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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시, 도로편입 후 잔여지 매수청구권 거절 '물의'
민원인 "도로개설 후 남은 땅 15m 낭떠러지"
감사원·국민권익위서도 "매입하는 것이 맞다"
17일 여수시의 우회도로 개설 이후 남겨진 윤모 씨의 땅에 15m 높이의 옹벽이 세워져 차량 진·출입이 불가능해졌다.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시청에서 박람회 성공 개최에 협조해달라고 해서 협의보상에 응했는데 돌아온 것은 배신감 뿐입니다. 도로에 편입되고 잔여부지에는 15m 높이의 옹벽이 세워져 건축 행위조차 불가능해졌음에도 시청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어요. 이것이 위민행정입니까."

여수시 덕충동 땅 소유주인 윤모(63) 씨는 "노후에 관광도시 여수에 펜션이나 호텔을 지을 요량으로 20년 전 매입한 땅이 여수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순식 간에 쓸모없는 땅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논란은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로 거슬로 올라간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시행자)과 여수시는 여수엑스포 교통량 분산을 위해 국도17호선 대체우회도로(종화~둔덕) 개설공사를 추진하면서 도로 부지에 편입된 윤씨의 땅을 사 들여 2004년 12월 국도대체 우회도로 개설공사를 완료했다.

당시 윤씨의 땅은 6612㎡(2000평)이었고 도로에 접해 있어 건물 신축이 가능한 토지였으나, 여수시의 도로계획으로 이 중 4301㎡(65%)가 편입되고 잔여부지는 2311㎡(35%. 699평)만 남았다.

문제는 여수시가 도로개설 공사를 마친 뒤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15m 높이의 옹벽을 설치해 윤씨의 땅은 졸지에 낭떠러지가 돼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윤씨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던 2003년 10월에 행정기관의 토지사용으로 인한 손실보상 격인 '잔여지 매수청구권'을 신청했지만 여수시에서는 "담당자가 바뀌었다", "예산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매수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시에서는 또한 공사 편의를 위해 사유지 1개 필지를 3개 필지로 임의 분할했는가 하면 담당 부서에서는 지주 허락없이 배수로를 무단 설치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는 것이 윤씨의 주장이다.

여수시는 지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햇수로 20년 간 윤씨의 땅에 배수로를 무단으로 설치해 우수관로로 사용해 왔고 사용료 명목으로 1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 윤씨는 "잔여부지를 매입해주겠다는 행정기관의 말을 신뢰해 배수로까지 설치된 땅을 20년을 기다려 준 것인데 이제 와서 3개 필지 가운데 2개 필지만 매수해 주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하소연했다.

윤씨의 거듭된 매수 요청에 당시 여수시 담당부서에서는 '움푹' 꺼진 땅이지만 복토(성토)를 해서 사용하면 건축행위도 가능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윤씨는 차선책으로 성토비용 견적을 위해 덤프트럭 업계를 수소문한 결과 흙을 쌓는 성토 비용만해도 3~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업자의 조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공시지가 조회 결과 해당 부지(잡종지)의 공시지가는 3.3㎡(평)당 121만여원이며 3개 필지 699평의 공시지가 합은 8억4662만원이다. 시세는 이보다 2~3배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윤씨는 "여수시에서는 20년 간 담당자들이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도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업무 인수인계도 안돼 차일피일 책임만 떠 넘겨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잔여지 매수가 지지부진하자 윤씨는 정부 '신문고' 민원을 비롯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 신청을 하게 됐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는 2019년 8월 의결문에서 "잔여지가 진·출입로 개설이 불가능 해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점, 신청인이 잔여지 매수 예산이 없다는 시청의 말에 따라 20년 간 인내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도로공사에 편입되고 남은 잔여지 3필지를 전부 매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결했다.

윤씨는 국민권익위에서 잔여지 매수를 권고했음에도 여수시에서는 여전히 땅을 사들이지 않고 방관하자 최근에는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해 결과를 받아냈다.

감사원에서도 최근 민원인에 발송한 회신문에서 "민원인 땅이 수용되기 이전에는 도로에 접하고 형상도 양호했으나 토지수용 이후 도로와 철도역사(엑스포역) 사이에 위치한 좁고 긴 형상이며 도로와 단차가 15m에 이르러 직접 진출입이 불가해 종래의 목적(관광숙박사업)에 사용하기 현저히 곤란한 점이 인정된다"며 "민원인의 잔여지 매수 및 수용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여수시에서는 잔여지 매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이첩을 받은 전남도 감사관실 조사 결과 윤씨의 ‘잔여지 매수 및 수용 청구권 인정 여부’와 관련, 여수시는 시행자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 수용 협의절차를 진행 할 수 있도록 접수 서류를 이송하고 이 사실을 민원인에게 통보해야 하나 이를 방기한 것도 문제점이다.

이 때문에 소유주가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하거나 전남도 토지수용위원회의 잔여지 수용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수시는 잔여지 2311㎡(699평) 가운데 2개 필지 53평만 매수할 의향이 있고, 나머지 1개 필지(646평)은 매수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시에서는 2개 필지는 배수로 등으로 활용한 만큼 매수하겠지만, 나머지 646평은 도로공사가 완료 시점(시효)이 지나 매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도로과 관계자는 "소형 2개 필지는 매수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필지(646평)는 매수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매수할 수 없다"며 "감사원 감사결과도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남도 감사관실 담당자는 "감사에 관련된 사안은 공무상 비밀누설이 될 수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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