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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불 첫 외교사 다시썼다” 나주시, 한·불 학술포럼 성료
1851년 프랑스 고래잡이배 나르발호 비금도 표류사건 재조명
지방정부 차원에서 역사적 사건 재조명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드려져

나주시가 과거 프랑스 고래잡이 배 비금도 표류사건을 재조명하는 학술 포럼을 개최했다

[헤럴드경제(나주)=김경민기자]나주시가 1851년 프랑스 고래잡이배 비금도 표류 사건을 재조명하는 학술포럼을 열였다.

특히 지방 정부 차원에서 과거 역사를 재조명 학술 포럼을 개최 했다는데 지역 정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나주시에 따르면 전날 시청사 대회의실에서 ‘나주와 프랑스의 첫 만남’이라는 주제로 한·불 학술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사 재조명을 위해 열린 이날 학술포럼은 1부 주제발표(3건) 2부 토론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윤병태 나주시장, 장헌범 전남도 행정부지사 직무대리, 박우량 신안군수, 이상만 나주시의회의장, 김희중 전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오영교 한불통신 대표, 김정희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임형택 미래문화교육연구소 이사장 등 주요 내빈, 문화·국제교류기관, 시민과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주한프랑스대사관 요한 르 탈렉 문정관, 프랑스 파리 시테 대학 피에르 엠마누엘 후 교수와 이정현 나주목사의 후손, 광주·전남 중·고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함께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피에르 엠마누엘 후 교수는 병인양요보다 15년, 조불 우호 통상조약보다 35년이나 앞선 1851년 한국(조선)과 프랑스가 첫 외교적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낸 장본인이다.

엠마누엘 후 교수는 ‘비금도의 고래와 샴페인, 한국과 프랑스의 또 다른 첫 만남’이라는 주제로 1851년 프랑스 ‘나르발’(Narval)호 사건의 개요, 연구 과정, 역사적 의미 등을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1851년 프랑스의 고래잡이배 나르발호가 전라도 연안 근처에 좌초되면서 선원 20여 명이 표류돼 비금도에 도착했다.

불행한 소식을 접한 중국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 ‘샤를 드 몽티니’는 선원들을 구출하고자 비금도를 방문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선원들은 조선인들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당시 비금도(신안군)는 전라남도 일대를 관할했던 나주목의 나주제도(羅州諸島)에 속했다.

이에 몽티니 영사는 귀국 전날인 1851년 5월 2일 나주목사 이정현과 자국 선원들을 잘 보살펴준 조선의 인도주의와 우호에 감사하는 기념 만찬 자리를 갖는다.

이 자리서 이정현 나주목사와 몽티니 영사는 조선의 전통술과 프랑스의 샴페인을 함께 나눠 마셨다. 만찬 이후 몽티니 영사는 옹기주병 3병을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가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옹기주병은 현재 해당 박물관에 한국 유물 제1호로 소장되어 있다.

윤병태 시장은 발표 도중 172년 전 양 관료들의 첫 만찬에 사용됐던 옹기주병(재현품)을 청중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엠마누엘 후 교수는 나르발호 표류 사건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 “서양 외교관이 조선 땅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사건”이라며 “이전에도 조선 땅에 들어간 프랑스인들이 있지만 외교관으로서는 처음이며 몽티니 영사가 전라도 현지 관료를 만남으로서 공식적으로 양국 관료가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후 교수는 이어 “대부분 한·불 첫 만남을 선교사 박해, 병인양요와 같은 갈등으로 생각하지만 나르발호 비금도 표류 사건을 보면 갈등이 아닌 인도주의적 만남이었고 음식과 술이 있는 문화교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주에 나주목사 ‘이정현길’을, 비금도에는 나르발호길을 만들고 이 사건을 영화로 제작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유쾌한 강연을 마무리했다.

엠마누엘 후 교수에 이어 오영교 한불통신 대표의 ‘19세기 고문서에 기록된 한·불교류,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과 김희태 전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의 ‘조선후기 이양선과 나주목 비금도 표류 이국인’을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됐다.

2부 토론은 류한호 전 광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순남 전 전라남도 부지사, 김영미 동신대 교수,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정종대 농촌공간연구소장, 나주시와 신안군 학예연구사 등 7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불 문화교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요한 르 탈렉 문정관은 축사를 통해 “한·불 양국의 공식적인 교류를 가능케한 역사적 배경을 새롭게 조명하고 당시 상인들과 외교관을 기릴 것”이라며 “나주에서 열린 한·불 외교사 학술포럼이 양국의 미래 협력에 여감을 줄 수 있는 풍부한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개회사에서 “한·불 첫 만남의 역사를 과거에 가두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만들어가는 나주의 노력에 오늘 포럼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시장은 이어 “역사를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그 중심에 있었던 전라도 중심지 나주의 사명을 생각해 오늘 포럼을 개최했다”며 “나주가 거점이 돼 역사·문화를 사랑하는 한·불의 우호를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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