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항일운동가 겸 음악가인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다”고 말했다.
21일 박 장관은 SNS에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 라고 올린 글에서 “정율성이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다”며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다”면서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기에 그는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라며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철회를 요청했다.
1914년 혹은 1918년생으로 알려진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한 후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광복 후 북한으로 귀국했지만 6·25 전쟁 중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중국 인민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전선 위문 활동을 펼쳤다.
정전 이후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김일성이 연안파를 숙청하자 중국으로 귀화했고 1976년 사망했다.
정율성 |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로 시작하는 박 장관의 글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페이스북 설전’을 폈다.
강 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다”면서 “항일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가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다”고 평가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다”며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시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시죠”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