들이 정말 많은데, 그들의 반응도 살피나요?

중계 끝나면 관련 카페에 들어가보거나 댓글들을 많이 봐요. 가끔 방송 중에 풀어내지 못한 얘기들을 잘 모른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몰라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게 아니라 시청자 관점에서 모른다고 생각하고 얘기를 풀어나가는 거죠. 캐스터나 해설위원은 시청자들이 그 경기를 들으면서 재밌게 보게 하기 위한 거예요. 저 같은 경우도 축구 선수 생활을 했고 또 많은 공부를 하고 방송에 들어옵니다. 간혹 선수 이름을 잘못 발음했다고 따지시는 분들도 있어요. 영어 못한다고. 하지만 저희들은 표기법에 맞춰서 말씀드립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절대 대충하지 않습니다.

Q. 혹시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팀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그런데 여기서 말씀드리긴 좀 그렇네요. 중립적으로 해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실까봐. 만약 제가 좋아하는 팀을 중계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중계하나 지켜볼 거 아니에요. 그래도 만약 절 밖에서 만나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팀을 단 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 팀 가방을 들고 다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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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업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번은 운전을 하는데 옆에 차가 두 대 붙어 있는 거에요. 차들이 더블팀 붙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또 소개팅 나갔는데 앞의 여자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스탭백으로 물러나왔다고 한 적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스포츠 용어들을 쓸 때가 있죠. 상황이 마음에 안 들 때는 옐로 카드고요.

Q. 방송 사고를 낸 적도 있는지?

같이 중계한 해설 위원 이름을 기억 못한 적이 있어요. "도움 말씀에 누구 해설위원..."이라는 클로징 멘트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는 거예요. 보통 종이에 써 놓기도 하는데 그날은 종이들이 난장판이 되서 못 찾았거든요. 제작진은 계속 왜 안 끝내냐고 하고 저는 급해서 해설 위원을 쳐다봤는데 그 분은 또 계속 방송 하라는 신호인 줄 알고 안 끝내고 이어간거죠. 결국 방송 끝나고 호되게 욕 먹었죠.

Q. 힘든 점은 없나요?

살이 많이 쪘어요. 새벽 방송을 많이 해서. 이런 말 제 입으로 꺼내긴 좀 그렇지만 제가 여기 들어올 때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 뽑힌 케이스거든요. 젊은 여성들에게 꽃미남도 중계를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그런데 밤낮 바뀌고 술을 좋아하다보니 점점 못난이가 되어가라고요. 이제는 시청자들도 제 과거가 괜찮았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세요. 그냥 웃긴 캐릭터가 됐어요.

Q. 그럼 운동은 안 하세요?

건강 관리 하는 수준으로 간간히 헬스만 합니다. 몸 예쁘게 만드는 건 체념했어요.

Q. 그래도 방송 하시는 분인데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요?

관리 해야죠. 근데 저는 스킨 로션 바르는 것도 귀찮아서 욕 먹고 있어요. 집에서도 뭐라고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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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방송을 하기 싫었던 적은 없으세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만약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버틴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저는 스포츠 캐스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남들은 돈을 주고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저는 제가 직접 중계를 하면서 접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건강이죠. 밤낮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일찍 죽을 지도 몰라요.

Q. 꼭 만나고 싶은 스포츠 스타가 있나요?

아직 박지성 선수를 못 만나봤어요. 얼굴만이라도 앞에서 보고 싶어요. 차범근 감독님과는 개인적으로도 친해서 식사도 했는데, 박지성 선수는 만나질 못했네요. 그리고 대학 선배인 이영표 해설 위원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Q. 오늘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이제..

잠시만요.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축구 중계하는 분들 중에 축구 선수 출신은 없어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유일한 축구 선수 출신 캐스터였죠. 나름 축구 선수 출신 시각으로 경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방송적인 면에서도 안정감이 생겼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끔 네티즌들이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이라고 하는데 아닙니다. 저는 선수 출신입니다. 축구 잘 아니까 더 잘 중계하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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