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시 신용동 현장 출동해 치매실종 등 조사
폭염 속 광주의 한 도로에서 치매로 의심되는 70대 할머니가 4차선 대로를 오가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목격됐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할머니, 도로에 있으면 큰일나요. 인도로 얼른 나오세요. 혹시 집은 어디세요?”
“저어어기, 어디여. 집 알고 있어요”
폭염 속 광주의 한 도로에서 치매로 의심되는 70대 할머니가 4차선 대로를 오가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목격됐다. 이 할머니는 20분 이상 자동차가 오가는 대로를 지그재그로 왕복하며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40대 운전자 A씨는 7일 오후 6시께 광주시 북구 신용동 대성베르힐 인근 도로를 주행하다 대로를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당시 퇴근길이라 양쪽 도로는 대형트럭과 승용차 등 운행이 많았는데 할머니가 주행중인 차량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A씨는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 다행히 사고는 면했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치매노인’이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차량을 다시 돌려 할머니를 찾으러 갔는데 이번에는 반대방향에서 또다시 차도를 위험하게 걷고 있는 할머니 모습을 발견했다.
이 할머니는 20분 이상 자동차가 오가는 대로를 지그재그로 왕복하며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경찰이 출동해 신병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서인주 기자 |
교통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치매를 앓던 80대 남성이 한밤중 보도가 없는 차로 한가운데를 걷다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오전 0시 6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나들목(IC) 인근 편도 3차로 걷던 B씨가 달려오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 A씨는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았다.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할머니를 인도로 옮기고 ‘집이 어디냐’를 여쭤 봤는데 말투가 어눌하고 대답을 잘 못하셨다” 며 “걱정이 되서 112에 신고해 인상착의 등 경위를 설명해 드렸다. 지자체 긴급문자를 보면 치매노인들의 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은 “접수를 받고 지구대 직원을 곧바로 현장에 파견했다. 아직까지 인근지역 실종 신고는 없는 상황인데 치매노인을 염두해 두고 신병확보에 주력중” 이라며 “추가 제보 등을 통해 사건을 성심껏 처리하겠다”고 밝혔다.