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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의 영(映)터리] 韓영화 ‘여름 빅4’ 남자들 강렬했던 ‘과거’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주인공은 당연히 한 명이다. 그 한 명은 언제나 정의를 지키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쁜 놈은 항상 그 정의를 통해 응징 받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권선징악이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극장가에 펼쳐진 철저한 캐릭터 설정 기본 베이스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이 바뀐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톱스타급 배우들이 작품 속 악역으로 눈길을 돌렸다. 악역을 통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과 극 전체 활력을 불어 넣는 조연의 길도 마다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됐다. 물론 때로는 그 악인이 주인공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선과 악을 넘나든 충무로 최강 파워 배우들의 면모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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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터널 (아래) 추격자

■ “‘터널’ 하정우? 그 이전 ‘추격자’ 지영민이 존재했다”


‘터널’에서 단란했던 한 가정의 가장으로 출연한 하정우는 사실 과거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마였다. 망치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끔찍한 살인을 눈썹하나 꿈쩍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정도였다. 영화 ‘추격자’ 속 살인마 ‘지영민’은 그렇게 하정우를 통해 태어났다.

하정우는 이 작품을 찍기 전까지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 그는 충무로가 사랑하는 최고의 남자 배우로 떠올랐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해석한 악인의 새로운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하정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당초 이 작품 출연 제의 후 그가 망설였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매력에 빠져 든 그는 ‘지영민’이란 캐릭터에 파고들었다. 단순한 연쇄살인범의 잔인함에 주목한 것이 아닌 인물 자체의 유아적 발상에 접근했다. 영화 속 하정우의 연기가 끔찍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살인 자체를 대하는 ‘지영민’의 순수한 악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한국영화 희대의 악역 리스트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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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덕혜옹주 (아래) 살인의 추억

■ “‘덕혜옹주’ 박해일, 사실 그는 전설의 연쇄살인마?”


배우 박해일은 충무로에서 선악 이중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남자 배우 중 최고로 꼽힌다. 여러 흥행작을 남긴 박해일은 최근 ‘덕혜옹주’를 통해 지고지순한 ‘김장한’을 연기하며 남성 순애보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는 사실 악역일 때 더욱 빛을 냈다.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대명사로 통하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에서 그는 ‘박현규’란 인물로 등장했다. 그가 이 작품에서 악역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난 점은 없다. 다만 그가 작품 속에서 선보인 기괴한 속내의 얼굴 표정은 박두만(송강호)-서태윤(김상경) 두 형사를 ‘패닉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갔다.

영화 마지막 박두만은 소리쳤다. “밥은 먹고 다니냐?”란 대사 속에서 박현규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 미제 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일지도 모른단 실낱같은 단서만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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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부산행 (아래) 동갑내기 과외하기

■ “‘부산행’ 공유, 사실은 찌질남의 표본?”


1000만 흥행 스코어를 기록 중인 ‘부산행’ 히어로 공유는 독특한 타이틀을 소유하고 있다. 바로 ‘여성 공공재’다. 모든 여성의 소유물이란 뜻이다. 결국 그의 멋들어진 외모와 달달한 연기가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 공유에게 공공재란 희대의 찬사를 선물했다. 사실 공유는 이 타이틀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현재 솔로이지만 꼭 한 여자에게 정착하고 싶기에 공공재는 사양이라며 웃는다.

공유는 ‘도가니’와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용의자’에선 강력한 마초성을 드러내며 절대 액션의 진수를 선보였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로맨틱 멜로에서 드러난다. 지금도 멜로드라마의 걸작으로 꼽히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공유의 히트작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공유도 사실은 과거 찌질한 남자의 표본이었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권상우-김하늘 주연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바로 권상우를 못살게 구는 양아치 찌질남 ‘종수’가 공유였다. 그가 배우로서 주목을 받게 된 사실상 첫 번째 작품이었다. 놀랍게도 극중 ‘종수’의 양아치 선배로 잠시 등장하는 배우가 ‘응사’로 순정남 대열에 들어선 배우 정우다. 멋진 남자들은 무조건 찌질남의 굴레를 통과해야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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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천상륙작전 (아래) 관상

■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욕(慾)에 사로 잡혔던 과거


드라마 ‘모래시계’를 기억하는가. 그 안에서 고현정을 지고지순하게 지키고 또 지키던 한 남자를 기억하는가. ‘백재희’란 남자는 그렇게 탄생됐다. 당시 신인 이정재는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탄탄대로에 접어들었다. 이후 수많은 작품 속에서 그는 근육질의 몸매와 남성미의 대명사로 통하는 각진 얼굴선을 자랑하며 지금의 ‘잘생김’을 만들어 냈다.

최근 600만 관객을 넘어선 ‘인천상륙작전’은 언론과 평론가들의 혹평을 뒤로 하고 흥행 폭발력을 유지 중이다.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 출연이란 화제성도 있지만 이정재의 극중 존재감은 특별했다. 정의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 투사는 그렇게 악을 처단하면서 자신을 불태웠다. 이 모든 스토리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점이 더욱 놀라웠다.

사실 이정재는 과거 필모그래피 속에서 정확하게 두 가지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멋진 남자의 대명사가 그 첫 번째다. 그리고 두 번째가 ‘욕(慾)에 사로잡힌’ 남자다. 가장 가깝게는 ‘관상’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힌 수양대군을 연기했다. 당시 그의 존재감은 지금까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1000만 영화 ‘암살’에선 ‘생존욕’에 휘어 잡힌 변절한 독립투사 ‘염석진’으로 출연했다. 70대의 노인으로 분장해 법정에서 소리치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또 다른 1000만 영화 ‘도둑들’에선 ‘마카오박’(김윤석)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뽀빠이’를 연기하며 비열함의 끝을 선보였다. ‘하녀’에선 돈의 힘을 과시하는 무소불위의 독재자로 등장했다.

이정재는 언제나 양극단의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아마 다음 작품은 악역에 가까운 또 다른 ‘욕의 화신’으로 돌아오게 될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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